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골프공 최고 시속 3백km

가장 빠른 스포츠공은?

스포츠에는 다양한 공이 등장한다.이들 중에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공은 무엇일까.한때 배드민턴의 셔틀콕이 가장 빠른 것일까.여기 셔틀콕을 능가하는 골프공이 있다.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시드니올림픽이 끝났지만 각종 스포츠 경기는 계속되고 있다. 부산에서 제81회 전국체육대회가 열렸고 프로야구는 정규시즌을 마쳤지만 포스트시즌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멀리 중동의 레바논에서는 제12회 아시안컵축구대회가 진행중이다.

스포츠 경기 중에는 구기종목이 있다. 다름아닌 다양한 공이 사용되는 종목이다. 축구공, 야구공, 배구공, 골프공, 테니스공, 이들과는 약간 다른 배트민턴공(셔틀콕) 등. 그런데 이런 공들을 대할 때 흔히 접하는 의문 중 하나. 과연 이들 중에 어떤 공의 속도가 가장 빠를까?

미국의 테니스선수 피트 샘프라스가 강하게 서브하는 테니스공이 빠를까, 아니면 영국의 배드민턴선수 사이먼 아처가 힘차게 스매싱하는 셔틀콕이 더 빠를까. 브라질의 축구선수 호나우도가 페널티킥을 한 축구공이 빠를까, 아니면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던지는 야구공이 더 빠를까. 미국의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가 장타를 때린 골프공이 빠를까, 아니면 미국의 홈런타자 마크 맥과이어가 때린 야구공이 더 빠를까.

이 중에서 박찬호가 던지는 강속구는 워낙 유명해 공의 최고속도가 시속 1백60km에 육박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투수가 던지는 야구공은 스피드건을 통해 바로바로 측정된다. 어떤 신문자료에는 배드민턴 셔틀콕의 최고속도가 시속 3백km에 달할 정도로 빠르다고 한다. 정말로 셔틀콕이 가장 빠를까.

축구공도 야구공만큼 빠르다


프로선수가 강하게 찬 축구공의 최고속도는 박찬호 선수의 강속구만큼 빠르다.


일반적으로 공의 속도는 공의 크기가 작을수록 빠르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공의 크기가 클수록 공기의 저항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공의 크기가 크면 보통 무게가 무거워지므로 같은 힘을 가하더라도 속도가 느려진다.

그렇다면 공의 크기가 가장 큰 축구공의 속도가 가장 느릴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그럴까. 놀랍게도 축구공의 최고속도는 시속 1백50km다. 1997년 6월 프랑스에서 열린 4개국 초청 프레월드컵에서 브라질의 로베르토 카를로스 선수가 프랑스전에서 만들어낸 속도였다. 상대진영 한가운데에서 얻은 프리킥을 카를로스 선수가 왼발로 찬 공이 총알처럼 골네트를 갈랐다. ‘왼발 프리킥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가진 카를로스 선수는 키 1백68cm, 몸무게 69kg의 작은 체구지만 허벅지의 둘레가 보통사람보다 두배나 큰 58cm이고 1백m를 11초에 주파하는 보기 드문 선수다. 카를로스 선수의 시속 1백50km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라질의 호나우드 선수가 페널티킥을 찰 때 시속 1백40km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굉장한 속도다.

반면 우리나라 축구선수들은 어떨까. 지난해 시드니올림픽을 준비하던 축구대표팀 선수들에 대해 스피드건을 이용해 슛 속도를 측정했던 적이 있다. 21명의 대표선수들의 슛 속도는 모두 시속 1백15km가 넘었고 고종수 선수가 시속 1백24km로 최고속도를 기록했다. 공식적으로는 유상철 선수가 세운 시속 1백28km가 최고속도이다. 비공식적으로는 최용수 선수가 시속 1백40km의 강슛을 날린 적이 있다고 한다.

아무튼 축구공의 최고속도는 메이저리그의 박찬호 선수가 뿌리는 야구공의 속도에 견줄 만하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도 시속 1백마일, 즉 1백61km를 내기 쉽지 않지만 디트로이트의 매트 앤더슨 투수가 시속 1백66km의 초강속구를 던진 적이 있다. 스피드건으로 측정된 이 속도는 현재까지 투수가 던진 가장 빠른 공으로 기록돼 있다.

셔틀콕의 최고속도 시속 2백61km


스매싱시 셔틀콬의 순간 최고속도는 시속2백50km가 넘는다.


야구공보다 크기가 작고 무게가 가벼운 테니스공의 속도는 어떨까. 강서브를 자랑하는 피트 샘프라스 선수에 대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뤄진 ‘고급 테니스 연구프로젝트’에 따르면 경기의 여러기술 중 서브의 최고 속도인 시속 1백93km가 가장 빠른 것으로 밝혀졌다. 서브 외에 공을 치는 기술의 속도는 백핸드 발리(손등을 위로 해서 라켓을 잡은 상태에서 공이 땅위에 떨어지기 전에 치는 기술)의 시속 71km에서, 공을 머리위에서 때리는 스매싱의 시속 1백77km로 나타났다. 또한 피트 샘프라스 선수의 강서브만을 집중적으로 다룬 연구도 있었다. 미국 시스루나 에어로스페스 사에서 행한 연구에 따르면 샘프라스 서브의 평균속도는 시속 1백93km였지만 최고속도는 시속 2백4km인 것으로 측정됐다.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시속 2백17km가 최고속도로 보고돼 있다.

