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PC통신의 단점을 해결하고 인터넷과 PC통신을 완전히 결합한 이른바 '인터넷 PC통신'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인터넷 PC통신은 PC통신의 모든 특성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인터넷까지 손쉽게 접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PC통신의 미래로 인정받고 있다.
인터넷과 PC통신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컴퓨터 통신이 PC통신업계에서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해 10월 SK텔레콤이 '넷츠고'라는 이름의 컴퓨터통신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인터넷 PC통신'이라는 용어가 알려지기 시작했고 LG인터넷이 올 3월 오픈을 목표로 채널 아이라는 비슷한 방식의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인터넷PC통신이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특히 인터넷 PC통신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계획인 두 기업이 모두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사이고, 이들이 막대한 광고비를 들여 홍보에 주력하고 있는 탓에 인터넷 PC통신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는 날로 높아져가고 있다.
글자 서비스의 한계
인터넷 PC통신이랑 이름 그대로 인터넷과 PC통신을 결합한 형태의 서비스다. 인터넷은 물론 기존 PC통신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그대로 제공한다. 나우누리, 유니텔, 천리안, 하이텔과 같은 기존 PC통신 서비스는 사실 PC통신의 개방성에도 불구하고 폐쇄적인 서비스라 할 수 있다. 저마다 독립적인 운영체제와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서비스의 명령어와 사용법을 일일히 익혀야 한다.
이들은 특히 글자로만 구성된 텍스트 모드(흔히 VT모드라고 부른다)로 서비스를 제공해왔기 때문에 사용법이 무척 불편하다. 또한 요즘같은 멀티미디어 시대에 걸맞지 않게 모든 정보가 글자로만 제공되기 때문에 정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떨어진다.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각 회사마다 나름대로 처리 방식과 기술을 개발해야만 한다. 인터넷 사용 인구가 날로 급증하고 있고, 웬만한 사람들은 인터넷 전자우편 ID를 갖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관련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는 요즘, 이는 치명적인 단점이 아닐 수 없다.
텍스트 모드의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94년부터 각 PC통신사는 윈도 운영체제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그래픽 환경의 전용 통신 프로그램(전용 에뮬레이터)을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했다. 후발주자인 유니텔은 출발 당시부터 이런 전용 프로그램을 사용해 왔지만 이들 전용 프로그램은 저마다 최소 20MB가량 하드디스크 공간을 차지할 정도로 덩치가 크고 실행 속도가 느려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 유니텔을 제외하고 다른 PC통신사의 전용 프로그램 사용률이 50%를 넘지 못하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물론 텍스트모드라고 해서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용법이 불편하고 정보가 화려하지는 못하지만 일단 속도는 빠르다. 비록 글자로만 구성돼 있기는 하지만 필요한 정보를 얻는데는 별 문제가 없다. 전용 통신프로그램이 보급된지 벌써 햇수로 4년째 접어들고 있음에도 여전히 텍스트모드의 통신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은 이런 까닭 때문이다.
인터넷과의 경쟁
그러나 기존 PC통신의 한계는 텍스트모드의 불편함과 전용 프로그램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그치지 않는다. 사실 이 정도의 한계라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미국 굴지의 PC통신망인 컴퓨서브가 전용 프로그램을 가지고 얼마든지 훌륭한 서비스를 해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비록 컴퓨터서브는 인터넷 시대의 흐름에 빨리 대처하지 못해 후발 주자인 AOL에 인수되는 수치를 겪기도 했지만).
이들 PC통신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인터넷과의 경쟁이다. 95년부터 몰아닥친 인터넷 열풍으로 PC통신업체들은 저마다 인터넷 접속 방법을 제공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초기에 PC통신망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텍스트 기반의 통신 프로그램을 사용해 기존 PC통신망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했고, 트윈속이나 트럼펫과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별도로 통신망에 접속한 후 다시 인터넷에 연결해야 했다.
