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학연구소와 일부 종합병원 등에서 실시하는 혈액분석 건강진단법은 바쁜 현대인에게 안성마춤
10cc의 피를 뽑기만 하면 하루 내지 이틀후 50여가지의 질병에 걸렸는지의 여부를 알 수가 있다. 지금까지 선보인 어떤 건강진단법보다도 간편하고 효과적인 이 혈액분석건강진단방법은 최근들어 인기를 끌면서 그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혈액검진은 대학병원을 비롯한 큰 규모의 종합병원이나 임상병리전문의원에서 실시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곳이 국내 최대규모의 임상병리센터인 한국의학연구소(KMI).
경기도 부천시 송내동에 자리잡은 한국의학연구소는 85년 7월 문을 연 이후 이용자가 꾸준히 늘어 요즘엔 한달에 5천여명이 혈액분석을 통한 건강진단을 받고 있을 정도로 그 위치를 굳혀 가고 있다.
갖가지 건강정보가담긴 피
혈액분석을 통한 건강체크의 원리는 체중의 8%를 차지하고 있는 피가 우리몸의 구석구석을 돌고 있는 데에 착안, 여기에서 각종의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다. 혈액은 신체 각 기관에서 일어나는 조그만 변화도 그 성상에 영향을 미치므로 각 기관의 기능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간기능이 저하, 간세포가 파괴되면 간세포내에 존재하는 SGPT라는 효소가 피속으로 흘러나와 농도가 증가하게 되므로 혈액을 분석해보면 이상이 있음을 알게 된다. 또 신장의 기능이 약화되거나 염증이 생기면 BUN(아미노산의 대사산물이 간에서 합성된 것으로 신장으로 배설된다)이 배설되지 않고 피속에 축적되므로 역시 혈액분석을 해보면 이상이 드러나게 된다.
10cc의 피를 분석함으로써 알아낼 수 있는 검사항목은 약 2백80여가지에 이르나 흔히 대학병원에서는 1백여가지를 검사하며, 한국의학연구소에서는 56개 분야 2백80항목을 체크하고 있다.
KMI의 검사항목을 살펴보면 간기능(급만성 간염, B형간염, 간경화증 간암 등) 혈액질환(철결핍성 빈혈, 출혈성 질환 등) 심장기능(고혈압 동맥경화증 등) 신장기능(신부전증 등) 췌장기능(당뇨병 등) 근골격계질환 부갑상선기능 등 일반종합검사와 바이러스검사 중금속·독극물검사, 호르몬분석 등 각종의 특수검사를 들 수 있다.
혈액검사는 이같은 검사항목의 정상치 기준을 초과하거나 부족한 것으로 나타날 때 이를 알려주는 것이므로 검사 자체로 질병유무를 통고하는 것은 아니다.. 즉 "귀하는 B형간염이 의심됩니다. 혈청철이 부족하고 혈색소가 낮아 빈혈이 의심됩니다. 의사와 상의하십시요"하는 식으로 안내를 해주게 된다. 검사항목의 정상치에 벗어날 경우의 임상의견을 몇가지 예로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괄호안이 정상치범위).
▲총단백(6~8g/dℓ)-혈청내의 각종 단백질의 총합으로 부족할 때 영양부족, 만성간염, 간경화신증후군, 만성염증 등이 의심됨.
▲SGOT(6~32U/ℓ)-간과 심장에 존재하는 효소로서 많을 때는 급·만성간염, 심근경색증, 담낭염, 간암, 간경화 등이 의심됨.
▲칼슘(8.5~11mg/dℓ)-많을 때는 부갑상선기능항진, 골수종, 골수암이 의심되며 부족할 때는 부갑상선기능저하, 신부전, 신장염, 췌장염 등이 의심됨.
▲콜레스테롤(140~250mg/dℓ)-많을 때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병이 의심됨.
결국 웬만한 주요질병은 피검사를 통해 이상유무를 가려낸다는 얘기다. 그러나 위장이나 폐같은 곳은 상대적으로 혈액속에 그 분비물이 적어 검사의 효율이 떨어진다.
