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는 무엇이고, 라니냐는 무엇입니까?
엘니뇨는 원래 남미 페루 연안에서 바닷물의 온도가 매년 크리스마스 경이 되면 올라가는 계절적 현상을 일컫는 말이었다.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물고기 떼가 연안바다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비가 많이 내리므로 어부들은 출어를 포기하고 가족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겼다. 때문에 이런현상을 ‘아기 예수’라는 의미를 가진 스페인어의 엘니뇨(El Ni n~o, 원래는 남자아이라는 뜻)라 불리게 됐다. 이러한 현상은 보통 한달 가량 지속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겨울마다 나타나는 계절적인 현상이 아니라 수개월 이상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는 상황이 계속되는 현상을 특히 엘니뇨라고 부른다. 관측에 따르면 엘니뇨 현상은 페루 연안에만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니라, 날짜 변경선부터 페루 연안(거리 약 1만km)까지 적도지역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는 매우 큰 규모의 현상임이 밝혀졌다.
학자들은 현재의 해수면 온도에서 평균값을 뺀 편차를 가지고 엘니뇨를 정의한다. 열대 태평양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6개월 이상 평년 수온보다 0.5℃ 이상 높은 경우 엘니뇨라고 정의하고, 이와 반대로 0.5℃ 이상 낮은 경우는 라니냐(La Ni n~a, 스페인어로 여자아이)라고 정의한다. 즉 엘니뇨와 라니냐는 동전의 앞과 뒤라고 할 수 있다. 라니냐는 학자에 따라 이상 저온 현상, 엘비에조(El Viejo, 노인이라는 뜻), 반엘니뇨(Anti-El Ni n~o)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한편 엘니뇨는 이상 온난 현상이라고도 불린다. 또 엘니뇨는 해양의 크기가 태평양에 비해 작은 대서양이나 인도양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어떤 기상학자는 콜럼버스 이후의 항해일지 등을 조사해 16세기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엘니뇨의 발생횟수를 조사했는데, 이에 따르면 엘니뇨는 매우 불규칙하게 발생하며 발생주기는 2-8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엘니뇨가 발생하면 페루에는 홍수가 발생하는데, 페루의 옛 도시의 유적에서 산사태에 의해 매몰된 더 오래된 도시의 폐허가 발견된 사실로 미루어 보아, 엘니뇨는 오래 전부터 지구에 나타난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닷물의 온도는 왜 이렇게 변하는 것입니까?
한편 바람(무역풍)에 의해 바닷물이 계속 서쪽으로 쓸려 가는 남미 연안에서는 바다 밑의 찬 바닷물이 솟아올라서(용승) 바닷물의 온도가 차다. 그러나 적도 지방의 무역풍이 약해지면, 동태평양의 찬 바닷물의 용승은 약해진다. 그리고 동태평양에서 시작되는 해류도 약해져서 더워진 바닷물이 정체돼 날짜변경선 부근까지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는 엘니뇨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반대로 무역풍이 강해지면, 바닷물의 용승이 활발해져 이 지역 바닷물의 온도는 평상시보다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20세기초 태평양의 타히티와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다윈 지역의 기압 사이에 나타나는 시소 현상이 발견됐는데, 이를 남방진동(Southern Oscillation)이라 한다. 그런데 1970년대 이후 관측과 자료분석을 통해 엘니뇨와 이 남방진동이 밀접히 연결된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과학자들은 이 두 종류의 현상을 합해 ENSO(엘니뇨-남방진동)라고 부른다. 타히티의 기압은 낮아지고, 다윈의 기압이 높아지면 무역풍이 약해지며, 이에 따라 엘니뇨가 발생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라니냐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엘니뇨의 발생은 적도 지방의 대기 운동의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항상 따라 다닙니까?
