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성서속의 성이야기

서구문화 윤리의식에 강력한 영향 미쳐

고대 오리엔트, 즉 지금의 이집트에서 이라크에 이르는 띠 모양의 지역에 살았던 민족은 서양문명의 기초를 닦은 조상으로 여겨진다. 이 지역에서 형성된 다양한 사고방식은 그리스, 로마, 나아가서는 기독교 문화로 통합되었다. 고대 오리엔트 민족 중에서 생활상이 가장 잘 알려진 민족은 유대인이다. 성경이 방대한 정보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롯의 아내는 타락의 도시 소돔을 탈출할 때 야훼의 지시를 어기고 뒤돌아보다 수금기둥이 돼버린다. 남자끼리의 성관계를 의미하는 영어(sodomy)는 소돔에서 비롯됐다.


동성애는 천벌로 다스려

기독교는 사랑과 용서의 종교이지만 동시에 금욕과 극기의 종교이기도 하다. 그러나 성경에는 동성애, 간통, 강간, 근친상간, 매춘 등 유대인들의 탐욕적인 성생활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소개되어 있다. 성경에서 인간의 성행동을 판단한 기준이 훗날 서구문화의 성윤리에 강력한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성경은 남자끼리의 성관계를 극도로 혐오했다. 동성애를 탐닉한 대가로 소돔과 고모라가 신에 의해 파괴되고, 동성애가 빌미가 되어 기브아가 전쟁으로 초토화된다.

하느님의 천사들이 롯의 집에 머물고 있는데 소돔의 사내들이 몰려와서 천사들을 동성애 상대로 내어줄 것을 요구한다. 롯은 천사 대신 두명의 딸을 제공하려 한다. 천사들이 롯의 가족을 성 밖으로 떠나게 한 다음에 “야훼께서 손수 하늘에서 유황불을 소돔과 고모라에 퍼부으시어 거기에 있는 도시들과 사람과 땅에 돋아난 푸성귀까지 모조리 태워버리셨다.”(창세기 19:24-25)

레위인 한사람이 첩과 함께 여행 도중에 기브아에서 어느 노인의 집에 하룻밤을 묵게 된다. 무뢰배들이 몰려와서 노인에게 동성애의 상대로 레위인을 요구한다. 레위인은 자신의 첩을 기브아 남자들에게 넘겨준다. 그들은 그녀를 밤새도록 욕보였으며 결국 죽게 만든다. 첩의 죽음이 도화선이 되어 내전이 일어났으며 기브아를 공격한 이스라엘군은 “그 성 사람과 짐승을 만나는 대로 칼로 쳐죽이고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성읍들에도 닥치는 대로 모조리 불을 놓았다.”(판관기 20:48)

남자가 페니스를 다른 남자의 항문에 삽입하는 항문성교를 의미하는 영어(sodomy)는 소돔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행위는 비역 또는 남색이라 한다. 남색은 망측한 짓으로 표현되거나(레위기 18:22), 수캐짓으로 비하되었으며(신명기 23:17-18) “여자와 한자리에 들듯이 남자와 한자리에 든 남자가 있으면 그 두사람은 망측한 짓을 하였으므로 반드시 사형을 당해야 한다. 그들은 피를 흘리고 죽어야 마땅하다”(레위기 20:13)고 하였다.

동성애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정리한 최초의 인물은 사도 바울이다. 그는 남자끼리 정욕의 불길을 태우는 행위를 경멸하고(로마서 1:27), 남색하는 자는 하느님의 나라를 차지할 수 없다고 말한다(고린토전서 6:9).

남의 아내를 간음하지 말라

성경에서 동성애 못지 않게 경멸받는 행위는 간통이다. 십계의 일곱번째 계율은 간음하지 말라는 것이며(출애굽기 20:14, 신명기 5:18), 열번째 계율은 이웃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는 것이다(출애굽기 20:17, 신명기 5:21).

