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199902/S199902N015_img_05.jpg)
중성지가 좋은 이유, 형광펜이 나타내는 독특한 색의 비밀, 실패한 성공작 포스트 잇의 뒷이야기 등 책상 위 소품들의 자기 자랑을 들어보자.
책상은 우주다. 우주에서 별들이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듯이 책상 위에서도 많은 일들이 펼쳐진다. 책을 읽으며 상상의 세계로 여행을 가기도 하고, 재미있는 소설이 탄생하기도 한다. 라디오를 들으며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아름다운 시구에 줄을 치기도 한다. 밤늦도록 책상 위를 환하게 밝히던 등을 끄며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다.
비록 지금은 책상과 인연이 없을지라도 학창시절을 지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공간의 소중함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침실과 욕실이 삶의 재충전을 위한 휴식 공간이라면 책상은 많은 것들이 만들어지는 창조적 공간이다. 이를 위해 책상 위에는 다양한 소품들이 널려있다.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내며 주인을 격려하는 책상 위의 소품들이 풀어내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종이가 누렇게 변하는 이유
메모지에서부터 책에 이르기까지 책상 위에서 가장 손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종이. 종이(paper)라는 말은 지금으로부터 약 4천년전 고대 이집트인들이 기록을 위해 사용한 파피루스(papyrus)라는 식물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물론 이집트인들이 사용한 파피루스는 섬유가 분리되지 않은 것이기때문에 오늘날의 종이와는 다르다.
돌에서 파피루스로, 파피루스에서 밀납판으로, 밀납판에서 양피지로, 양피지에서 종이로 여행 해 온 문자들이 정착한 곳이 책이다. 이 문자들이 이제는 디스켓이나 CD에 담기고 있지만 종이의 존재는 여전히 위대하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 누렇게 변하는 것은 종이의 결정적인 약점이다. 심지어는 부서지기까지 하는데 그 이유는 공기나 자외선에 의해 종이의 주성분인 펄프 섬유가 산화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산화는 종이의 내습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첨가하는 백반과 같은 산성 성분 때문에 더욱 가속된다. 펄프 섬유는 산성에는 약하지만 염기성에는 비교적 잘 견딘다. 그러나 1950년대 중반부터는 산성 물질을 첨가하는 과정에서 환경문제가 제기돼 백반 대신 중성의 송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송진을 종이에 들러붙게 하기 위해 다시 반토라고 불리는 산화알루미늄을 첨가한다. 이 반토는 오랜 시간이 지나면 분해돼 산성화되고, 산성화된 반토는 종이의 탄수화물을 분해시킨다. 이런 화학작용의 결과로 종이는 누렇게 변하면서 너덜너덜해진다. 또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로 산성약품을 많이 쓰기 때문에 종이에는 기본적으로 산 성분이 많다.
요즘 고급 용도에 사용되는 중성지는 제지과정에서 사용되는 산 성분을 줄여 오래 보존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종이의 표면에 생기는 굴곡을 없애려고 사용하는 탄산칼슘도 종이가 중성을 띠는데 한몫한다.
우리의 전통 한지가 오래 보존되는 것도 한지가 중성지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염기성인 나뭇재나 석회를 이용해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이 염기성에 강한 섬유의 특성에 잘 맞았던 것이다.
![(그림1) 공명^라디오의 주파수를 맞추는 것은 라디오 내부 회로의 진동수를 방송국의 전파 진동수와 일치시키는 것이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199902/S199902N015_img_06.jpg)
라디오주파수 맞추기 공명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하면서도 음악을 듣거나 라디오 방송을 청취한다. 이런 행동이 집중력을 방해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개인의 긴장을 풀어준다는데는 어느 정도 동감할 수 있다.
