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류시아, 그리고 사이다. 작년 말 이후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을 시작, 이미 음반을 냈거나 조만간 낼 채비를 갖춘 국내 가수들이다.
이들이 겨낭하고 있는 타깃은 주로 10-20대의 젊은 연령층.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고,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며, SF영화를 즐겨 보는 계층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3차원 컴퓨터 그래픽은 친숙하다. 또 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사이버 공간을 마음껏 누비고 다닌다. 그래서 사이버 공간에서 입체적인 모습과 율동을 갖춘 가수들이 등장했을 때 젊은이들은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댄서의 고초
국내 사이버 가수의 첫 신호탄인 남성 캐릭터 아담이 탄생한 이후 음반업계의 반응은 무척 긍정적이다. 데뷔곡 ‘세상엔 없는 사랑’이 수록된 CD는 현재까지 15만장 이상 판매됐다. 인터넷 접속건수가 30만이 넘어섰고, 매일 팬레터가 1백여통 배달된다. 제작업체에 따르면 국민학생과 중학생 저학년층에 특히 인기가 높다고 한다. 사이버 여가수 류시아와 사이다는 인터넷에서 데뷔곡을 수록해 누구나 다운로드해서 즐길 수 있다.
이들의 목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목소리를 컴퓨터에서 합성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오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 가수가 노래한 것을 사이버 가수의 입모양에 합성한 것일 뿐이다. 물론 목소리의 진짜 주인공은 철저히 보안 속에 가려져 있다. 만일 알려진다면 사이버 가수 생명력의 하나인 신비로움이 깨질 것이기 때문이다.
가수들의 얼굴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아담의 경우 동서양 남녀 1천여명의 이미지를 모은 뒤 여기서 공통적인 매력을 가진 인물을 40여명 추렸다. 그리고 하나의 기본틀이 되는 인물을 정하고 그의 개성을 없앤 후 공통적인 매력을 첨가했다. 세계 시장에서 손색이 없을 정도의 미남 가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다.
류시아 역시 비슷한 노력을 거쳐 얼굴이 만들어졌다. 단지 제작한 사람이 미혼인 탓에 자신의 이상형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아담의 외모와 뚜렷한 차별을 두려고 한 듯 긴 생머리의 섬세한 여성 얼굴이다.
류시아에 비해 사이다는 평면에서 볼 때 다소 얼굴이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예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이다 제작을 주도한 (주)예스네트의 윤석민 실장은 “사이버 스타의 중요한 생명력인 액션에 치중하다 보니 평면 얼굴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못썼다”고 이유를 설명한다. 가수라면 노래는 물론 화려한 율동을 자유자재로 펼쳐야 인기를 끄는 추세인 만큼 정지된 화면에서의 얼굴보다 입체감 있게 움직이는 얼굴 표정과 몸동작에 중점을 뒀다는 말이다.
사실 입체적으로 예뻐보이는 얼굴을 만드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사람의 얼굴이 예쁜 것은 표정이 살아있을 때 얘기다. 제아무리 미녀라 해도 무표정한 얼굴은 매력이 없다. 따라서 사이버 가수의 얼굴을 예쁘게 만들려면 실제 사람의 표정을 3차원적으로 실현시켜야 한다. 하지만 수많은 근육의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지는 미묘한 표정을 입체감 있게 만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만일 앞면을 예쁘게 만들고 옆모습을 보면 이상하게 예쁘지가 않아 고민중”이라고 제작자들은 고충을 토로한다.
그러나 이런 한계는 그다지 큰 결점이 아니다. 사이다는 다른 가수들에 비해 훨씬 화려한 율동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교코 다테보다 춤동작이 뛰어나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평이다.
제작진이 사용한 기법은 무선으로 모션을 캡처하는 방식. 몸 곳곳에 센서를 부착한 무명의 댄서가 춤을 추면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각 동작이 컴퓨터 화면에 저장된다. 여기에 사이다의 모습을 입히면 자연스럽게 춤추는 가수 사이다가 실현된다. 동원된 센서는 28개. 다른 가수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숫자다. 춤출 때 센서의 위치가 바뀌지 않기 위해 댄서는 몸에 꽉 붙는 옷을 입고 센서를 붙인 뒤 테이프로 온몸을 둘둘 감아야 하는 고초를 겪었다.
하지만 수많은 머리카락의 움직임을 제대로 잡기는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제작진은 사이다의 머리카락을 짧게 만들기로 결정했다. 사이다가 발랄한 느낌을 주는 단발 소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 여주인공으로 등장
사이버 가수들의 활동은 단지 음반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담은 올해 초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과에 명예학생으로 등록했다. 2002년에 열릴 한일 월드컵 대회에서 공식 주제가를 준비할 예정도 있다. 이때 일본의 사이버 스타 교코 다테와 함께 공연하는 계획이 추진중이다.
류시아는 TV에서 뮤직쇼를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나설 채비를 하는 한편, 조만간 개봉될 영화 ‘천사교실’에 여주인공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물론 실제 연기자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