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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 인플루엔자 백신 Universal flu vaccine

Chapter 06. 백신┃

만능 열쇠, 만능 엔터테이너, 만능 간장…. 모든 일에 능통하다는 뜻의 ‘만능’이라는 수식어를 백신에도 붙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백신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만능(universal) 백신을 꿈꿔왔다. 
만능 백신은 어떤 바이러스가 침투하든 모든 항원에 대해 면역력(항체)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백신이다. 


현재 백신은 감염병이 발생한 뒤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에 맞춰 개발된다. 그런데 만능 백신은 이론적으로 감염병이 발병하기 전에 우리 몸이 예방할 수 있게 만드는 백신을 말한다. 
이런 꿈 같은 백신이 과연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쉽지는 않다고 예상한다. 


만능 백신 개발이 쉽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백신은 항원을 이용해 만드는데, 바이러스는 그 종류와 돌연변이에 따라 항원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만능 백신의 개발이 시작된 지 20년가량 지났음에도 상용화된 만능 백신이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지금도 만능 백신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만능 인플루엔자 백신이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는 매년 조금씩 모습을 바꿔 반복적으로 유행한다. 과학자들은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대한 과거 연구를 바탕으로 다음 해에 유행할 인플루엔자바이러스를 예상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예상되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접종하면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전에 면역력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이 전략이 성공해 만능 인플루엔자 백신이 개발되면 지금은 매년 접종해야 하는 인플루엔자 백신을 평생에 한 번, 또는 수년에 한 번으로 대폭 줄일 수 있다. 


물론 이것을 진정한 의미에서 만능 백신이라고는 볼 수는 없다. 미래에 유행할 바이러스에 대한 예측이 틀릴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만능 백신 개발의 핵심은 모든 바이러스가 종류와 돌연변이 여부에 관계 없이 공통으로 갖는 항원을 찾는 것이다. 


가령 인플루엔자바이러스들이 공통으로 가진 단백질을 찾으면 이를 항원으로 사용해 만능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 실제로 2000년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서 공통 항원으로 추정되는 후보 단백질 3개가 발굴됐다. 


인플루엔자바이러스의 표면에는 헤마글루티닌(HA), 뉴라미니다아제 (NA) 그리고 M2 단백질이 있는데, 이중 HA와 NA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 아형마다 다른 구조를 가진다. 반면 M2 단백질은 돌연변이가 거의 일어나지 않아 대부분의 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같은 형태의 M2 단백질을 가지고 있다. 현재 미국 텍사스대, 생명공학회사 플루젠 등 다수의 연구팀이 M2 단백질을 이용해 만능 인플루엔자 백신을 개발 중이다. 


그밖에 HA의 말단에 비해 줄기 부분에서는 돌연변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HA 줄기에 결합하는 항체로 만능 인플루엔자 백신을 만들려는 시도도 있다. 


하지만 HA 줄기는 항체가 결합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여서 항체가 생성되더라도 HA 줄기와 결합하지 못할 수 있고, 이 경우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다는 한계에 봉착해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면서 만능 백신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오늘날 개발되는 코로나19 백신은 대부분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가 사람 세포에 결합해 유전체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항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스파이크 단백질은 돌연변이가 자주 일어나는 대표적인 부위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도 박쥐 세포에 결합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탄생했다. 돌연변이에 관계없이 코로나바이러스가 공통으로 갖는 항원을 찾아야 만능 백신이 현실이 될 수 있다.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2020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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