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집안에만 있어야 된다. 남자가 앞에 가면 여자는 약간 떨어져 뒤따라가야 한다. 이런 모습은 옛날 어른들의 세계에서 드물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 이면에는 어쩌면 여자는 방향 감각이 둔하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여자는 길눈이 어둡다는 말들도 심심찮게 들려오곤 한다. 이러한 사고틀은 남성 위주의 세계에서 만들어진 생각이었을까?
사람의 경우만 여자가 방향 감각이 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쥐 실험을 통해 알아보면 암컷 쥐는 수컷 쥐에 비해 미로를 빠져 나오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물론 고도의 문명을 자랑하는 인간 세계를 쥐의 세계에 비교한다는 것이 언어도단이겠지만, 쥐 실험은 뭔가를 생각하게끔 하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여자 아이의 방향감각이 둔하다는 생각에는 어떤 근거가 있을까? 신경해부학과 신경내분비학의 입장에서 이루어진 연구에 따르면 뇌에 성차가 존재한다. 1981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스페리에 의해 좌뇌와 우뇌의 기능이 밝혀졌는데, 좌뇌는 언어 기능을, 우뇌는 공간 인식을 담당한다.
여기에 덧붙여 최근에는 뇌의 기능 분화에 남녀차가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남자의 경우 우뇌에는 공간지각능력이 집중 배치돼 있고, 좌뇌에는 언어기능이 집중돼 있다. 그러나 여자의 경우 언어기능은 좌뇌에 집중돼 있지 않고 양쪽 뇌에 고루 분포돼 있다. 여자 아이의 언어능력이 뛰어난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결과적으로 언어기능을 우뇌에 분담시키기 때문에 여자의 경우 공간인식능력이 잘 발달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같이 뇌의 하드웨어가 남녀간에 차이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놀랍게도 정소에 해답이 있다. 남자 아이는 어머니의 태내에 있을 때 정소에서 대량의 안드로겐이라는 남성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안드로겐 샤워에 의해 남자 아이는 우뇌가 발달한다.
쥐의 실험을 다시 예로 들면 암컷 쥐에 안드로겐을 주사했더니 지리적 감각이 수컷과 같은 수준으로 향상됐다. 따라서 여자가 방향감각이 둔한 이유는 정소에 의한 안드로겐 샤워를 받지 못해서라고 생각을 확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왼손잡이는 남성이 여성보다 두배나 많다고 한다. 잘 알겠지만 왼손잡이는 우뇌가 더 발달해서 생긴다. 다시 말해 안드로겐 샤워에 의해 좌뇌가 억제되면 상대적으로 우뇌가 강해져, 우뇌와 관계된 왼손잡이가 남자에 많이 나타나는 것은 아닐까?
이같은 생각에 기초해 왼손잡이의 원인이 되는 안드로겐이 수학적 능력의 신장과 관계있다는 가설을 세워볼 수 있다. 이러한 가설을 세우면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 가운데 남자가 많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미켈란젤로나 아인슈타인 같은 왼손잡이 천재들은 안드로겐 샤워에 의해 태어났을 확률이 높다.
보봐르는 ‘제2의 성’에서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는 여자로부터 남자가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XY의 성염색체를 가지고 있어도 안드로겐 샤워를 받지 못하면 뇌의 성분화는 커녕 남성 생식기도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여성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여성으로서 기능을 발휘한다. 따라서 여자는 기본형이고 남자는 여자의 수식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안드로겐 샤워를 많이 받았다고, 즉 천재라고 좋아할 것은 없다. 왜냐하면 ‘천재는 단명한다’라는 말처럼 천재는 보통 사람보다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여자의 경우 종족 보존을 위해 남자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그래서 약간 불편하지만 방향 감각이 둔한 여성의 길은 안전성을 택한 신의 배려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