여러분 과학동아 공식 네이버 카페가 생겼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지난달 오픈 이벤트를 막 끝낸 따끈따끈한 카페입니다. 과학을 좋아하는 편집부와 독자들이 과학 이야기를 실컷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주제도 무척 다양합니다. 과학 경진대회 정보를 공유하는 게시물부터 분필의 강도가 습도에 좌우되는 것 아니냐는 가설에 대한 토론, 과학동아 편집부가 진행하는 각종 이벤트 소식, 학생 독자들이 보통 학원을 몇 군데 다니는지 물어보는(ㅠㅠ) 질문까지 과학과 관련이 있는 이야기는 모두 이곳에 모입니다.
기자가 수 개월간 과학동아 공식 카페에 ‘지박령’처럼 상주하며 느낀 점은 과학동아 독자들은 재밌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소소하고, 엉뚱한 ‘뜻밖의’ 질문에 대해 아주 진지하게 고민하길 좋아하는 분들이었습니다. 9월 11일 올라온 ‘우주 팽창의 중심은?’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예전에 보던 책에서 발견했는데요, 우주 팽창을 부푸는 풍선에 비유하는 건 이해가 가는데, 이때 왜 팽창의 중심점은 존재하지 않나요? 그리고 별들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이유인 우주 팽창의 원리가 빅뱅이랑 연관돼 있나요? 갑자기 궁금하네요.”
이참결 님(닉네임 겨르)이 던진 질문입니다. 겨르 님은 이 질문과 함께 읽던 책을 사진으로 찍어 공유했습니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죠.
“우주의 팽창은 부풀어 오르는 풍선에 비유할 수 있다. 풍선이 부풀어 오를 때 풍선 위의 모든 동전은 서로 멀어진다. 이때 풍선 표면에서 팽창의 중심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우주는 특별한 중심 없이 모든 방향으로 균일하게 팽창하고 있다. 그 결과 외부 은하가 우리에게서 멀어지므로 적색 편이가 나타난다.”
우주는 풍선과 다릅니다!
그러게요, 우리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팽창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잘 몰랐습니다. oh my 님은 “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궁금증을 가진 적은 없었는데, 이렇게 질문을 보고 나니 과연 팽창의 중심은 없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렇습니다. 풍선이 그 형태를 유지하며 균일하게 팽창한다면, 그 팽창의 중심점은 풍선 내부에 있다고 봐야 하는 거 아닐까요? 고민에 빠진 기자에게 과학동아 공식 수학왕인 김미래 기자(수학과 출신)는 “입체 도형 팽창의 중심에 관한 질문은 위상수학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무척 복잡한 문제”라고 조언했습니다. 오케이, 노선을 수정해야 하겠습니다. 우주의 팽창을 풍선에 비유한 것부터 잘못됐을 수 있습니다.
우주의 팽창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과학동아에서 인기 연재 코너 ‘최애 은하’를 집필하고 있는 지웅배 연세대 은하진화연구센터 연구원을 찾았습니다. 지 연구원은 “우선 풍선을 가지고 우주 팽창을 설명하는 방식을 저도 별로 선호하지는 않는다”며 운을 뗐습니다. 그는 “풍선 비유에서 우리는 관측자가 풍선 표면에 달라붙어 사는 개미 천문학자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개미 천문학자가 인식할 수 있는 우주는 풍선 표면뿐입니다. 풍선의 입체적인 중심, 풍선의 내부에 대해서 논의하는 건 이 비유에서 고려할 필요가 없는 지점이란 이야기입니다.
폭발하지 않고, 팽창할 뿐인 우주
그럼 뭘 고려해야 할까요. 빅뱅 이론은 우주가 어떤 한 점에서 시작해 점차 그 공간을 팽창시키다 오늘날의 우주에 도달했다는 이론이죠. 빅뱅(Big Bang)을 직역하면 ‘대폭발’이니, 우주의 팽창이 마치 폭죽이 터진 뒤 그 파편이 퍼지듯 이뤄진다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지 연구원은 “제일 많이 착각하는 부분 중 하나는 은하가 우리가 공을 던졌을 때처럼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운동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은하는 움직이지 않고, 은하와 은하 사이 공간 자체가 늘어난다고 봐야 한다는 겁니다.
승하맘이나영 님도 같은 의미의 댓글을 남겼습니다. “빅뱅은 사전적 의미로는 크고 강력한 폭발이나 분출을 의미합니다”라며, “하지만 과학적 의미로의 빅뱅은 우주의 탄생을 설명하는 이론이라, 한 지점에서 터져서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각 지점이 서로 멀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죠. 과학동아 독자 여러분이 나누는 밀도 깊은 과학 이야기를 지켜보고 있자니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좋은 콘텐츠는 널리 퍼뜨려야겠죠. 앞으로도 과학동아 ‘독자기고’ 코너는 과학동아 공식 카페에 올라온 독자 여러분의 이야기를 지면에 소개하는 창이 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글을 싣기도 하고, 이번처럼 제보해 주신 기사 아이템을 토대로 기자가 발로 뛰며 기사를 완성하기도 할 계획입니다. 혼자 궁금해하고 말기엔 아까운 이야깃거리가 있다면 언제든, 과학동아 유니버스에 공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