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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를 관측하게 되면 우주를 보는 인류의 시야가 획기적으로 넓어진다. 대표적인 예가 블랙홀이다. 광학망원경이나 전파망원경처럼 빛을 이용해 관측할 수 없던 블랙홀도 중력파를 이용하면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중력파 관측소는 미국에 있는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 일명 라이고(LIGO)다.

라이고는 빛의 간섭을 이용해 시공간의 진동을 측정하는 중력파 검출장치다. 중력파가 지나가면 시공간이 일정한 방향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드는데, 그걸 측정한다. 시공간 변화가 워낙 작아서 신호를 증폭시키기 위해 라이고 양쪽 끝에 거울을 달아 레이저를 왕복시킨다. 2000년 완성돼 10년간 가동한 뒤 업그레이드를 위해 5년 동안 문을 닫았다. 중력파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기 위해 더 강한 레이저 파원과 진동 잡음제거 장치를 설치했다. 검출 감도는 10배 높아졌다.

귀가 밝은 사람만이 멀리서 나는 약한 소리도 들을 수 있다. 파동의 세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검출 감도가 10배 좋아진 라이고는 X, Y, Z축으로 각각 10배씩, 총 1000배 넓은 영역을 탐사할 수 있게 된다. 우주에서 중성자별과 블랙홀로 이뤄진 쌍성계가 합쳐질 때 큰 중력파가 나온다. 중력파 관측소의 대표적인 목표물이다. 이제 지구에서 6억5000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도 새로운 라이고로 관측할 수 있다. 업그레이드 작업은 현재 마무리 단계다. 지난 3월 부품 조립을 마친 ‘어드밴스드 라이고’는 8월 중으로 마지막 시험운전을 마치고 9월 가동을 시작한다.

6월 21일부터 26일까지 광주에서 열린 아말디 회의의 주인공은 단연 어드밴스드 라이고였다. 라이고 연구팀의 발표에 전 세계 중력파 연구자들의 눈이 집중됐다. 연구팀은 9월부터 첫 3개월간은 중력파원을 검출할 확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1년에 0.0004~4개 정도를 찾는 수준이다. 하지만 튜닝과정을 거치며 앞으로 확률이 점점 높아져 2020년이면 중성자별 쌍성계를 1년에 20~30개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주 중력파 프로젝트도 초읽기

우주 중력파 프로젝트인 리사(LISA)의 길잡이 위성(LISA Pathfinder)도 올해 발사가 계획돼 있다. 리사는 인공위성 세 대를 우주에 띄워 정삼각형 모양의 레이저 간섭계를 만든 뒤 중력파를 검출하는 프로젝트다. 왜 굳이 검출기를 우주로 올리는 걸까. 저주파 영역의 중력파는 지구 지름보다도 훨씬 긴 파장을 가지기 때문이다. 일부 블랙홀이나 펄사 쌍성계에서 오는, 주파수가 0.1mHz에서 0.1Hz 사이인 긴 파장 중력파는 아예 지구에서 검출하기 어렵다.

리사는 위험도가 큰지라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올 11월 길잡이 위성부터 발사한다. 작은 규모의 검출기를 탑재해 시험해보기 위해서다. 원래 리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이 함께 주도하던 프로젝트였는데, 미국이 포기선언을 하면서 유럽이 이끌게 됐다. 현재는 e-리사(evolving LISA)로 이름을 바꿨다. 유럽우주국은 2034년을 목표로 e-리사 등 우주 중력파관측소 가동을 추진 중이다.


 



새로운 중력파 검출기, 소그로

아말디 회의에서는 미래의 새로운 중력파 검출기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특히 1세대 중력파실험물리학자인 미국 메릴랜드대 백호정 교수가 발표한 ‘전방향초전도 중력파 검출기(SOGRO, 소그로)’가 주목을 받았다. 석유나 광물자원탐사에 이용하던 구배측정기를 개선해 중력가속도와 중력장의 변화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백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초전도 양자간섭계를 이용하면 중력파의 변화를 기록할 수 있을 정도로 구배측정기를 민감하게 만들 수 있다.

소그로는 라이고처럼 클 필요가 없다. 백 교수는 소그로의 규모로 약 10~100m를 제안했는데, 4km에 이르는 라이고에 비해 훨씬 작은 크기다. 검출하는 중력파원의 주파수 대역도 리사와 라이고 사이의 빈 영역인 0.1~10Hz 대역이다. 백색왜성의 쌍성계와 중간질량 블랙홀의 쌍성계에서 오는 중력파가 이 주파수 대역에서 검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제안에 대해 학회에 참석했던 많은 학자들이 관심을 보였고, 특히 중력파를 검출하는 방식과 그 기술적인 면을 물어보는 질문이 많았다. 알버트 아인슈타인 연구소장인 브루스 알렌 교수는 “소그로가 한국에서 건설될 계획이 있는가”라고 물으며 큰 관심을 보였고, 라이고 과학협력단 가브리엘라 곤잘레즈 대변인은 “매우 유망한 아이디어”라 평했다.


 

2015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 에디터

    변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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