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인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파가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중력파의 존재는 현재까지 간접적으로만 확인될 뿐 직접 검출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중력파를 직접 검출하는 일은 물리학계의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중력파는 중력복사에너지를 전파하는 일을 한다. 그 에너지의 양자(量子)가 곧 중력자(graviton)다. 마치 전자기파에 의해 전파되는 전자기복사에너지의 양자가 광자(photon)인 것과 유사하다. 중력자와 광자는 모두 정지질량이 영(0)이며, 중력과 전자기력과 같은 힘을 을 전달하는 보존(boson)이다.
근대물리학에서 최초의 중력이론은 뉴턴의 만유인력법칙이다. 1687년에 발행된 그의 저서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에 수록된 내용에 따르면, 모든 질량은 서로 잡아당긴다. 그 힘의 방향은 두 질점(질량 중심)을 연결하는 직선 방향이며, 크기는 두 질점 간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질량의 곱에 비례한다. 이 현상은 질량분포에 의해서 중력장이 형성되고 그 중력장 내에서 질점은 힘을 받는 것으로도 기술할 수 있다.
뉴턴의 이론에서는 어느 순간의 중력장은 그 순간의 질량분포에 의해서만 결정되고 그 질량의 운동과는 무관하다. 또 질량분포의 변화는 그 즉시 전공간의 중력장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는 뉴턴의 이론은 그동안 지구상에서의 모든 중력현상뿐 아니라 태양계의 행성들의 운동 등을 아주 잘 설명해왔다. 그러나 1916년에 이르러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등장하면서 크게 수정된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뉴턴의 이론과 다른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중력파의 존재다. 중력파의 존재가 이론적으로 밝혀지는 과정은 전자기파의 존재가 밝혀지는 과정과 유사한 면이 있다. 그래서 먼저 전자기파의 존재가 밝혀지는 과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전자기이론의 발전
1785년 쿨롱은 전하들 간에도, 뉴턴의 중력이론에서와 마찬가지로, 서로의 거리에 반비례하고 전하의 곱에 비례하는 힘이 작용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중력과 다른 점은 전하에는 2가지 종류가 있어서 같은 종류끼리 밀쳐내고 다른 종류끼리 잡아당긴다는 것이다.
또 전기상호작용은 중력상호작용에 비해서 훨씬 강해, 전자와 양성자간의 전기력의 경우 그들간의 중력보다 1039배나 크다. 이러한 내용은 전기장의 개념을 도입해 전하 분포가 전기장을 형성하고 그 전기장 내에서 전하는 힘을 받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전하들의 운동, 즉 전류가 흐르면 전기장뿐 아니라 자기장도 형성된다. 그 내용은 1825년에 암페어에 의해 명확히 규명됐다. 그리고 운동하고 있는 전하는 전기장뿐 아니라 자기장으로부터도 힘을 받는다는 것도 알려졌다.
1831년에는 패러데이에 의해 시간적으로 변화하는 자기장이 주변에 전기장을 형성함이 밝혀졌다. 1860년대에 이르러서는 맥스웰이 그때까지의 전자기이론을 수학적으로 정리함과 동시에 시간적으로 변하는 전기장이 주변에 자기장을 형성한다는 새로운 이론을 추가로 제시했다. 전자기이론은 맥스웰 방정식으로 최종 정리됐다.
이렇게 완성된 이론에 따르면, 어느 한 위치의 전하 분포와 전류의 변화가 다른 위치의 전자기장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그 두 위치간의 거리를 빛이 달려가는데 걸리는 시간만큼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전자기파의 해(解)가 존재하고, 진공 중에서 그 파의 전파속도는 빛의 속도와 같다.
전기장과 자기장은 파의 진행방향과 수직한 방향으로 진동한다. 결국 빛이 전자기파의 일종이라는 중요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전자기파, 즉 전자기복사의 발생은 전하의 가속도운동으로부터 이루어진다. 전자기파의 발생은 1887년에 헤르츠에 의해 실험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중력이론
1905년 아인슈타인은 특수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것은 뉴턴의 중력이론과 맞지 않았다. 특수상대론에서는 어떤 것도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전달될 수 없다. 그런데 뉴턴의 중력이론에서는 한 위치에서 물질의 분포가 변하면 그 변화는 다른 위치의 중력장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중력이론을 자신의 특수상대성이론의 틀 안에 수용하려고 노력했다. 10년 후 그의 노력은 일반상대성이론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애초의 의도와 전혀 달리 중력현상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나타났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중력작용이 시공간의 기하에 의해 표출된다고 설명했다. 물질의 분포와 그 운동상태에 의해 시공간의 기하가 결정되고, 물질의 운동은 시공간의 기하로부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시공간 메트릭(metric)이 물질의 분포와 운동상태에 따라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지배하는 방정식이 아인슈타인 장방정식이다. 평평한 시공간 기하는 중력장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데, 그때는 독일 과학자 민코브스키(1864-1909)가 만든 '민코브스키 메트릭'으로 주어진다. 시공간 메트릭과 민코브스키 메트릭의 차이가 곧 중력 포텐셜에 해당한다.