엘니뇨나 라니냐 현상은 발생주기, 세기, 지속기간이 불규칙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대체적으로 높은 곳이 있으면 낮은 곳이 있듯이 엘니뇨와 라니냐는 서로 따라다닌다고 할 수는 있으나, 때로는 엘니뇨가 연속해서 발생하거나(1990년대 초반), 반대로 라니냐만 발생하거나(1940년대), 또는 몇년 동안 엘니뇨나 라니냐가 발생하지 않는(1950년대말∼60년대초) 경우도 있다. 최근 이론들은 불규칙성의 요인으로 여러 메커니즘을 제시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엘니뇨가 왜 불규칙하게 일어나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라니냐의 영향권입니까?
앞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엘니뇨나 라니냐는 다른 현상이 아니라 ENSO라고 불리는 한 현상이다. 또한 단순히 적도 동태평양에서 바닷물의 온도가 변하는 현상이 아니라, 해양 - 대기 시스템의 대규모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바닷물의 온도 변화와 더불어 대기 순환에도 변화가 일어나며, 이러한 변화는 다시 대기를 통해 엘니뇨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은 ENSO의 영향권, 즉 라니냐의 영향권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엘니뇨 또는 라니냐가 우리나라 기후 변동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적으로 나타내기는 매우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약 30% 정도라고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라니냐에 대한 정보와 자료는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전세계적인 라니냐의 영향은 열대지방과 북남미 대륙에 미치고 있으며, 우리 나라를 포함하는 동아시아 지역에는 겨울철에 그 영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과거의 자료를 이용한 통계분석으로 지역에 따라 정반대되는 기후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라니냐가 발생했을 때 우리 나라는 여름은 기온이 높고 건조한 경향이 있고, 겨울은 추운 경향이 있다. 그러나 중위도에 위치한 우리 나라의 기후는 ENSO뿐만 아니라 다른 기후요인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영향은 뚜렷하지 않다.
기상 이변은 모두 엘니뇨와 라니냐 탓인가
기상이변이란 짧은 기간 중에 사회나 인명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기상현상이 발생했거나, 1개월 이상에 걸쳐 날씨가 평년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쳤을 때를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엘니뇨도 기상이변(또는 이상기후)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최근 매스컴에서도 지구상에 나타나는 기상 재해의 원인을 엘니뇨에서 찾고 있다. 과거 기후기록을 찾아보면, 기상재해에 의한 인명피해는 엘니뇨가 발생했을 때가 다른 기간에 비해 매우 크다.
엘니뇨가 발생했던 1972년은 ‘기상 이변의 해’라고 불릴 정도로 각종 기상재해가 세계 각지에서 발생했다. 예를 들면, 러시아는 극심한 가뭄으로 곡물 생산이 최악의 상태였으며, 중남미, 아프리카 서부, 인도, 중국, 호주 및 케냐 등지에도 극심한 가뭄이 발생했다. 1972년의 엘니뇨와 기상 이변으로 인한 막대한 재해는 기후 변화에 따른 지역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세기의 엘니뇨’라고 불렸던 1982/83년 엘니뇨에 의해,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네시아, 인도, 필리핀 등지에서 극심한 가뭄에 의한 피해가 속출했고, 볼리비아, 에콰도르, 페루, 미국 등지의 홍수 등 전세계에서 2천여명의 사망을 비롯해 약 65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1백30억 달러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렇게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이후에야 엘니뇨 예측에 관한 연구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됐고, ENSO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으니 실로 엘니뇨와 기후에 관한 우리의 인식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현재 한국도 엘니뇨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엘니뇨의 피해는 1997년 4월 이후 태풍, 고조, 대설, 홍수, 가뭄, 산불 등으로 사망 16명, 재산피해 2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1998년 6월 15일자 Korea Herald).
한편 엘니뇨는 피해만 입히는 것은 아니다. 작년 7월-10월은 가뭄으로 일사량이 풍부해 풍년이 기록됐으며, 지난 겨울에는 이상난동으로 IMF로 어려웠던 겨울을 에너지 걱정 없이 지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