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서해안철새도래지 보호관리 시급하다

제14회 전국과학교사 자연 생태계 탐사

과거 수십만마리의 철새들이 몰려들던 서해안 일대는 최근 간척과 개발사업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이같은 환경변화에 철새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서해안 일대 철새도래지를 찾았다.

제14회 전국과학교사 자연생태계 탐사가 지난 1월 20일부터 24일까지 서해안 철새도래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번 탐사는 서해안 일대에 찾아드는 겨울철새를 조사함으로써 개발과 보존의 상관관계를 살피는데 주안점이 맞춰졌다.

서해안 일대는 조수간만차가 크고 전국토의 30%에 달하는 습지가 펼쳐져 과거 오리류와 도요, 물떼새들이 월동지, 중간기착지로서 찾아들던 곳. 그러나 최근 일련의 서해안개발사업으로 자연생태계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 지역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그중에서도 팔당댐 건설 이후 생태계 천이(遷移)가 나타난 오두산 일대와 한강하구, 영종도 개발로 생태계 변화가 진행중인 강화도 여차리, 대규모 인공호건설과 함께 개간과 간척사업이 벌어졌던 아산호와 삽교호, 최근에 인공 담수호지역이 된 천수만 A·B지구, 그리고 대단위 농업종합개발사업이 벌어진 금강 하구 등을 골라 철새의 종류와 개체수를 조사했다.

서해안 일대는 학계에서도 최근에 이르러서야 조사작업이 시작된 실정이고 탐사지역 대부분이 현재 천이가 진행되는 중이라 개발이 철새도래지에 미친 영향을 정확한 수치로 집어내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철새의 종과 개체수가 줄어든 것은 명백했다.

탐사진은 5일간 모두 57종 8만여마리의 철새를 관찰했는데, 이는 과거 한 지역에 수십만마리의 철새가 찾아들던데 비하면 훨씬 적은 종과 개체수다. 탐사를 지도한 경희대 환경학과 구태회 교수는 그 가장 큰 원인으로 철새가 먹이를 구하고 서식할 수 있는 습지(濕地)가 간척과 개발에 의해 사라지고 있는 점을 꼽았다.

우리나라 조류의 절반 이상이 습지에 의존해 살아가는데, 이 습지가 개발과 매립의 영향으로 급격히 사라지고 있는것. 오는 2001년까지는 거의 모든 습지가 매립될 예정이다. 갯벌과 강하구의 먹이가 변화하고 서식지가 줄어듦에 따라 그곳을 찾아드는 철새들의 종류나 수도 달라진다. 일부는 적응하고 일부는 다른 월동지를 찾아가게 된다.

세계적으로도 습지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다. 1973년 채택된 국제협약인 습지보호조약(람사조약)은 1만개체 이상의 오리 기러기 고니 등이 오는 지역은 습지보호구역이라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금강하구나 천수만 지구, 한강 하구 등이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탐사는 시간부족, 악천후 등으로 천수만과 금강하구의 데이터를 빼고는 분석을 위한 정확한 측정치가 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다른 탐사 프로그램이 한 지역을 중심으로 며칠간 머무르면서 진행된 것에 비해 짧은 시간에 많은 지역을 탐사함으로써 한 지역에 대한 꼼꼼한 조사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참가교사들은 탐사를 통해 개발과 보존을 어떻게 조화 시킬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다고 자평했다. 이들은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개발이 철새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각심을 확산시켜야 하며 지금이라도 서해안을 찾는 철새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첫째날

한동안 겨울답지 않게 푸근했던 날씨가 탐사 일정에 맞추기라도 한 듯 추워졌다. 8시30분 동아일보 여의도 사옥 출발, 9시20분경 통일전망대 도착. 통일전망대가 들어선 오두산 일대는 과거 재두루미가 매년 2천에서 2천5백여마리씩 날아들었던 지역이다. 그러나 72년 팔당호가 건설된 후 생태계 천이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마침 급강하한 기온 탓으로 강물이 결빙돼 거의 철새가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도 휴전선 근방에서 개리 1백58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개리는 천연기념물 3백25호로 흔히 거위의 원조라 일컬어진다. 임진강하구에서 기러기 5백75마리를 발견하기도 했다.

한강 하구를 따라 내려오면서 강물의 흐름 속에서 날개짓하는 세떼를 발견, 흰죽지 오리와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등이 1만6천마리 정도. 달리던 버스 속도를 줄이고 선생님들은 쌍안경을 들고 열심히 이들을 관찰. 통일전망대 부근의 철새들이 이 지역으로 내려와 있는 것 같다는 게 구태회 교수의 해석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겨울철새인 오리는 수면근방에서 먹이를 해결하는 수면성오리와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가 먹이를 구하는 잠수성 오리로 나뉘는데, 한강유역 개발 후 수면에서 먹이를 구하는 수면성오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잠수성 오리는 늘어났지만 종의 다양성은 줄어들었다는 게 이재범 조교의 말.

