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다른 사람의 피를 수혈할 수 없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을까.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혈액형을 맞춰 수혈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과학적 선물은 오스트리아 비엔나 출신의 카를 란트슈타이너(1868-1943)가 20세기의 첫 유산으로 마련했다.
란트슈타이너는 1902년 인간의 혈액형이 A, B, C(지금의 O형), AB형으로 이뤄졌음을 발견했다. 한 사람의 적혈구를 다른 사람의 혈청과 섞으면 가끔 뭉친다는 사실을 안 그는, 여러 사람의 결과를 교차 비교한 결과 사람의 혈액형이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17세기부터 의사들은 동물의 피를 인간에게 수혈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수많은 희생자만 냈을 뿐 그 방법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사람의 피를 수혈하는 일 역시 절망상태에 빠진 경우를 제외하고는 쓰질 않았다. 항상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너무 위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미의 인디언들만은 자기네 부족끼리 아무런 문제없이 자유롭게 수혈하고 있었다. 왜 인간은 자유롭게 수혈할 수 없을까, 왜 인디언만은 예외인가 하는 궁금증은 란트슈타이너의 혈액형 발견으로 모두 해결됐다. 인간에게는 4종류의 혈액형이 있어 다른 혈액형과는 수혈이 어렵다는 것, 그리고 인디언들은 거의 대부분이 O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혈액형의 발견은 전쟁 속에서 피를 필요로 하는 수많은 부상자와 아이를 낳을 때마다 피를 많이 쏟는 산모의 목숨을 구했다. 1차대전 중 부상자가 2천만명에 이르자 수혈은 의료행위 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게 됐다. 또 수혈하기 위해 모은 피를 응고하지 않도록 구연산나트룸을 첨가해 저장하는 방법도 발견돼 혈액은행이 탄생할 수 있었다.
란트슈타인은 제1차 세계대전으로 조국 오스트리아가 폐허가 되자, 미국으로 건너가 1929년 그곳 시민이 됐다. 그리고 이듬해 혈액형 발견으로 노벨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