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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불로불사의 꿈, 영생

인간수명 1백 20세가 한계

 

영생의 비밀을 찾기 위한 과정을 그린 일본 애니메이션 '은하철도999'의 한 장면


인간의 가장 큰 관심의 하나는 바로 건강이다. 오래 살려는 인간의 욕망은 역사 이래로 수많은 장수양생법을 만들어냈다. 고대 인도인은 호랑이의 고환을 먹었고, 히브리인과 시리아인은 젊은이의 피를 마시거나 그 피로 목욕을 했다고 전해진다. 15세기 교황 이노센티우스 8세는 죽기 직전에 세 소년의 피를 수혈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이나 인도에서 성행하던 연금술은 금을 만드는 목적보다 불로장생의 약을 만드는데 더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인간은 아직까지 불로장생약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수백살을 살았다는 증거도 없다.

30-40세에 불과하던 평균 수명이 2배인 70-80세로 늘어난 것은 불과 1백여년만의 일이다. 21세기의 질병으로 꼽히는 노인성치매과 같은 난치병이 극복되면 다음 세기중에는 평균수명 1백세도 곧 달성할 것이라고 한다. 청동기시대인 4천년 전 사람의 평균 수명이 겨우 18세였고, 2천년 전인 서기 1세기경 22세였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노화를 설명하는 이론들

이런 추세라면 다음 세기에는 인간의 최고 수명이 2백살 정도로 늘어나지 않을까? 옛소련의 의학자 보고모레테스는 1938년 ‘생물의 수명은 성숙기의 5-6배’라는 학설을 발표했다. 이 학설에 따른다면 사람의 수명은 성숙기를 20세로 잡을 경우 1백-1백20세가 되는 셈이다. 현대 의학 역시 인간의 수명이 1백20세를 넘기지 못한다고 전망한다. 심각한 유전적 문제가 없고 필요한 영양소를 적절하게 섭취할 경우를 전제한 가장 낙관적인 견해다.

인간은 왜 1백20세 이상을 살 수 없을까? 인간의 숙명적인 운명을 변경하려고 수많은 과학자들이 숱한 시간을 연구소에서 보냈다. 그러나 불멸의 진리와도 같은 인간의 죽음은 여전히 어느 누구도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노화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의학은 노화의 증상-머리가 세고 이가 빠지며 뼈와 근육이 약해지는 것, 주름살, 폐경 등-을 방지하는데 거의 아무 것도 기여하지 못했다. 한 학자는 사람이 30세가 지나면 매년 어김없이 약 1%의 비율로 신체의 각 기능이 약화된다고 추산했다. 이 무자비한 쇠퇴의 원인은 무엇인가?

세포학자가 내세우는 첫번째 이론은 세포안에 있는 유전 메커니즘이 낡아져 자체 수리 능력을 잃고 쇠퇴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예비 유전자’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유전자 중에 잘못된 부분을 제거하고 성한 것으로 대체하려는 특성을 지닌 유전자를 말한다. 오래 사는 종이란 예비 유전자가 풍부해서 여러번 수리가 가능한 종을 말한다. 결국 노화란 한정된 양의 예비부품을 써버리는 과정이다.

두번째 이론은 노화유전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이론이다. 즉 노화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정상적인 발달의 일부로 생물체의 유전자 시스템에 입력돼 있으며, 이 유전자는 미리 프로그램된 시기에 작동을 개시한다는 설명이다. 일단 작동이 시작되면 노화유전자는 세포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물질을 생산하는 과정을 느려지게 하거나 멈추게 만든다. 사춘기나 폐경기가 오듯이 우리 몸에 일종의 생물학적 시계가 있어서 ‘삶의 가을’이 찾아드는 것이다.

신체에 대한 위험요인이 축적됨으로써 노화가 진행된다는 ‘손상설’도 있다. 한 예로 당(糖)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이지만 과잉상태가 되면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과 결합해 노화를 일으킨다. 또 몸의 대사과정에서 생기는 유해활성산소가 세포나 DNA에 손상을 입히거나, 잘못 만들어진 효소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현상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유라디칼(free radical)이론을 써서 노화는 유전 메커니즘 자체의 쇠퇴 때문이 아니라 세포 내의 에너지 처리 센터가 쇠퇴한 탓이라는 주장도 있다. 자유라디칼이란 화학적 성질이 불안정한 원자 혹은 원자의 그룹을 일컫는데, 섭취된 음식물이 세포에서 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이다. 자유라디칼이 주변의 생체조직과 결합해 화학반응을 일으킴으로써 몸에 피해를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수명이 한정적이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가설 가운데 하나가 ‘헤이프릭의 한계설’이다. 1960년대 미국의 생물학자 헤이프릭은 정상세포가 영원히 살 수 있는 게 아니며 정해진 수명이 있음을 제창했다. 수명이 약 2.5년인 생쥐가 14-28번, 30년인 닭은 15-35번, 인간이 20-60번이며 1백50년 이상 사는 갈라파고스 거북이는 72-1백14번이다. 즉 배양세포의 수명과 개체의 수명사이에 연관성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탄소 재질의 수명이 열쇠

그렇다면 앞으로 의학이 발달해 인간의 세포가 무한대로 성장해 갈 수 있는 방법론을 개발하고 또 효율적인 인공장기도 만들수 있다면 어떨까. 불행하게도 여전히 1백-1백20년 정도가 한계 생명이다. 왜 그럴까.

지구에 있는 생물은 지구 표면에 있는 수많은 원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탄소는 생체구성물의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적인 원소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탄소 재질의 사용 기간이 대략 1백년 정도다. 결국 사람의 수명은 자원적인 면에서 볼 때 1백년을 초과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4백-5백살로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잊어버리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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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종호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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