야훼가 모세에게 가르쳐준 ‘아내가 간통한 것을 밝히는 절차’(민수기 5:11-31)에 따르면, 아내를 사제에게 데리고 가서 곡식예물을 바치고 거룩한 물을 사용하는 비법으로 간통 여부를 밝혀낸다. 간통한 사실이 발각되면 남녀 모두 함께 사형을 당해야 한다(레위기 20:10, 신명기 22:22).
간통에 대한 경고는 성경의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남의 아내를 범하다가 붙잡히면 맞아터지고 수모를 받음은 물론이고 앙갚음을 당할 것이며(잠언 6:32-35), 간음녀는 공중 앞에 끌려나가 벌받고 치욕은 만대에 지워지지 않을 것이며(집회서 23:22-27), 간음으로 태어난 사생아들은 후손 없이 일찍 죽게 되고 설령 오래 산다 하더라도 존경받지 못할 것이다(지혜서 3:16-18).

간통 당사자뿐만 아니라 간음의 소생까지 저주할 정도로 성경은 간통을 엄금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간통이 냉혹하게 다스려진 것은 아니다. 다윗은 유부녀인 바쎄바와 간통하여 아이를 갖게 된다. 태아의 아버지를 속이기 위해 그녀의 남편인 우리야를 싸움터에서 불러들여 술을 먹이고 바쎄바와 동침할 기회를 주었으나 성사되지 않는다. 결국 다윗은 우리야를 가장 전투가 심한 곳으로 보내서 전사하게 만들고 바쎄바를 아내로 삼는다. 바쎄바가 낳은 다윗의 아들은 일주일만에 죽는다. 야훼가 다윗이 지은 죄를 다스리기 위해 불륜의 씨앗을 죽인 것이다.

바쎄바가 낳은 다윗의 두번째 아이가 솔로몬이다(사무엘하 11-12). 간통죄에 대한 처벌은 사형이었으나 두사람은 사형은 커녕 일체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 다윗에게 떨어질 신의 처벌도 그를 비껴가고 바쎄바의 첫 아들이 대신 죽는다. 다윗이 왕의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예수는 산상설교에서 “누구든지 여자를 보고 음란한 생각을 품는 사람은 벌써 마음으로 그 여자를 범했다”(마태오복음 5:28)고 말하고, 길을 떠날 때 부자청년이 다가와서 영생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묻자 간통금지가 포함된 계문을 상기시킨다(마르코복음 10:17-19). 그러나 간음한 여자를 타살 직전에 구출하는 아름답고 극적인 에피소드를 남긴다.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간통현장에서 붙잡혀온 여자를 모세법에 따라 돌로 쳐죽이는 문제에 대해 의견을 물어오자 예수는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고 말한다. 결국 아무도 돌을 못던지게 되어 그녀는 죽음을 면한다(요한복음 8:3-11).

바울은 사랑의 의무를 다 하려면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로마서 13:8-10), 간음하면 하느님의 나라에서 추방된다고 편지에 적고 있다(고린토전서 6:9).

간통은 신약성서에서 새롭게 정의된다. 이혼한 사람이 첫번째 배우자가 살아있는 동안에 재혼하면 간통을 범한 것으로 간주했다(마태오복음 5:32, 19:9, 마르코복음 10:11-12, 루가복음 16:18).
 

다윗의 맏아들 암논이 이복누이동생을 강간하고 멀리하자 친오라버니 압살롬(사진)은 암논을 살해한다.


강간을 대량학살로 보복

성서의 율법이 가장 기이하게 적용된 성범죄는 강간이다. 약혼하지 않은 처녀와 강제로 성교하다 붙잡히면 강간범은 처녀의 아비에게 50세겔을 바치고 결혼해야 한다(신명기 22:28-29).

약혼한 남자가 있는 처녀는 강간한 장소에 따라 처벌 내용이 다르다. 들판에서 겁탈당했을 경우 처녀가 소리쳐도 건져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남자만 죽인다(신명기 22:25-27). 그러나 성읍 안에서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남녀 모두 돌로 때려죽인다. 처녀가 강간 당하면서 소리를 질러 구원을 청하지 않았기 때문에 화간으로 간주한 것이다(신명기 22:23-24).