중력장이 아주 세지 않은 경우, 아인슈타인 장방정식은 파동해(波動解)를 수용한다. 이 파는 빛의 속도로 전파된다. 이는 중력자의 정지질량이 영(0)임을 의미한다.
또한 맥스웰 방정식과 마찬가지로, 어느 한 위치에서 물질분포와 운동상태가 변화면 그 변화는 다른 위치의 중력 포텐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두 위치간의 거리를 빛이 달려가는데 걸리는 시간 만큼의 시간이 걸린다.
중력파 실험
1960년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웨버 교수는 중력파를 실험실에서 직접 검출하자고 처음 제안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실험해 1969년에 1차로 중력파를 검출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의 연구결과는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전자기파에 비해 중력파를 검출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까닭은 전기력과 중력의 크기를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무거운 물체가 진동하지 않는 한 중력파는 검출되기 어렵다.
현재 사용하는 중력파 검출기에는 질량공명 안테나(resonant mass antenna)를 이용하는 것과 레이저 간섭계(laser interferometer)를 이용하는 것이 있다. 웨버가 사용한 검출기는 질량공명 안테나의 일종이었다. 이는 원통형의 알루미늄 막대에 중력파가 지나갈 때 알루미늄 막대가 진동함으로써 발생하는 압력을 전기적으로 증폭해서 측정하는 방법이다.
레이저 간섭계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2개의 레이저 빔을 서로 90도 각도로 쏘아주고 다시 반사시켜 한 곳에 모으면 간섭무늬가 생긴다. 여기에 중력파가 지나가면 그때 생기는 섭동에 의해서 간섭무늬의 이동이 일어날 것이다. 이 간섭무늬 이동현상을 검출하면 중력파를 측정할 수 있다. 레이저 간섭계를 이용한 실험계획은 현재 세계 여러 곳에서 추진 중이다.
미국의 LIGO(레이저 간섭계를 이용한 중력파 관측소) 계획에서는 워싱톤주의 핸포드와 루이지애나주의 리빙스턴 등 두곳에 간섭계를 설치하고 있는데 그 간섭계의 한쪽 팔 길이는 4km 규모이다.
유럽 쪽에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공동으로 이탈리아 피사에 간섭계를 설치하는 VIRGO 계획을 진행 중이다. 그밖에도 독일과 영국의 공동 프로젝트인 GEO 계획이 있으며, 일본에는 TAMA 계획이 있다. 더 나아가서 간섭계를 인공위성을 이용해 우주공간에 띄워놓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LIGO와 VIRGO는 1999년까지 간섭계를 설치하고 2000년이나 20001년부터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공간에서 중성자별과 중성자별, 중성자별과 블랙홀, 또는 블랙홀과 블랙홀 등이 합쳐지는 마지막 단계에서 몇분 동안 엄청난 양의 중력복사에너지가 방출된다. 두 간섭계는 이들을 지구에서 검출하기에 충분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중력파는 아직 직접 검출되지 않았지만 그 존재는 간접적으로 입증됐다. 1974년 MIT의 조세프 테일러 2세와 대학원생인 러셀 헐스는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중성자별 두개가 이중성을 이루고 있는 계를 최초로 발견했다.
이 이중성계(binary system)는 질량 중심 주위를 회전하는데, 그 궤도의 크기가 약간씩 줄어들고 있었다. 그것은 이 계가 에너지를 잃은 것을 의미한다. 잃는 에너지의 양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중력파의 형태로 방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양과 일치했다. 헐스와 테일러는 그 공로로 1993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별빛이 태양 주위를 지나올 때 휘어 오는 현상, 별빛의 중력적색편이 현상, 수성궤도의 세차운동 등으로 확인됐다. 만약 중력파가 성공적으로 검출된다면 이는 또 한번의 개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천체관측의 새로운 창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