한편 간암 신장암 백혈병 등은 암반응검사결과 이상이 있으면 조직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하게 된다. 현재 미국 일본 등 혈액분석법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20여종의 암을 찾아낼 정도로 진전을 보이고 있는데, 위암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암의 진단이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암이나 기타 질병을 막론하고 검사 자체는 어렵지 않으나 해석하는 기술이 문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혈당치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이를 곧 '당뇨병 위험'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피를 뽑기 전에 커피 등을 마시지는 않았는지, 또는 다른 관련증상이 있는지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만 정확한 판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확한 성능이 검사장비와 숙달된 전문인력이야말로 혈액분석의 성패를 가름하는 중요한 조건인 셈이다. 지난 85년 7월 설립된 한국의학연구소의 등장배경에도 이같은 검사장비와 전문인력의 집중적인 활용이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6명의 전문의와 30여명의 직원들이 혈액분석작업을 전담하고 있는 KMI에는 국내최초로 도입된 생화학자동분석기를 비롯해 혈액자동분석기 효소면역자동분석기 등 20여억원어치의 정밀장비를 갖추고 있다.
검사장비중 대표적인 것이 생화학자동분석기(PARALLEL). 일반 및 특수생화학검사 30종목을 시간당 2백40검체나 분석할 수 있는 다목적용 초고속 분석장비다. 자동적으로 정도(精度)관리를 하며 충분한 기억용량을 가진 컴퓨터를 내장하고 있어 자료보관, 통계업무 등에도 이용할 수 있다.
혈액자동분석기는 통상적으로 시행하는 일반혈액검사외에 혈소판, 백혈구백분율 등 18종목을 시간당 3백50검체씩 전자동으로 분석하는 최첨단의 분석장비다. 이밖에 혈액속에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호르몬 비타민 약물 아미노산 등을 분석하는 극미량 물질자동분석기, 각종 중금속이나 산업재해물질을 분석하는 중금속분석장비, 전기영동분석기 등 고가의 첨단장비들이 혈액분석에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인력과 장비를 모든 병·의원에서 갖추기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병·의원은 환자진료상 임상병리검사가 필요할 때는 KMI 등 임상병리검사센터를 이용하면 된다. 이처럼 KMI는 일반인들의 건강진단목적은 물론, 일선 병원을 측면지원해주는 역할도 수행하는 셈이다.
국민보건향상에도 큰 역할
한편 국민보건향상이라는 측면에서 혈액분석의 중요성이 강조되기도 한다. 신장이나 가슴둘레를 재고 X레이촬영 등으로 이루어지는 각급학교나 직장의 '신체검사'로는 몸속이 질병을 알아내기가 어려우므로 하루빨리 혈액검사방식으로 바뀌어야만 실질적인 '건강진단'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KMI의 이해선소장은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신체검사가 일본에서는 10여년 전에 사라졌다. 결핵환자만 해도 1% 미만이므로 집단검진이 불필요하다. 오히려 고혈압이나 심장병 등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으므로 혈액분석을 통한 건강진단으로 대체돼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는 진료기술에 비해 임상병리학 예방의학 등 기초의학이 낙후돼 있어 이 분야의 발전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많다. 아직까지 한국인의 임상표준치가 제대로 마련돼있지 못한 것이 그 좋은 예. 다행히도 KMI가 발족돼 10만명 이상의 대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한 임상표준치의 설정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참고로 최근 KMI가 작성한 임상검사통계표에 따르면 정상치에서 벗어난 사람의 비율이 알부민검사에서 1.54%, SGPT 에서 4.46%, 콜레스테롤에서 10.7%, 철분 16.4%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수치가 보다 축적된 자료에서 정확성이 높아질 때 국민보건문제에 요긴하게 이용될 것임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일본의 경우, 64년 동경올림픽때 혈액검사방법이 도입돼 요즘엔 연간 4조엔이 혈액검사비용으로 지출되며 KMI 정도의 시설을 갖춘 곳만도 1천여곳이 된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혈액검사가 보편화됐다는 것.
일반인의 입장에서 KMI의 혈액분석시스팀을 이용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집근처의 지정 병·의원에 가서 10cc 가량의 피를 빼기만 하면 된다. 수검자의 혈액샘플은 전국적으로 설치된 KMI의 지사망을 통해 그날 그날 수거, 부천의 연구소로 보내지며, 곧바로 분석작업에 들어가 서울은 1일, 자방은 2일이면 결과를 알려주고 있다. 검사요금은 6만원인데, 의사들은 자신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는 6개월마다 한번 정도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하고 있다. 최근엔 일부 의료보험조합에서 잉여자금으로 혈액검사를 실시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