첫번째 경우 강간범이 처녀 아버지에게 돈으로 피해를 보상하고, 나머지 두 경우 죽임을 당하는 것은 여자를 남자의 소유물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강간을 아버지나 약혼자의 재산에 경제적 피해를 안겨준 행위로 보았던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히브리 병사들은 승리하면 여자들을 전리품으로 차지하여 마음대로 사용했다(신명기 20:14).

성서에는 강간을 대량학살로 보복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방군주인 하몰의 아들 세겜이 야곱의 딸인 디나를 욕보인다. 하몰이 야곱에게 청혼했으나 야곱의 아들들은 복수하기로 결심하고 결혼조건으로 그 마을의 모든 남자가 할례 받을 것을 요구한다. 할례를 받은 남자들이 아파서 신음하고 있을 때 디나의 오빠들은 성 안으로 들어가 하몰과 세겜을 포함해서 남자라는 남자는 모조리 죽이고 “모든 재산을 빼앗고 자식과 아낙네들을 사로잡고 집이라는 집은 다 털었다.”(창세기 34:2-29)

기브아 역시 윤간에 대한 대가로 대량학살의 비운을 맞는다. 레위인은 첩이 기브아 남자들에 의해 집단강간을 당하여 죽게 되자 첩의 시체를 열두 토막으로 절단하여 이스라엘 부족에게 보낸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동맹군을 결성하여 기브아를 도륙한다(판관기 20-21).

강간은 궁중에서도 일어났다. 다윗왕의 자식들 사이에서 강간사건이 발생하여 골육상쟁의 피바람을 일으킨다. 다윗의 맏아들인 암논은 이복누이동생인 다말을 짝사랑하여 끝내 강간한다. 암논은 욕심을 채우고나자 다말이 싫어져서 멀리한다. 다말의 친오라비인 압살롬은 암논의 행동에 앙심을 품는다. 그로부터 2년 뒤 압살롬은 잔치에 이복형인 암논을 초대하여 살해한다(사무엘하 13).
 

신약성서에서 회개의 본보기로 소개되는 막달라 마리아는 창녀출신이다.


롯과 두 딸의 성관계

암논과 다말의 성관계는 근친상간적인 요소가 다분하지만 다윗왕은 강간사건에 대해 전해 듣고 암논을 처벌하지 않는다(사무엘하 13:21). 그러나 성서에는 근친상간을 금지하는 계율이 있다. “아무도 같은 핏줄을 타고난 사람을 가까이 하여 부끄러운 곳을 벗기면 안된다”(레위기 18:6)라고 성행위를 의미하는 완곡어법을 사용하여 그릇된 성관계를 금지했으며, 성적인 금기의 대상으로 아비의 동거녀, 이복누이, 손녀, 고모, 이모, 숙모, 며느리, 형제의 아내, 장모 등을 열거했다(레위기 18:8-18, 신명기 27:20-23).

성서의 율법이 근친상간을 금지하고 있지만 가족간의 성관계가 여러차례 소개된다. 성서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근친상간은 롯과 두 딸의 성관계이다. 롯의 아내는 소돔을 탈출할 때 야훼의 지시를 어기고 뒤를 돌아보다가 소금기둥이 되어버린다(창세기 19:26). 롯과 두 딸은 동굴로 피신하였는데, 시집갈 남자가 없던 자매는 아버지에게 포도주를 먹인 뒤 첫 날은 언니, 다음 날은 동생이 아버지와 성교하여 임신하게 된다(창세기 19:30-38). 종족보존을 위해 근친상간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묘사되어 있다.

히브리 가정에서 첩에게 아내와 대등한 신분이 주어진 것은 아니지만 가족의 일부로 간주되었다. 아버지의 첩과 성관계를 갖는 것은 성서의 근친상간 금기를 위반하는 행위이다. 야곱에게는 빌하라는 소실이 있었는데 야곱의 맏아들인 르우벤이 그녀를 범한다(창세기 35:22). 야곱은 훗날 유언을 남기는 자리에서 르우벤에게 “끝내 맏아들 구실을 하지 못하리라. 제 아비의 침상에 기어들어 그 소실마저 범한 녀석!”이라고 말한다(창세기 49:3-4).

