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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술치료

마음에 분노 숨었을 때 효과

소아정신과에 온 5살난 아이가 있었다. 겉으로는 유순해보였지만 어쩐지 불안하고 위축된 느낌을 주는 아이였다. 공격성이 내재된 것도 때때로 엿보였다.

아이의 아버지는 개인 사업으로 늘 바빴다. 어머니는 다른 형제를 돌보느라 이 아이와 잘 놀아주지 못했다. 그래서 늘 외로움을 타고 있었다.
아이에게 표현하고 싶은 내용을 종이에 그려보라고 하자 아이는 지붕 위에서 버스가 떨어지는 장면을 그렸다. 사람 얼굴에는 표정이 없었고, 나무를 사람처럼 묘사했다. 대인 관계에서 불안한 정서를 갖는 아이의 특징적 표현이다.
 

고양이 가면


색채에 숨은 사람의 속마음

3개월에 걸쳐 아이에게 계속 그림을 그리게 했다. 아이는 위축되고 억압된 정서를 자연스럽게 일에 익숙해졌다. 또 여러 사람과 협동해서 그림그리는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타인에 대한 감정이 점차 안정돼 갔다. 3개월 후 아이의 그림은 밝은 분위기로 바뀌었다. 자신감이 늘고 의사표현 능력이 상당히 좋아졌다. 주 1회 개인 활동, 주 5회 집단 활동을 통해 얻은 결과였다.

표현하는 흔히 ‘미술’ 하면 전문가들이 그림을 전시하거나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으로만 생각한다. 하지만 일반인이 낙서를 하거나 미술재료로 표현하고 놀이하는 모든 것을 미술 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선이나 색채를 통해서 사람의 속마음을 알 수 있다는 점이다.
미술치료에서 ‘치료’란 말은 사회에 부적응 행동을 보이거나 신체·정신적으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창작활동을 통해 증상이 줄어들 수 있도록 돌본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아픔에 대한 호소를 성실히 들어주고, 적당한 시기에 적절한 창작 방법을 활용해 증상을 치유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을 통해 개인의 정신성장과정을 촉진시키고 보다 건전한 성격으로 전환되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집단으로 벽화를 그리게 하면 집단 속에서의 적절한 인간 관계를 배울 수 있다. 또 숨은 감정을 드러내도록 하기 위해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그림으로 표현하게 한다.

미술치료가 이용되는 범위는 넓다. 정신 병원에서는 개인뿐 아니라 가족과 같은 집단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특수학교와 상담소에서는 신체장애자나 정신지체 자폐아의 치료교육용으로 이용된다. 여기서는 표현력이 부족하거나 공격적인 일반아동의 심성 계발을 위한 적응행동 프로그램이 개발돼 있다.

미술치료를 받기 위해서 특별히 그림을 잘 그릴 필요는 없다. 미술적 소질은 물론 연령과 지능에 거의 관계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노인 환자에게는 자신의 생애를 정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알코올 중독자나 성폭력 피해자에게는 위기의 경험에서 자신의 생활을 검토하는 그림을 그리도록 만든다. 집단치료에서는 서로의 표현을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한다. 특히 가족이 공동작품을 만들다 보면 서로의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미술치료의 장점은 마음에 분노와 공격적인 감정이 있을 때 효과를 발휘한다. 만일 이런 감정을 행동으로 표현하면 본인이나 주변 사람에게 위험할 것이 당연하다.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면 내면의 심한 갈등 세계가 드러난다. 특히 언어로 의사소통이 적절하지 못한 경우에 효과적이다.
 

미술치료


굳이 병적 증세가 없다 해도 일반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자기 표현의 과정을 통해 창의성과 열린 감정, 그리고 대인관계에서 필요한 대처 능력을 키워준다. 아이들은 그림 속에서 동생과 싸웠거나 부모님이 야단치신 것, 억지로 가야만 하는 학원, 맞았던 일 등 두려움과 갈등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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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박현희 미술치료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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