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한국 대학은 MT(수련모임)나 학과 저녁 모임 등 친목 도모를 위한 학과 활동이 많다고 들었다. 그에 비해 임페리얼칼리지의 학과 생활은 상당히 단조로운 편이다. 연례행사인 ‘크리스마스 볼 파티’를 제외하면 학과에서 단합을 위해 진행하는 행사가 거의 없다. 


신입생의 경우 새로운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선배들과 매칭시켜주는 제도가 있지만, 그 외에는 다른 학년과의 교류가 거의 없다. 서로가 서로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고 본인의 일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학업과 사적인 일에 대한 구분도 명확한 편이다. 한국 대학에 비해 영국 대학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고나 할까. 특히 임페리얼칼리지는 모든 활동이 철저하게 학업 위주로 돌아간다.


임페리얼칼리지는 학과별로 일종의 ‘이상적인’ 자습 시간(independent study hours)을 두고 있다. 화학과의 경우에는 강의 시간의 3배 정도 된다(화학공학과 등 공대의 다른 과에 비해 월등히 적은 편이다!).


임페리얼칼리지에서 평균 성적을 받으려면 방학과 주말을 모두 포함해 매일 5~6시간 공부해야 하는 셈이다. 이처럼 자습 시간이 많은 이유는 강의 시간은 하루에 3시간인데, 강의 내용은 방대하기 때문이다. 


학업량이 상당히 많다보니 대부분의 학생은 학교나 학과 행사가 있어도 굳이 참석하지 않는다. 학생들끼리 개인적으로 만나는 일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줄어든다. 내 경우에는 아르바이트로 매일 2시간씩 쓰고 있어 시간 내기가 더욱 어렵다. 


다행히(?) 학생들이 대부분 정해진 학사일정에 따라 수업을 듣기 때문에 수업 중에 교수나 동기들과 친해지게 된다. 물론 수업 시간에 만나는 것이 전부이지만, 하루 3시간의 수업과 5시간의 실험을 계속 함께하다 보면, 따로 만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서로 익숙해지게 된다. 


임페리얼칼리지의 개인주의적 성향은 교수와의 관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교수에게 스스럼없이 이름이나 애칭을 부를 만큼 거리감 없이 대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적으로 친하게 지내는 경우는 드물다. 


아무리 학생에게 애정이 많은 교수라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학생에게 먼저 찾아가 손을 내미는 경우도 없다. 의미 있는 질문에는 자세한 답변이 돌아오지만, 상대적으로 무가치한 질문에는 스스로 찾아보라는 식의 냉정한 답변이 돌아오기도 한다. 교내에 도움의 손길은 수없이 많지만,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가 적극적이어야 한다.


또한 존칭을 생략한다고 해서 예의를 잊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교수를 향한 감사와 존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학생의 태도, 즉 질문을 하는 방식이나 내용 등을 통해 전해진다. 


예를 들어 혼자 공부해서도 알 수 있는 내용을 질문하는 것은 교수의 귀한 시간을 뺏는 무례한 행동이다. 그래서 쉬운 내용을 반복적으로 질문하는 행동을 불쾌하게 여기는 교수들이 종종 있다.
교수 한 명이 학생 4~6명을 개별지도 해주는 튜토리얼 수업에서조차 학생을 시험하듯 영혼까지 털어버릴 만큼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교수가 많다. 그래서 수업 전날 최대한 완벽히 준비를 마쳐야 한다.


실제로 올해 1월 핵자기공명 분석법 과목의 문제풀이 수업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사건이 있었다. 문제를 제대로 푼 학생이 20명도 되지 않자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의 수업에 일말의 성의도 보이지 않은 것이라며 모욕적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나는 한국에 있어서 수업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그 수업에 있었던 동기의 말에 따르면 강의 내용에 비해 문제가 너무 어려웠다고 한다. 결국 학과의 학년 대표들이 직접 교수를 찾아가 사과하면서 이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교수들이 불친절하고 무섭다는 의미는 아니다. 며칠 전 그 교수가 진행하는 워크숍에 갔는데, 학생들이 준비만 열심히 해오면 정말 친절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데 매우 적극적이었다. 학과 생활이 마냥 즐겁기는 어렵지만, 학업에 집중하고자 한다면 영국 대학의 이런 문화는 오히려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9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글 및 사진

    고승연 임페리얼칼리지 화학과 2학년
  • 에디터

    서동준 기자 기자

🎓️ 진로 추천

  • 화학·화학공학
  • 교육학
  • 경영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