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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를 쪼개면 우주가 열린다

‘소수공상’ 저자 김민형 옥스퍼드대 교수 인터뷰





자연수를 계속 나누다보면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 수에 도달한다. 과학자들이 원자를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쪼개고, 다시 쿼크와 경입자 등으로 쪼개며 물질의 근본을 찾으려는 것처럼 수학자들도 가장 근본적인 수를 찾으려 노력한다.

페르마 방정식에서 해의 유한성을 증명한 세계적인 수학자, 김민형 옥스퍼드대 교수는 최근 발간한 책 ‘소수 공상’에서 현대물리학의 정수인 기본입자와 소수 사이에 흥미로운 유사성이 있다고 밝혔다. 수학콘서트 ‘音(음)과 數(수)의 판타지’ 강연을 위해 잠시 한국을 방문한 김 교수를 만나 이에 대해 물었다.

“소수와 기본입자는 더 이상 분해되지 않을 거라고 믿는 사람들을 배신하며 더 근원적으로 나눠졌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그 과정에서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는 차원을 한 단계 높여줬다는 점도 같고요. 수학자와 과학자가 이런 유사성에 주목하면 더 큰 원리를 발견할 수 있어요.”
김 교수는 이런 유사성이 어디서부터 오는 것인지, 또 다른 공통점은 없을지 끊임없이 상상하고 탐구하는 일을 ‘공상’이라고 표현했다. 지적 호기심에서 출발한 상상은대부분 허망하게 공상으로 끝나버리지만, 이런 공상에서 위대한 이론이 탄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10월 5일 열렸던 수학콘서트도 공상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프랙탈 구조를 음악으로 들어보고,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건축과 기욤 뒤파이 음악 사이에 어떤 수학적 유사성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수학과 음악에 숨어 있는 균형과 대칭이라는 유사성에서 새로운 공상이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이 콘서트의 핵심 주제였다.

“지식을 공유하는 마당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수학콘서트에 참여했어요. 제가 있는 옥스퍼드대에서는 식사 때마다 여러 과 교수님들이 함께 모여 정보를 공유하곤 합니다. 공상을 위한 아주 훌륭한 토양이지요. 저는 우리나라에서 지적 공동체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소수공상’ 역시 이런 공상의 토대를 가꾸고자 발간한 책이라고 김 교수는 밝힌다. 책 서문에서 ‘소수가 그토록 매혹적인 이유는 소수가 매혹적인 이유를 확실히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인 듯하다’고 밝힐 정도로 이 책은 무한한 공상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다고 믿었던 양성자와 중성자가 다시 산산이 분해되는 것을 보며 수학자들도 어쩌면 자극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양자역학을 수학적으로 해석하는 데 필요한 복소수 영역까지 수 체계를 확장하다보면 소수도 다시 쪼개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요.”
김 교수는 “소수가 지닌 매력의 상당 부분은 그 구조의 이해하기 어려운 본질에 있다”며 완전히 이해하고 나면 오히려 그 매력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공상이 공상으로만 끝나지 않고 현실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책에서 읽을 수 있다. 소수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비밀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길 바라는 수학자의 상반된 마음일까.
 

2013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변지민 기자 | 사진 남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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