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체사진을 찍는 별쟁이들이 주고받은 은어 가운데 ‘허블스럽다’가 있다. 여기서 ‘허블’은 1990년 4월 우주에 쏴 올려진 뒤 지금까지 선명하고 아름다운 천체사진을 보내고 있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허블우주망원경을 뜻한다. 즉 ‘허블스러운’ 사진은 아마추어 천체사진가가 찍은 천체사진이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찍은 것처럼 잘 나왔을 때를 일컫는다.
천체사진에 경험이 많지 않은 아마추어가 ‘허블스러운’ 사진을 찍는 일은 쉽지 않다. 여러 가지 복잡한 장비도 준비해야 하고 대상에 맞는 노출설정이나 초점조절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천체사진에 대한 열정에 발목을 잡는 건 수 백만 원을 호가하는 천체사진용 카메라나 고체촬상소자(CCD, 필름 역할을 하는 센서)의 가격이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 내 손으로 허블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는 없을까. 대안은 있다. 바로 웹카메라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동영상 낱장 사진 수백 장 합성해
화상채팅을 하는데 주로 사용하는 웹카메라로 어떻게 천체사진을 찍을까. 비밀은 동영상촬영에 있다. 웹카메라에는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감도가 높은 동영상촬영용 CCD가 장착돼 있다. 이 센서들로 해상도가 높지는 않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사진을 연속으로 찍어 동영상을 만든다.
웹카메라를 천체망원경에 연결해 목성처럼 밝은 행성을 촬영하는 경우 보통 1/15~1/50초 사이의 노출로 연속촬영 한다. 만약 1/15초 노출로 촬영을 하면 1분에 약 900장의 정지영상을 얻는다.
이렇게 촬영한 동영상을 정지영상으로 각각 불러들인 뒤 이중 좋은 영상만을 선별해 한 장의 사진으로 합성하는 방법이 웹카메라를 이용한 행성촬영의 원리다. 동영상은 짧은 노출로 찍은 정지영상을 연속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낱장으로 보면 흐릿하지만 이들 사진을 모두 한 장의 사진으로 합성하면 놀라운 결과를 보여준다.
그럼 어떤 웹카메라를 선택하면 좋을까. 웹카메라는 밝은 곳에서 촬영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천체사진을 찍으려면 노이즈가 적고 감도가 높은 CCD가 장착된 웹카메라를 골라야 한다. 시중에는 CCD를 천체사진 촬영용으로 개조한 천체망원경 제조사의 제품이 판매되는데, 셀레스트론(Celestron)사의 ‘NexImage Solar System Imager’와 미드(Meade)사의 ‘Lunar Planetary Imager’가 대표적이다.
이들 웹카메라는 따로 개조할 필요 없이 바로 천체망원경에 장착할 수 있고 행성이 방출하는 빛의 파장 특성에 맞는 필터를 장착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일반 웹카메라보다 가격이 비싼 점이 흠이다.
물론 일반 웹카메라를 활용할 수도 있다. 아마추어 천체사진가들이 행성을 촬영하는데 널리 사용하는 웹카메라는 필립스사의 ‘ToUCam Pro III’와 로지텍사의 ‘Quickcam Pro 9000’이 있다.
이들 웹카메라는 천체망원경에 연결하기 위해 개조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 과정은 매우 간단하다. 가장 먼저 웹카메라에 장착된 렌즈뭉치를 제거해야 한다. 웹카메라의 렌즈는 배율이 낮고 광학적으로 우수하지 못한데다 렌즈뭉치에 장착된 ‘근적외선 차단필터’가 별빛의 일부를 담지 못해 사진의 명암대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웹카메라의 렌즈 대신 천체망원경의 접안렌즈나 ‘바로렌즈’(천체망원경 접안렌즈 앞쪽에 연결해 배율을 2배로 높여주는 렌즈)를 사용하면 더 깨끗하고 확대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그런 다음 웹카메라를 천체망원경에 연결할 수 있는 어댑터를 준비한다. 어댑터는 꼭 필요한 장치는 아니지만 천체망원경과 웹카메라를 정확하고 단단하게 연결하는데 도움이 된다. 어댑터는 천체망원경 판매점에서 구입하거나 플라스틱 관을 이용해 직접 만들어도 된다.
