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5일 태양관측위성인 소호위성이 사라졌다. 미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기구(ESA)가 1995년 공동으로 쏘아올린 소호 위성은 지상관제소와의 통신이 두절돼 행방이 묘연해졌고, 현재 두 우주기구의 연합조사팀이 사고원인 조사와 복구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7월말 현재 위성체를 원상 복구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소호위성의 사고는 위성체가 태양을 향하는 방향조정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위성은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동적으로 위성에 탑재된 방향제어기를 가동해서 태양 쪽을 향하도록 위치를 제어한다. 그러나 소호위성은 정상위치로 돌아가는데 실패했고, 현재 지상관제소에서도 원격조정이 되지 않는 상태다.
연합조사팀은 이번 사고의 원인이 미리 프로그램된 명령체계에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위성체에 탑재된 위치제어기인 자이로스코프를 작동시키는 지상제어 컴퓨터에 들어가는 프로그램에 오류가 있어 올바른 명령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또다른 가능성은 위성이 비상사태에 처했을 때 자동으로 작동하는 3개의 자이로스코프가 미리 프로그램된 내용을 읽어들이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때문으로 생각된다. 현재 자이로스코프는 2개만 작동하고 나머지 한개는 작동하지 않는 상태다. 조사단은 아마 이 두가지 원인이 결합돼 위성체의 방향제어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나사와 유럽우주기구는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1991년 유럽우주기구가 발사한 올림푸스 위성이 비슷한 상태에서 회복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올림푸스 위성도 방향제어에 이상이 생겼고, 축전지와 연료가 동결되는 등 동력체계와 통신체계에 이상이 발생했었다.
과학자들은 7월을 고비로 위성의 동력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며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위성체는 고정된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면서 태양 주위를 돌기 때문에 위성체가 태양을 바라보는 각도가 조금씩 변한다. 과학자들은 위성체의 태양전지판이 태양 쪽이 아닌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올 가을쯤이면 위성체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빛의 양이 최대에 이르러 동력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많은 문제들이 상존하고 있어 낙관은 이른 상태다. 위성체를 원상으로 돌리더라도 탑재된 과학기기가 이미 열로 손상됐을 수 있고, 위성의 회전율이 너무 컸다면 위성 자체에 구조적인 장애가 발생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올 11월까지의 소호위성의 예상궤도는 신뢰할만하다고 보고 추적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때를 지나면 통신이 두절됐던 순간에 위성체가 지녔던 상태에 따라 다른 궤도로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위성의 자세제어로켓이 작동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으므로 11월 이후의 위성 궤도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