라디오 방송을 듣기 위해서는 특정 주파수를 맞춰야 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주파수를 맞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여기에는 공명의 원리가 담겨있다. 공명은 한마디로 표현해 그네를 계속 탈 수 있도록 밀어주는 것과 같다.주기적으로 변하는 힘을 탄성체에 가하면 물체는 주어진 힘과 같은 진동수로 운동한다. 이것을 강제 진동이라고 한다. 만약 강제로 운동시킨 물체의 진동수가 그 물체의 고유 진동수와 같아지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 물체의 진폭은 커진다. 이런 현상을 공명이라고 한다. 진폭이 커진다는 것은 공명조건에서 에너지가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같은 진동수를 갖는 한 쌍의 소리굽쇠와 다른 진동수를 갖는 소리굽쇠가 있다고 하자. 같은 진동수를 갖는 소리굽쇠 중 1개를 어느 정도 떨어뜨려 놓은 곳에서 진동시킨다. 그러면 소리굽쇠는 고유진동수로 진동하기 시작하고 이 진동은 공기를 통해 전해지면서 다른 소리굽쇠를 진동시킨다. 이때 같은 진동수를 지닌 소리굽쇠는 진동하지만 다른 진동수를 가진 소리굽쇠는 거의 진동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주기적으로 변화하는 외부의 힘과 진동하는 물체의 속도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라디오 수신기 내부에는 코일과 축전기로 연결된 회로가 있는데 이것을 동조회로라고 한다. 우리가 주파수를 맞춘다는 것은 라디오 내부 회로의 진동수를 방송국의 전파 진동수와 일치시키는 일, 즉 공명이다.
![탄소가 정사면체 구조로 결합하고 있는 다이아몬드는 가장 단단한 광물이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199902/S199902N015_img_03.jpg)
책상 위의 다이아몬드
책상 위에서 다이아몬드를 찾아보자. 다이아몬드가 없다면 다이아몬드가 될 수 있는 것이라도 좋다. 이쯤 되면 누구나 쉽게 연필심이나 샤프심을 찾을 수 있다. 사실 흑연으로 이뤄진 연필심이나 다이아몬드는 다같은 형제다. 왜냐하면 둘 다 탄소로만 이뤄진 물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흑연은 니켈합금과 함께 고온고압장치(7만 5천기압, 1천7백℃ 이상)에서 녹이면 다이아몬드로 변한다. 그 생김새(구조)가 달라 하나는 고귀하게 대접받고, 다른 하나는 그저 평범한 존재로 취급받을 뿐이다. 흑연이 가장 무른 광물 중 하나임에 반해 다이아몬드는 가장 단단한 광물이라는 것도 큰 차이다.
이러한 성질의 차이는 탄소의 외각전자인 4개의 전자가 어떤 배치를 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4개의 전자가 공유결합을 하면서 정사면체의 꼭지점에서 다른 탄소와 결합을 하면 다이아몬드가 된다. 반면 흑연은 4개의 전자 중 3개가 평면에서 1백20。로 결합할 수 있는 팔을 만들고 나머지 1개는 평면에 수직으로 팔을 뻗어 다른 탄소와 결합한다.
동일평면상에서 결합돼 있는 힘은 매우 강하나 아래 위 면들 사이의 결합은 매우 약하다. 따라서 흑연의 층간 결합은 파괴되기 쉽다. 이것이 연필심이 무른 이유다. 또 흑연의 평면에 수직으로 결합한 전자들은 가시광선 영역의 빛을 모두 흡수하므로 검은 색을 띤다. 이렇게 보면 연필심으로서 흑연 만한 것이 없는 듯 싶다. 만약 연필심이 다이아몬드로 이뤄졌다면 글씨가 보이지 않을 뿐더러 닿는 물질을 다 찢거나 부서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연필심에 사용되는 흑연은 고급도자기에 사용되는 미세한 점토와 혼합된다. 이 두 성분의 혼합비율에 따라 열필심의 경도가 달라진다. 가장 널리 쓰이는 연필 종류는 HB(단단하고 검다는 뜻)다. 연필은 오늘날 샤프펜슬로 상당부분 대체되고 있지만 흑연 본래의 성질을 이용한 것에는 변함이 없다.