오후에 들어간 강화도 선두리와 여차리를 중심으로 한 탐사는 그곳 물때를 맞추지 못해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물새들은 만조 때 가까운 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는데, 탐사진은 물이 다 빠져나간 시기에 그곳에 닿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칼바람이 몰아치는 속에서 1시간이나 기다려 재도전. 보람은 있었다. 두루미 9마리를 발견한 것. 두루미는 전세계에 6백50마리 밖에 남아 있지 않은 희귀새로 천연기념물 2백2호로 지정돼 있다. 이밖에 왜가리 7마리와 물고기를 뜯어먹는 재갈매기 6마리, 민물도요 3백50여마리를 관찰할 수 있었다.

숙소에 들어간 교사들은 저녁 11시경까지 구태회교수와 함께 생태계 파괴와 최근의 환경문제 등에 대해 토론하기도.
 

금강하구 내수면 쪽의 고니떼. 4~5년 전부터 낙동강 하구에서 날아온 새들이 집결한다는 이곳은 유난히 고니가 많아 '백조의 호수'라 할 만했다.
 

둘째날

강화도를 출발한 버스가 서울 근방에 이르렀을 즈음 차에서 심상찮은 기름냄새. 급히 동아일보 여의도 사옥으로 돌아가 버스를 바꿔탔다. 지체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서두른 덕에 12시를 조금 넘겨서 아산에 도착했다.

2시 20분경 시작한 아산호 탐사에서 1천3백마리 정도되는 청둥오리, 1천5백마리 정도의 기러기떼, 왜가리 2마리, 재갈매기 쇠기러기 등을 관찰했다. 붉은부리갈매기 38마리를 볼 것은 이날 탐사의 수확이었다.

아산호 제방을 따라 삽교호로 향하는 길을 달리던 중 물가에 까맣게 앉은 새떼가 눈에 들어오자 버스 안은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결국은 버스를 세우고 모두 제방 위로 올라갔다.

오리들은 돌멩이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웅크리고 앉은 채 거의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개체수를 세어본 결과 청둥오리 6천여마리, 흰뺨검둥오리 2천여마리, 재갈매기 42마리 등이 있었다. 그 중에는 흰비오리 4마리, 해오라기 1마리, 검은목논병아리 11마리 등도 있었다.

먹이 환경 등을 정기적으로 조사함으로써 많은 종(우점종)의 소수종에 대한 역할 등을 알 수 있다는 구교수의 설명이 곁들여졌다.

삽교호에는 고방오리 3천여마리와 청둥오리 2천여마리, 흰뺨검둥오리 2천5백여마리가 서식하고 있었다. 가창오리 2만여마리가 떼를 지어 날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가창오리떼는 한동안 안 보이다가 3년전부터 이곳으로 날아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밖에 왜가리 2마리도 보였고 검은목논병아리 6마리, 재갈매기 18마리, 괭이갈매기 9마리 등도 탐사됐다.

탐사를 마치고 태안으로 들어가는 길에 눈발이 날리기 시작, 다음날 탐사를 걱정하게 했다.
 

천수만B지구 근방 수풀에서 발견한 붉은머리오목눈이. 흔히 '뱁새'라 불리는 붉은머리오목눈이는 관목림이나 수풀에서 서식하는 텃새다.
 

셋째날

조반을 위해 모인 탐사진에게 처음 전해진 소식은 대설주의보. 이 날은 가장 다양한 종을 관찰한 점에서도, 그리고 탐사에 수반되는 온갖 고생을 맛봤다는 점에서도 이번 탐사의 절정이라 할 만했다.

전날밤부터 내린 눈이 약 5cm이상 쌓인 상태에서 천수만지구 탐사에 들어갔다. 천수만은 오래전에 저수지로 묶인 A지구와 최근 만들어진 B지구로 나누어 철새 생태의 차이점을 찾아보고자 했다.

먼저 B지구부터. B지구는 아직 바닷물이 남아 있어 발견되는 종이 다양했다. 여기서 일행은 두 조로 나뉘었다. 한쪽조는 만을 둘러서 돌아오며 탐사를 하고 나머지 조는 직선코스를 가며 탐사하기로 한 것.

탐사는 시시때때로 날리는 눈발속에서 진행돼 탐사진은 마치 '남극탐험대 같다'는 농담을 하며 전진했다.

이 지역에서는 가장 많은 종을 관찰할 수 있었고 조류의 호칭과 식별법을 본격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청둥오리는 4천2백56마리가 발견돼 이 지역의 우점종이라 할 만했다. 흰뺨검둥오리도 3천5백60마리가 살고 있었다. 물닭이 그 다음으로 1천8백35마리. 이밖에 고방오리(98) 청머리오리(203) 홍머리오리(29) 흰뺨오리(172) 알락오리(242) 흰죽지오리(410) 검은머리흰죽지(13) 쇠오리(14) 넓적부리오리(31) 비오리(82) 흰비오리(22) 검둥오리(156) 기러기(157) 큰고니(114) 논병아리(92) 큰논병아리(2) 뿔논병아리(3) 검은목논병아리(16) 재갈매기(49) 왜가리(4) 대백로(1) 중대백로(4) 등이 천수만 B지구에서 만난 물새들이다.