목성 촬영의 묘미, 4대 위성과 줄무늬
모든 준비를 마쳤으면 올 여름 늦은 저녁 동쪽하늘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목성 촬영에 도전해보자. 목성은 겉보기 밝기가 밝고 다른 행성에 비해 시직경이 크기 때문에 비교적 촬영하기 쉽다. 게다가 목성 주위를 도는 4대 위성의 운동과 목성 표면의 다양한 줄무늬는 촬영에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행성을 촬영하는데 가장 중요한 장비는 천체망원경이다. 구경이 크고 광학계가 좋을수록 더 크고 선명한 목성을 찍을 수 있는데, 굴절망원경의 경우 구경이 10cm 이상, 반사망원경의 경우 15cm 이상이면 충분하다. 천체망원경을 ‘적도의’(천구의 북극을 축으로 회전하며 천체를 추적하는 장치)에 설치한 뒤 목성을 찾아 구도를 잡는다. 그 다음 컴퓨터에 접속된 웹카메라를 망원경의 접안부에 붙인 어댑터에 웹카메라를 연결한다. 모니터에 망원경으로 잡은 목성의 모습이 나타나면 초점조절나사를 이용해 초점과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처음 모니터에 나타난 목성의 상은 초점도 맞지 않고 밝기도 어둡게 보이지만 노출을 조정하면 목성의 밝기가 눈으로 보이는 것처럼 또렷하고 밝아진다.
준비를 모두 마쳤으면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녹화 버튼을 눌러 촬영을 시작한다. 목성의 자전속도는 빠른 편이므로 한 번 촬영시간이 70초를 넘지 않도록 한다.
마지막 작업은 촬영한 동영상을 한 장의 사진으로 편집하는 과정이다. 보통 원영상(raw image)은 거칠고 섬세함이 떨어지기 때문에 노이즈를 제거해 깨끗하고 선명한 사진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웹카메라를 이용한 동영상을 각각의 영상으로 추출하고 이를 다시 합성한 뒤 최종적인 영상을 만드는 일은 무척 어렵다. 하지만 웹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한 동영상을 처리하는 무료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쉽게 사진을 합성할 수 있다. 천체사진가들이 많이 사용하는 ‘레지스탁스’(Registax)라는 프로그램을 홈페이지에서(registax.astronomy.net)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합성영상을 얻은 다음에는 포토샵 같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을 이용해 색감이나 밝기, 명암대비, 선명도 등을 조절하면 더 좋은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올해 여름부터 초겨울까지 목성이 밝은 빛을 내 뿜으며 밤하늘을 장악할 전망이다. ‘내 손안의 허블망원경’ 웹카메라로 목성과 ‘화상채팅’을 시도해보자.
이달의 천문현상
8월 1일 부분일식
8월이 시작되는 첫날 늦은 오후, 태양이 달에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일어난다. 이번 개기일식은 북아메리카 북동부에서 시작해 그린란드와 북극, 러시아 몽골을 지나 중국에서 끝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쉽게도 태양의 일부가 가려지는 부분일식만 볼 수 있다. 게다가 관측 여건도 좋은 편이 아니어서 아쉬움이 더 크다.
일식은 저녁 7시 18분에 시작하지만 7시 40분 쯤 해가 지기 때문에 실제로 관측 가능한 시간은 20분이 채 되지 않을 전망이다. ‘부분일식 맛보기’를 조금 더 오래 보기 원하는 사람은 시야가 트인 곳에서 관측하는 것이 좋다.
8월 17일 부분월식
지구 그림자가 달의 일부를 가리는 부분월식이 17일 새벽 펼쳐진다. 부분식은 새벽 4시 35분에 시작해 오전 7시 45분에 끝날 예정이다. 하지만 달이 새벽 5시 53분 쯤 서쪽 지평선 아래로 지기 때문에 부분식 전 과정을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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