신문에서 종종 인용되는 셔틀콕의 최고속도가 시속 3백km라는 말은 틀린 말이다. 국제배드민턴연맹에 문의한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공식적으로 국제적인 배드민턴용구업체인 칼튼사에서 세계정상급인 영국의 사이먼 아처 선수를 대상으로 스매싱시의 속도를 측정했다. 사이먼 아처 선수의 최고속도는 시속 1백62마일, 즉 시속 2백61km로 측정됐다. 이는 배드민턴 종목의 세계기록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배드민턴 선수들도 세계수준임을 감안한다면 국내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이런 속도 측정도 해봄직하다.

아무튼 사이먼 아처 선수의 셔틀콕 속도는 테니스에서 가장 강한 서브를 한다는 미국의 피트 샘프라스의 테니스공보다 빠르다. 그래서 국제배드민턴연맹에서는 배드민턴이 라켓을 사용하는 경기 중에서 가장 빠르다고 주장한다.

가장 작은 골프공이 가장 빨라

공 중에서 가장 작은 골프공의 속도를 생각해보자. 골프공의 속도는 장타를 때리는 드라이버 스윙시 가장 빠르다. 국내 골프선수들의 속도를 살펴보면 아마추어가 평균 시속 1백97km, 프로는 평균 시속 2백27km에서 2백37km로 측정됐다. 이 가운데서 가장 빠른 프로선수의 골프공 속도는 놀랍게도 시속 2백69km로 나타났다. 미국 프로골프선수들의 경우에는 최고속도가 시속 2백73km로 기록된다고 한다.

미국의 캠벨과 라이드가 행한 이론적인 연구에 근거해 추정하면, 골프 스윙이 이상적일 경우 골프공의 최고속도는 시속 3백km를 넘을 수 있다. 그들은 골프 스윙이라는 인간의 복잡한 운동을 단순화시켜 만든 모델에서 몸의 상체, 어깨, 손목의 토크(어떤 힘이 가해지는 물체를 회전시키는 정도)를 최대화시킬 경우 골프채 헤드(골프공을 때리는 순간 골프공과 만나는 부분)의 최대속도는 시속 2백49km가 될 수 있음을 계산했다. 그런데 실제 골프 스윙을 분석한 경우 골프공의 속도는 골프채 헤드의 속도보다 약 40%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을 감안하면 캠벨과 라이드의 이론적인 골프채 헤드의 속도로부터 얻어지는 골프공의 속도는 약 시속 3백50km가 된다. 물론 이런 추정은 이론적인 계산일 뿐이다. 하지만 골프스윙을 최적화한다면 골프공의 속도가 시속 3백km가 넘을 수 있다고는 말할 수 있다.

야구공 탄성을 작게 만든 이유

여러가지 스포츠공 중 골프공의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골프공의 속도가 가장 빠른 이유가 단순히 공의 크기가 가장 작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골프공의 속도가 이렇게 빠르게 된 이유는 공의 크기 외에도 두가지 요인을 더 생각할 수 있다(선수의 기량 차이에 의한 속도 차이는 논외로 하자).

첫번째 요인으로는 골프공의 탄성, 즉 반발계수를 들 수 있다.

구기종목에서 선수들이 공을 때리는 것은 물리학적으로 볼 때 실제로는 공과 물체의 충돌현상이다(단, 투수가 던지는 야구공의 경우는 이와 다르다).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 어떤 종목의 공이든지 모양이 찌그러지게 된다. 공의 모양이 변하는 순간 일부는 공의 탄성에너지로 저장될 수 있지만 일부는 유실된다. 이렇게 충돌과정에서 에너지의 일부가 사라지는 경우를 ‘비탄성충돌’이라 한다.

공을 일정한 높이에서 가만히 떨어뜨리면 공이 다시 튀어오르는데, 튀어오른 높이는 이전보다 더 낮다. 바닥과의 충돌과정에서 에너지의 일부를 잃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다. 바닥에 부딪치는 순간 속도와 되튀어나오는 순간 속도의 비가 일정한데 이것을 ‘반발계수’라 한다. 공이 완전탄성체라면 반발계수는 1이다. 예를 들어 당구대 위에서 충돌하는 당구공처럼 어떤 변형도 일어나지 않는 경우에는 에너지 유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완전탄성충돌에 가깝다. 반면 만일 공이 진흙덩이처럼 전혀 되튀지 않는다면 반발계수는 0이 된다.