![삼파장 램프는 모든 빛이 골고루 나오는 백색광의 형광등이다. 고주파회로를 이용해 빛의 깜박임을 2만번 이상으로 만들어 눈의 피로를 줄였다는 것이 일반 형광등과의 차이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199902/S199902N015_img_02.jpg)
책상에 전등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석유와 심지를 이용한 호롱불까지는 아니어도 책상에 등장한 전등의 종류도 상당히 다양하다. 백열등과 형광등을 거쳐 근래에는 삼파장 램프라는 것이 나왔으니 말이다.
백열등은 말 그대로 백열 현상(incade-scence), 즉 물질을 높은 온도로 가열할 때 빛을 내는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오늘날 많이 사용되는 백열 전등의 경우 저항이 높은 텅스텐을 나선형으로 꼬아 만들었기 때문에 전기를 통하면 열이 많이 발생하고 온도가 올라가면서 빛이 방출된다. 하지만 전기에너지의 95%가 열로, 나머지가 빛으로 바뀌므로 에너지 낭비가 큰 것이 단점이다. 이때 방출되는 빛은 장파장(빨간 색의 빛)쪽의 빛이 많이 나온다. 이는 소비전력이 적은 전구를 켰을 때 붉게 보이는 것으로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반면 형광등이 빛을 내는 원리는 높은 온도와는 무관하다. 형광등의 구조를 보면 수은 증기가 들어있는 긴 유리관의 양끝에 전극이 있고, 유리관의 안쪽 표면에는 형광물질이 덮여있다. 양끝의 전극에 전류가 흐르면 자유전자들이 유리관 속으로 방출된다. 자유전자가 수은과 충돌하면 자외선이 발생하는데 이 자외선이 형광물질에 부딪쳐 빛을 발생시킨다. 이 때의 빛은 거의 모든 파장의 빛이 골고루 나와 백색광에 가깝다. 백열등에 비해 열에너지로 전환되는 비율이 적지만 한쪽으로만 전자가 흐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교류전원에서는 1초에 1백20번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는 깜박거림이 있는 것이 단점이다.
그렇다면 삼파장 램프란 무엇인가. 3가지 파장만 나온다는 말인가. 아니다. 사실 삼파장 램프는 모든 빛이 골고루 나오는 백색광의 형광등이다. 단 형광등과 차이가 있다면 고주파 회로를 이용해 빛의 깜박임을 1초에 1백20번에서 2만번 이상으로 바꿔 눈의 피로를 줄였다는 점이다. 깜박거림이 없는 백열등의 장점과 백색광을 내는 형광등의 장점만을 취했다고 보면 된다. 단 백열등과 달리 일반 형광등과 삼파장 형광 램프는 모두 켤 때 고전압이 걸리므로 강한 전자파가 발생한다. 따라서 머리로부터 약 25cm 이상은 떨어뜨려 사용하는 것이 좋다.
빛의 유혹 형광펜
책상 위를 굴러다니는 빨간색, 파란색, 검은색 싸인펜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저런 색이 나오게 됐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색의 근원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가장 간단한 답은 불을 꺼보면 알 수 있다. 불을 끄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 즉 색의 원천은 빛이다.
빨간색 펜, 파란 옷, 노란 손수건 등은 마치 그 자체가 색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색의 본질은 아무런 색깔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빛 속에 존재한다. 빨간색 펜으로 쓴 글씨가 붉게 보이는 것은 펜에 들어있는 염료의 색소가 모든 파장의 빛 중에서 붉은 색만 반사하고 다른 파장은 모두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빨간색 펜에는 빨간색을 반사시키는 색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색을 만들기 위해 여러 종류의 색소를 섞는다. 또 삼원색 이외의 색을 만들 때도 여러 종류의 색소를 섞는다. 한 예로 검은 색을 만들 때는 흑색 염료를 쓰기도 하지만, 빨강, 파랑, 노랑의 색소를 1:1:1의 비율로 섞어 만든다. 녹색을 만들 때는 청색과 노란색의 색소를 섞는다. 이때도 섞는 비율을 조절해 밝은 녹색을 만들기도 하고, 어두운 녹색을 만들기도 한다. 종이 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하면 싸인펜에 여러 가지 색소가 들어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형광펜은 어떻게 된 것일까. 언뜻 생각하면 일반 색소에 형광 물질을 넣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형광펜에는 형광색소가 쓰인다. 그렇다면 일반 색소와 형광색소의 차이는? 일반 색소나 형광 색소는 모두 빛을 받으면 원하는 파장의 빛을 흡수하고 나머지는 반사한다. 그런데 일반 색소는 빛을 흡수해서 받은 에너지를 모두 색소 분자가 진동하는데 써버리거나 주위의 다른 분자들과 충돌하면서 빼앗겨 버리고 만다. 그래서 일반 색소에 강한 빛을 쪼여주면 색소의 온도가 올라간다.