만 근방의 수풀에서는 멧비둘기(21) 쑥새(33) 노랑턱멧새(24) 붉은머리오목눈이(42) 방울새(27) 때까치(1)등도 발견했다.

서둘러 점심식사를 마치고 이번에는 천수만 A지구 탐사에 들어갔다. 2시 경부터 오전과 마찬가지로 조를 짜 탐사에 들어갔다.

"이곳은 과거에는 수십만마리의 철새가 날아들던 곳이지만 둑저수지 농경단지 등이 들어서면서 물의 정체와 부영양화로 새들의 발길이 뜸해진 곳"이라는 구교수의 설명이 있었다. 간혹 갈대숲을 중심으로 맹금류도 출현하며 황새도 나타난다는 말에 사진 기자는 기대를 걸었다. 날아다니는 새들 중 도감에서 본 모습 그대로의 황새를 보았다는 교사들이 세명이나 나타나자 사진기자는 그곳에 머물러 황새를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워낙 낮게 나는데다 갈대숲에 숨어 있는 황새 모습을 찍는데는 실패했다.

A지구는 B지구보다 종의 수는 훨씬 적었다. 기러기가 2천5백여마리 있었다. 또 댕기흰죽지 17마리, 귀뿔논병아리 2마리, 가마우지 6마리, 갈매기 10마리, 붉은부리갈매기 36마리를 관찰했는데, 이들은 B지구에는 없던 종이었다. 또 수풀을 날아다니는 맹금류 황조롱이를 발견한 것도 큰 수확이었다.

이곳에서 탐사팀은 밀렵꾼을 만났다. 본래 철새들은 오전에는 먹이를 구해먹고 오후 시간에는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축적한다. 그런데 이날 오후 새들은 쉴새없이 떼를 지어 날아 다녔다. 그 이유는 곧 밝혀졌다. 만 이곳저곳서 총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밀렵꾼들은 한두명이 아니라 몇개조로 나누어 새들을 공략하는 듯 했다.

소리가 들릴 때마다 우수수 날아오르는 새떼는 갈곳 몰라하다가 얼마 뒤 처음 자리로 되돌아가곤 했다. 새들의 울음소리가 마치 원망하는 소리로 들렸다.

"북쪽에서 날아든 철새들이 우리나라에 들르는 이유는 남쪽으로 날아가기 전에 먹이를 많이 먹어두어 에너지를 비축하기 위해서인데, 이렇게 쫓겨다니면 그 에너지를 낭비하게 된다"는 이재범 조교의 말. 그래서 본래 철새보호구역인 이 지역에서 사냥은 금지돼 있다. 게다가 새들, 특히 철새는 대단히 민감해서 총소리가 주는 스트레스만으로 죽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탐사를 자주 다니는 이재범 조교에 따르면 이런 밀렵꾼들을 자주 보는데 직업적인 밀렵꾼보다는 그럴 듯한 직함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섣불리 이들에게 뭐라 하면 무턱대고 화를 내거나 거친 사람의 경우는 총이라도 쏠 듯한 태세까지 보인다고.

눈 덮인 길을 조심조심 달려 군산에 도착하니 9시가 다 됐다. 이날 탐사는 교사들로부터 '지옥 훈련'이란 이름으로 불렸지만, 늦은 저녁식사 후 탐사대원들은 숙소의 큰방에 모여 밤에도 '새를 잡았다'.
 

천수만B지구는 저수지로 묶인 지 오래되지 않아 철새들의 종이 다양했다. 물닭들 사이에서 큰고니가 날개를 펼치고 있다.
 

넷째날

탐사 마지막날인 넷째날은 금강 하구언을 내수면과 해수면으로 나누어 탐사했다. 이곳은 바닷물과 담수가 만나는 기수역이라 탐사진은 종이 다양하고 그 수도 많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오전 탐사는 내수면 쪽부터. 낙동가하구에서 날아온 새들이 4-5년 전부터 집결한다는 이곳은 가히 '백조의 호수'라 할 만 했다. 청둥오리 2천3백65마리, 오리류 6천마리, 기러기 5천5백마리 등과 함께 고니 9백5마리 정도가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이밖에 청머리오리, 검은머리흰죽지 흰죽지 혹부리오리 검둥오리 괭이갈매기 마도요 민물도요 왜가리 등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 지역에서는 모두 19종 1만6천1백15마리의 조류를 보았다.

오후에 탐사한 해수면 쪽은 청둥오리가 18마리, 흰뺨검둥오리가 6백40마리, 쇠오리 10마리, 혹부리오리 19마리, 마도요 12마리, 민물도요 73마리 등이 보였다. 이날 탐사팀의 눈에 띈 새의 종류는 10여종, 개체수도 1천21마리에 불과해 많은 종과 개체수가 발견된 내수면쪽과 비교가 됐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4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전민조 기자
  • 서영아 기자

🎓️ 진로 추천

  • 환경학·환경공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도시·지역·지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