특별히 골프공의 구조는 이런 반발계수(탄성)가 커지도록 제작된다. 골프의 특성이 필요에 따라 멀리 날아가는 것이 중요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골프공은 크게 두부분으로 된 투피스볼(two-piece ball)과 세부분으로 된 쓰리피스볼(three-piece ball)이 있다. 특히 투피스 골프공의 반발력이 뛰어나다. 이 공은 큰 심부와 얇은 표피의 두조각으로 구성된다. 심부의 재료는 타이어나 운동화에 쓰이는 보통의 생고무이고 표피의 재료는 매우 딱딱한 성질을 가진 미국 듀퐁사의 상품인 서린이다. 따라서 골프공은 변형이 적으면서 탄성은 큰 특성을 가진다.

야구공도 중심에 코르크 심 위에 고무를 씌운 후 모직실로 감지만 탄성은 골프공에 미치지 못한다. 야구공의 경우에는 타자가 때린 공이 수비수들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에 반발력이 일정 정도 이하로 규제된다. 물론 크기가 골프공보다 크기 때문에 속도는 더 느리다.

채찍질하듯 효과적인 가격

두번째 요인으로는 골프채 헤드의 속도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골프채 헤드가 골프공에 충돌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미국 네브라스카대 물리학과의 테드 조르겐슨 교수가 쓴 책 ‘골프의 물리’에 따르면, 골프채 헤드는 어느 정도 유연하면 휘어질 수 있는 골프채 샤프트(골프채 헤드가 연결된 막대부분)의 끝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스윙궤도의 저점에서 공을 가격하는 순간 자유로운 물체라고 어림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는 운동량보존법칙(물체의 질량과 속도의 곱인 운동량이 보존된다는 법칙)을 적용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충돌 전에 골프채 헤드가 가지고 있는 운동량의 수평성분은 충돌 후 골프채 헤드의 운동량 수평성분과 공의 운동량 수평성분을 합한 것과 같다. 운동량의 수직성분은 충돌 순간 골프선수가 골프채 샤프트를 통해서 헤드를 끌어당기기 때문에 보존되지 않는다. 결국 충돌 후 헤드의 속도는 늦어지지만 헤드보다 가벼운 공의 속도는 훨씬 빨라진다. 물론 충돌 전 헤드의 속도가 빠르다면 공의 속도는 더 빨라진다.

충돌 직전 골프채 헤드 속도는 시속 1백60km가 넘을 만큼 빠르다. 이렇게 헤드 속도가 빨라지는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자. 장타를 치기 위한 드라이버 스윙시 골프채는 충분히 뒤로 제쳐지고 골프채는 충분한 원심력을 얻는다. 이때 원심력에 의한 토크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테드 조르겐슨 교수는 골프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마치 채찍질을 하듯 효과적인 가격”이라고 평가한다. 골프공에 최종적으로 충돌하는 부분은 골프채 헤드지만 이런 힘(속도)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몸 전체와 골프채의 움직임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다.

울퉁불퉁한 공의 속도가 더 빠르다


골프공의 표면은 점차 곰보투성이로 변화됐다.좀더 멀리 날아가게 만들기 위해서다.


골프공의 표면은 왜 곰보투성이인가. 야구공에 솔기는 왜 있을까. 테니스공은 왜 보풀이 있나. 간단히 이유를 말하면 공이 날아가는 과정에서 공의 속도를 유지하고 멀리 날아가게 하기 위해서다. 얼핏 생각하면 이상한 생각이 든다. 매끈한 표면의 공보다 울퉁불퉁한 공의 속도가 더 빠르다니.

공이 날아갈 때 공기저항을 받는다. 날아가는 공의 경우 공의 앞뒤 표면에 작용하는 압력차이 때문에 생기게 되는 저항, 즉 형상저항이 크다. 이런 형상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는 공의 표면에서 공기의 흐름이 부드러워야 한다. 하지만 공의 속도가 굉장히 빠른 경우 공의 표면이 매끈하다면 공 표면의 공기 흐름은 공의 중간쯤부터 공에서 멀어진다. 이때 공 표면 앞뒤의 압력차가 크기 때문에 공의 속도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공은 멀리 가지 못한다.

​반면에 울퉁불퉁한 공이라면 공 주위에 미세한 난류가 발생한다.이런 난류는 공표면의 공기가 서로 섞이게 해주기 때문에 공 표면 앞뒤의 압력차가 줄어들고 공기저항도 작아진다.따라서 공의 속도가 크게 줄지 않고 멀리 날아갈 수 있다.예를 들어 골프공의경우에는 매끈할 때보다 곰보일 때가 두배나 멀리 날아간다.물론 야구공에도 솔기가 없었다면 박찬호선수가 시속 1백50km가 넘는 강속구를 구사하거나 메이저리그 한시즌 최다홈런기록을 깬 마크 맥과이어 선수는 가공할 만한 홈런을 치지 못했을 것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0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 진로 추천

  • 물리학
  • 기계공학
  • 화학·화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