그런데 형광 색소는 빛에서 흡수한 에너지를 다시 파장이 더 긴 빛의 형태로 방출한다는 점에서 일반 색소와 다르다. 분자가 에너지를 받아서 빛의 형태로 방출하는 현상을 형광이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짧은 파장의 빛을 받으면 긴 파장의 빛이 방출되게 된다.
오래된 뼈에 들어있는 인 화합물이 낮 동안에 빛을 받아서 모아둔 에너지를 밤에 방출하는 인광도 사실은 형광과 매우 비슷한 현상이다. 형광 색소의 경우에는 색소에 쪼여준 빛에는 없는 색깔의 빛이 나오기도 하고, 모든 색소 분자들이 마치 작은 전구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단순히 쪼여준 빛을 반사하는 일반 색소와는 다른 느낌을 주게 된다.
일반적으로 형광 물질은 자외선 영역의 빛을 받을 때 쉽게 들뜬다. 따라서 형광펜으로 쓴 글씨에 자외선을 비춰주면 더 선명한 색을 볼 수 있다.
![접착력이 있는 포스트 잇의 뒷부분 현미경 사진. 수지 기포를 볼 수 있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199902/S199902N015_img_04.jpg)
실패한 성공작 포스트 잇
읽던 책을 접지 않고 표시해 둘 때나 간단한 메모를 적어 눈에 보이는 곳에 둘 때 사용하는 작은 종이. 일명 포스트 잇. 이 작은 메모지가 전세계의 사무실에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초반이다. 그 후 대학과 가정에까지 진출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는 작은 메모지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하고 나서 떼었을 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붙으면서도 완전히 붙지 않는 이런 제품을 개발한 사람은 도대체 누굴까. 누군지는 몰라도 독창적인 생각을 하는 과학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대답은 NO! 이것은 아주 평범한 사람이 화학자의 실패한 개발품을 유용한 상품으로 만든 것이다.
1970년 미국 3M중앙연구소 연구원이던 스펜서 실버는 기존의 접착제보다 훨씬 강력한 접착제 개발에 착수했다. 오랜 연구 끝에 접착력 향상에 성공했지만 회사의 최종적인 평가는 ‘실패’였다. 잘 붙기는 하지만 쉽게 떨어지는 치명적인 약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그 무렵 같은 회사 직원이었던 아트 프라이는 한 가지 고민거리를 풀지 못해 고심중이었다. 교회 성가대원이었던 그는 일요일마다 그 날 부를 찬송가 페이지에 작은 종이를 끼워 표시를 했는데 종이가 금세 빠져버리곤 했던 것이다. 때마침 실버의 연구 소식을 접한 프라이는 실버의 접착제를 종이에 칠해 자유롭게 붙이고 뗄 수 있는 종이표를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오늘날 책상 위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포스트 잇’이다.
![(그림2)순간 접착제가 굳는 원리](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199902/S199902N015_img_07.jpg)
접착제도 스피드 시대
접착제도 스피드 시대인가. 일명 순간 접착제라고 하는 것이 등장해 쪼개진 물건을 빠른 시간 내에 붙인다. 여기다 튼튼하게 까지. 1백년 전 만해도 접착제는 식물들의 수지나 동물들의 가죽과 뼈를 고아서 만들었다. 왜냐하면 동물의 가죽과 뼈에는 접착성이 있는 젤라틴 성분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수지와 아교는 접착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접착력도 그다지 좋지 못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것이 오늘날의 합성 접착제. 이것은 빨리 건조되면서 매우 강한 접착력을 발휘한다.