첩과의 근친상간은 압살롬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된다. 압살롬은 암논을 살해하고 도망친다. 훗날 다윗왕은 압살롬을 용서하여 불러들이지만 압살롬은 도리어 반란을 일으켜 아버지를 축출한다. 다윗은 왕궁을 지킬 후궁 열만 남겨놓고 피난길에 오른다(사무엘하 15:16). 새로 왕위에 오른 압살롬은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패주한 부왕이 버리고 간 후궁들을 포로로 잡아서 백성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궁궐의 옥상에 장막을 쳐 신방을 마련한 다음에 ‘온 이스라엘이 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부왕의 후궁 열명과 차례로 성교를 한다(사무엘하 16:22). 압살롬의 행위는 근친상간이라기 보다는 궁정 쿠데타의 성공을 알리는 정치적 행동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다윗은 왕권을 다시 찾았을 때 열 후궁을 한데 가두고 생과부로 죽게 한다(사무엘하 20:3).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

나사렛 예수의 족보를 보면, 다말, 라합, 룻, 바쎄바 등 네명의 여자가 직계조상으로 되어 있다(마태오복음 1:3-7). 이들은 이스라엘인이 아니면서 이스라엘 남자와 결혼했는데 성행각에 문제가 있는 여인네들이다. 가령 다말은 창녀로 변장했고 라합은 진짜 창녀였다.

유다의 맏며느리인 다말은 과부가 되어 친정으로 돌아간다. 자식이 없던 다말은 창녀 행색을 하고 길섶에서 유다를 유혹하여 동침한다. 다말은 시아버지의 씨를 쌍둥이로 낳는다(창세기 38:11-27).

라합은 예리고 지역에 살던 창녀이다. 모세의 부관으로 이스라엘 백성의 통수권을 승계한 여호수아는 정탐원을 예리고에 밀파했는데, 라합의 집에 묵게 된다(여호수아 2:1). 훗날 여호수아가 예리고를 점령하여 도시를 파괴할 때 정탐원을 숨겨준 보답으로 라합 일가의 목숨을 살려준다(여호수아 6:17). 창녀 라합은 믿음 때문에 멸망을 당하지 않은 것으로 묘사된다(히브리서 11:31).

성경에는 창녀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지나가는 아무에게나 가랑이를 벌리고 수없이 몸을 팔아 네 아름다운 몸을 더렵혔다. 물건이 크다고 해서 이웃나라 에집트 사람들에게도 몸을 팔았다.”(에제키엘 16:25-26) 솔로몬은 한 아이를 놓고 서로 친모라고 주장하는 두 창녀에게 판결을 내린다(열왕기상 3:16-28). 부자와 창녀 사이에 태어난 입다는 아버지의 상속을 받지 못하고 쫓겨나서 건달패들을 모아 비적떼의 두목이 되었으나 이스라엘을 외침으로부터 구해내는 전쟁영웅이 된다(판관기 11).

기독교 역사의 극히 초기에는 금욕과 성적 순결이 동일시되었으므로 매춘을 철저하게 비난해야 마땅했다. 그러나 기독교는 매춘을 필요악으로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성경에는 창녀에 대해 적지 않은 동정을 나타낸 대목이 나온다.

예수는 창녀들이 바리새인보다 먼저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한다(마태오복음 21:31). 신약성서에서 죄인 중 가장 으뜸가는 회개의 본보기로 소개되는 막달라 여자 마리아는 창녀출신이다(루가복음 7:37-50).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의 생모인 마리아 다음으로 중요시되는 여성이다. 예수의 무덤이 비어 있는 것을 최초로 발견하고(마태오복음 28:1-8, 마르코복음 16:1-8, 요한복음 20:1-10), 예수의 부활을 최초로 목격한다(마태오복음 28:9-10, 마르코복음 16:9-11, 요한복음 20:11-18).

성경에서 매춘부를 부도덕한 사람으로 비난한 인물은 바울이다. 그는 고린토인들에게 보낸 첫째 편지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여러분의 몸이 그리스도의 지체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까? 그런데 그리스도의 몸의 한 부분을 떼어서 창녀의 몸의 지체로 만들어서야 되겠습니까? 절대로 그럴 수 없습니다.”(고린토전서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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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인식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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