때를 맞춰 이런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인터넷 접속 전용 서비스 업체들, 이른바 ISP가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PC통신 서비스처럼 전용 전자우편(인터넷 전자우편은 물론 제공된다). 동호회, 게시판, 기타 다양한 데이터베이스 정보는 제공하지 않지만 인터넷에 손쉽게 접속할 수 있고, 또 이를 통해 인터넷의 수많은 홈페이지들을 쉽게 살펴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존 PC통신 인구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손님을 빼앗긴 PC통신업체들은 나름대로 인터넷 접속 전용 번호를 개설하면서 인터넷 접속 전용 번호를 개설하면서 인터넷 전용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때 별도의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것. 소비자 입장에서는 같은 회사에 접속하면서 이중으로 이용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우콤, 천리안, 유니텔 등은 전용 통신 프로그램을 쓸 경우 손쉽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이른바 가상 PPP로 불리는 이런 방식은 접속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 때문에 크게 환영받지 못했다. 물론 접속한 시간만큼 별도 요금을 내야 한다. 더욱이 PC통신서비스와 인터넷이 제각각 동작하기 때문에 통일감이 없어 소비자들은 혼란스럽기만 했다.
별도 비용이 필요없다
인터넷 PC통신의 장점은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이다. 인터넷과 PC통신이 그대로 통합돼 있기 때문에 PC통신처럼 쓰다가 곧바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인터넷 PC통신은 출발부터 국제 표준 환경으로 자리잡은 웹에 기반을 두고 있어 복잡한 명령어를 몰라도 마우스로 아이콘이나 문자열을 눌러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월드와이드웹용으로 개발된 수많은 멀티미디어 플러그인을 활용해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손쉽게 만들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따라서 전용 프로그램 대신 웹 브라우저를 사용해도 된다. 물론 이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넷츠고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자기들의 메뉴에 맞게 변형한 이른바 '넷츠고 브라우저'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브라우저는 모뎀 접속 과정을 처리하고 넷츠고용 메뉴를 보여준다는 것 외에는 일반 브라우저와 기능이 똑같다. 즉 이 브라우저에서 넷츠고가 아닌 다른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넷츠고의 예를 보자. 넷츠고 브라우저를 통해 넷츠고 홈페이지(http://home.netsgo.com)에 접속하면 기존 PC통신의 전용 프로그램과 같은 메뉴와 공지사항, 광고 애니메이션이 나타난다. 그러나 공지사항 창 위쪽에 인터넷 브라우저와 같은 주소 입력 창이 있다. 이 곳에 가고자 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를 입력하면 곧바로 해당 사이트로 이동한다. 별도로 인터넷 접속 이용 요금을 낼 필요도 없다. 넷츠고 자체가 인터넷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느린 속도에도 불구하고 장점 더 많아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PC통신이 쉽게 자리잡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회선 속도 때문이다. 인터넷 PC통신은 그래픽과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다루는 웹에 그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텍스트 기반의 기존 PC통신 서비스에 비해 속도가 느리다. 이밖에도 전용 브라우저의 버그 때문에 말이 많기도 했다. 하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확실히 많다.
인터넷 PC통신은 PC통신의 미래로 자리잡고 있다. 일단 많은 사람들이 익숙해진 웹 방식이기 때문에 사용법이 편리하고 인터넷의 수많은 데이터를 마치 PC통신 서비스회사에서 제공하는 것처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 PC통신에서 제공하는 대화방, 전자우편, 동호회, 게시판, 기타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도 모두 제공된다. 때문에 PC통신의 인터넷화는 이미 예정된 대세다.
이미 나우누리에서는 인터넷과 호환될 수 있도록 나우로 웹프리라는 서비스를 제공해 일부 게시판은 웹 형태로 볼 수 있게 제공하고 있으며 점차적으로 인터넷 PC통신에 맞게 서비스를 개편할 계획. 다른 PC통신 서비스도 인터넷 PC통신에 대비한 나름의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7년 말 국내 PC통신 인구는 대략 3백 10만명, 2000년에는 5백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츠고측에 따르면 97년도 PC통신 인구 증가 추이에서 PC통신 가입자 수보다 인터넷 ID사용자가 더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인터넷 이용자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면 인터넷 PC통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은 당연한 일. 따라서 인터넷 PC통신으로의 전환과 새로운 인터넷 PC통신 서비스의 탄생은 시간 문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