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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가장 긴 별자리

겨울 내내 찬란하던 1등성들이 서쪽하늘로 물러나면 초봄의 밤하늘에는 황량함이 느껴질 만큼 밝은 별이 적다. 사자와 처녀가 떠오르면 레굴루스와 스피카를 따라 황도가 이어지고, 봄하늘의 주인공에게 밀려난 남쪽하늘에는 바다뱀이 길게 누워있다.


고대 성도에 그려진 바다뱀자리


바다뱀자리 Hydra
●중심위치: 적경 11시 10분, 적위 -25도 ●자정 남중: 3월 19일 ●별 수: 71개

바다뱀자리는 전체 길이가 동서로 하늘의 1/4을 넘는 1백2도나 되는 가장 크고 긴 별자리이다. 그렇지만 알파(α)별인 2등성 알파드를 제외하고는 눈에 띄게 밝은 별이 없고 남쪽하늘 낮게 이어져 있어 쉽게 알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뱀의 머리는 작은개자리와 게자리 같은 겨울 별자리에 잇대어 있어 2월 초순 자정무렵에 남중하고, 꼬리 부분은 초여름 별자리인 천칭자리까지 뻗어 4월 하순에 남중하는 매우 긴 별자리이기 때문에 한번에 보기가 더욱 쉽지 않다. 한편 이 곳은 황도에서 멀지 않아 많은 혜성들이 발견되는 곳이기도 하다.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혜성인 이케야-세키 혜성도 1965년 9월 18일 알파별 근처에서 발견됐다.

바다뱀자리는 그리스 신화에서 ‘히드라’로 불리는 머리가 9개 달린 괴물뱀에서 따온 별자리이다. 헤라클레스가 에우리테우스에게 받은 12가지 고난 중 하나가 이 뱀을 죽이는 것이었다. 이 뱀은 아미모네 샘 근처에서 사람들을 괴롭히던 물뱀으로 헤라클레스가 머리 하나를 자르면 그 자리에서 두 개가 생겨나는 좀처럼 죽지 않는 뱀이었다. 헤라클레스는 베어진 머리를 불로 태워 없애고 가운데 머리는 큰 바위로 누르고 배를 갈라 처치했다. 그러자 제우스는 아들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물뱀을 하늘에 올려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바다뱀자리 대부분이 28수 가운데 남방을 담당하는 주작(朱雀) 7수(井鬼柳星張翼軫)에 해당된다. 바다뱀의 머리부분인 델타(δ)별 근처는 유(柳)로서 봉황의 부리에 해당된다. 그리고 알파별 지역은 성(星)으로 봉황의 목줄기이다. 알파별 알파드는 ‘외로운 별’을 의미하는데 1등성이 없는 초봄 남쪽하늘에서 보이는 유일한 2등성이다. 서경(書經) 요전(堯傳)에 “해진 뒤에 조성(鳥星, 새의 별)이 남중하면 춘분이다”는 글이 있다. 여기서 조성은 알파드로 농사 시기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였다.

한편 육분의 바로 아래 지역인 람다(λ)별과 입실론(υ)별 지역은 장(張), 까마귀자리 아래인 베타(β)별, 크사이(ξ)별은 봉황의 꼬리에 해당하는 진(軫) 또는 청구(靑丘)로 불렸다. 특히 ‘청구’는 고대 우리나라를 나타내는 별자리였다. 청(靑)은 동방을 상징하는 빛이며, 구(丘)는 땅을 나타내 동방의 세계로 풀이된다. 중국인들은 이 별의 빛이 밝으면 병사가 강해지고, 이것이 움직이면 난이 일어난다고 해 불길하게 여겼다.


육분의, 컵, 까마귀 자리^바다뱀의 몸통을 따라가면 육분의 자리, 컵자리, 까마귀자리를 차례로 찾을 수 있다.


육분의자리 Sextans
●대략위치: 적경 10시 17분, 적위 -2도 20분 ●자정 남중: 3월 3일 ●별 수: 5개

사자자리 레굴루스와 바다뱀자리 알파드 중간에 5등급의 별 3개가 벌어진 ‘ㄱ’자 모양을 만드는 것이 육분의자리이다. 가장 밝은 알파별이 4.5등성, 베타별과 감마(γ)별은 5.1등성으로 맑고 어두운 시골의 밤하늘이 아니면 찾기가 어렵다. 육분의자리는 요하네스 헤벨리우스가 만든 7개의 별자리 가운데 하나로 본래 이름은 천문의 여신 ‘우라니아의 육분의’이다. 육분의는 원의 1/6, 즉 60도의 원호 모양을 한 천체의 고도를 측정하는 기구이다. 대양을 항해하던 선원들이 수평선상에서 태양이나 달, 별들의 고도를 측정해서 배의 위치를 알아내는데 주로 사용했다.

1679년 9월 헤벨리우스의 집에 화재가 생겨 관측자료와 여러 도구들을 잃게 됐는데, 이때 21년 간이나 애용하던 육분의도 불에 타 버렸다. 그는 이 화재가 천문의 여신 우라니아가 불의 신 불칸에게 패배한 사건이라며, 헤라클레스와 싸웠던 포악한 두 동물의 별자리인 사자자리와 바다뱀자리 사이의 별이 드문 지역에 자신의 육분의를 그려넣어 별자리로 만들었다. 중국에서는 하늘의 재상을 상징하는 ‘천상(天相)’으로 불렸다.

까마귀자리와 컵자리 Corvus & Crater
●컵 대략위치: 적경 11시 24분, 적위 -16도 ●자정남중 3월 22일, 별 수 11개
●까마귀 대략위치: 적경 12시 27분, 적위 -18도 20분 ●자정남중 4월 7일, 별 수 11개

처녀자리의 1등성 스피카 오른쪽 아래에 작은 돛처럼 사다리꼴을 이루고 있는 네 개의 3등성이 까마귀자리이다. 까마귀 머리로 그려지는 알파별은 4등성으로 어둡지만 사다리꼴을 이루는 다른 네 별은 2.6-3.0등급으로 스피카가 나타날 때까지 밝은 별이 없는 초봄에 볼 수 있는 밝은 별들이다.

컵자리는 까마귀자리 오른쪽에 있는 보다 어두운 별자리로, 까마귀에게 물을 부어줄 듯이 왼쪽으로 기운 거대한 컵모양으로 별들이 이어진다. 가장 밝은 델타별조차 3.6등급이고, 나머지는 더 어두운 별들로 이루어져 육분의자리처럼 모양을 그려보기가 어렵다. 별자리 이름과 같은 술컵을 뜻하는 알파별 알케스(Alkes)는 지금은 델타별보다 0.5등급 어두운 4.1등성이지만, 고대에는 별자리 속에서 가장 밝은 별이었다.

신화 속에서 까마귀는 아폴로신이 신선한 물을 길어오라고 보낸 애완 까마귀이다. 까마귀는 샘 옆에 있는 무화과나무 열매가 익기를 기다리느라 빈둥거려 심부름에 늦게 되고, 샘에서 잡아온 물뱀 때문에 늦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사실을 알고 있던 아폴로가 까마귀를 컵, 물뱀과 함께 하늘로 던져버려 별자리가 됐다고 한다. 동양에서는 컵자리 지역이 봉황의 날개인 익(翼), 까마귀자리는 ‘봉황의 꼬리’ 부분으로 28수의 마지막인 진(軫)이다.

1999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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