그렇다면 접착제에 물체들이 달라붙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대부분의 물질 분자 사이에 작용하는 분자력 때문이다. 아무리 매끌매끌한 표면이라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굴곡이 보인다. 붙는 물질에 접착제가 침투하면 접착제 분자와 물질 분자 사이에 분자력이 강하게 작용한다. 둘째, 앵커 효과라고 불리는 기계적인 힘 때문이다. 접착제가 굳으면 물질 표면의 요철에 걸쇠처럼 걸려 떨어지기 어렵다는 얘기다.
순간접착제가 다른 것에 비해 더 빨리 붙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순간접착제라도 붙는 원리는 보통 접착제와 같다. 하지만 굳는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는 차이가 있다.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순간접착제의 주성분은 시아노아크릴라이트라는 화합물이다. 이 물질은 보통 액상의 상태로 분자가 뿔뿔이 흩어져 있다. 여기에 아주 적은 양의 수분이 닿으면 순간적으로 분자들끼리 결합해(중합반응) 고분자로 되면서 굳는 성질이 있다(그림2).
공기 중에는 어느 정도의 수분이 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물질을 순간 접착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더 강하게 붙는 이유는 다른 접착제에 비해 굳으면 더 단단한 수지로 변하기 때문이다. 또 물질 표면의 홈이 아주 작더라도 비집고 들어가기 때문에 강한 접착력이 생긴다. 실험에 따르면 철과 철을 붙였을 때 1cm2의 접착 면적 당 4백kg의 힘을 견딘다고 한다. 이것은 우표크기만한 접착면에 씨름 선수가 매달려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순간 접착제의 기능이 모든 물질에서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구리 같은 것에서는 수초만에 접착되지만 알루미늄 같은 것에는 15초 이상 걸린다. 또 샴푸 용기 등에 사용되는 폴리에틸렌에도 잘 붙지 않는다.
![(그림3) 확대해 본 바코드](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199902/S199902N015_img_08.jpg)
정보 이름표 바코드
책상 위에 있는 대부분의 물건들은 공산품이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공산품들에 줄무늬 이름표가 붙었다. 바로 1970년대 초반부터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부터 바코드가 사용됐다. 이 코드는 제조, 유통업체가 제품에 관한 정보를 0.3mm의 흰 막대와 검은 막대로 표현한 것이다. 이것은 판매 즉시 판매량과 금액 등 판매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집게 하는데 쓰인다.
우선 바코드의 체계는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사용되는 유럽상품번호(EAN)코드와 미국과 캐나다에서 사용되는 통일상품코드(UPC)로 크게 나눠진다. 우리나라는 유럽상품번호코드를 부여받아 사용하고 있다. 바코드는 대개 13자리 숫자로 돼 있는데 앞의 3자리는 국가를, 다음 4자리는 제조업체를, 다음의 5자리는 상품 품목을, 마지막 1자리는 바코드가 정확하게 구성됐는지를 확인하는 숫자로 이뤄진다. 예를들어 8801001211110에서 880은 한국을, 1001은 (주)펭귄을, 21111은 통조림을, 0은 체크 숫자를 의미한다.
![(표1) 번호세트에 따른 숫자값](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199902/S199902N015_img_09.jpg)
바코드는 공산품뿐만 아니라 책에도 표시돼 있다. 이 코드 역시 EAN코드방식을 따르지만 ISBN(국제표준도서번호), ISSN(국제연속간행물번호)으로 나눠진다. 예를 들어 과학동아 표지에 붙어있는 ISSN 1228-3401이라는 번호는 한국에서 발행되는 잡지인 과학동아라는 정보를 담고 있다. 전세계 어디서라도 이 번호는 관학동아의 고유번호인 것이다.
자세히 보면 바코드는 굵기가 다른 흰 선과 검은 선이 불규칙적으로 배열돼 있다. 그러나 바코드만큼 많은 규칙이 지배하고 있는 것도 없다. 어떻게 흰바와 검은 바가 숫자를 나타내는 것일까(그림3).
![(표2) 첫째자리 수에 따른 번호세트 조합](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199902/S199902N015_img_10.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