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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각시별, 이수연 사원의 웨어러블 로봇이 궁금하다

 

11월 현재 월화드라마 1위를 달리고 있는 SBS 드라마 ‘여우각시별’은 인천공항 여객서비스팀의 신입 직원 이수연(이제훈)과 사고뭉치 1년 차 직원 한여름(채수빈)이 인천공항 내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서로의 결핍과 상처를 보듬는 휴먼 멜로다. 처음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에서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기자의 ‘유일한 아이돌’이 드라마 OST를 불렀다!). 그런데 극이 진행될수록 다른 게 눈에 들어왔다. 바로 주인공 이수연의 괴력팔과 그 괴력팔의 정체, ‘웨어러블 로봇’이다. 

 

 

● ‘장애 1급, 보행보조물 착용’

 

 

#Scene 1 이수연의 인사 기록에 쓰인 비밀이다. 그는 12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팔과 다리를 쓸 수 없게 됐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던 그는 팔과 다리에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해 걷고 움직인다

 

 

수연아, 웨어러블 입고 걷자

 

웨어러블 로봇은 사람의 몸에 착용해 부족한 근력을 보완하거나 부상의 위험을 줄이고, 장애를 극복하거나 인간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 넘게 도와주는 장치다. 현재 산업, 의료, 군사,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웨어러블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공경철 서강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한쪽 발목을 보조하는 로봇부터 골프 스윙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로봇, 가상현실(VR) 게임을 더 실감나게 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로봇까지 다양한 웨어러블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드라마의 자문을 맡았다.  

 

극중 이수연이 착용한 웨어러블 장치만큼 ‘고퀄’은 아니지만, 실제로 팔이나 다리를 쓸 수 없는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로봇회사 리워크 로보틱스는 척추 장애로 걷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리워크 퍼스널 6.0’이라는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도 받았다. 2012년 런던 마라톤대회에서 하반신 마비 환자인 영국의 클레어 로머스가 이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17일 동안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현대로템이 하반신 마비 환자를 위한 ‘휴마(HUMA)’를 개발했고, 헥사시스템즈는 ‘헥사(HEXAR)’를 제작했다. 공 교수팀은 하지마비 장애인을 위한 ‘워크온 슈트(WalkON Suit)’를 개발했다. 

 

2016년 처음으로 개최된, 일명 ‘사이보그 올림픽’으로 불리는 ‘사이배슬론’에서 워크온 슈트를 착용한 김병욱 씨가 장애물 통과, 계단 오르내리기, 징검다리 건너기 등의 미션에 성공해 3위를 거뒀다. 올해 평창 패럴림픽에서는 워크온 슈트를 착용한 이용로 씨가 걸어서 성화를 봉송하기도 했다. 공 교수는 이 기술을 토대로 지난해 SG로보틱스를 창업해 현재 대표를 맡고 있다. 

 

공 교수는 “의학적으로 치료와 재활이 더 이상 불가능한 환자들의 경우 웨어러블 로봇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장애의 종류에 따라 로봇을 따로 제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공 교수는 또 “SG로보틱스의 경우 마비 환자, 특히 어린이를 위한 웨어러블 로봇은 거의 상용화가 완료된 상태”라며 “병원이나 재활센터 등과 연계해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근력이 부족하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도 웨어러블 로봇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본의 로봇 회사인 사이버다인이 개발한 ‘할(HAL)’이 대표적이다. 황한정 금오공대 메디컬IT융합공학과 교수는 “이런 웨어러블 로봇들의 경우 일어나려는 의도만 있어도 근육 측정 센서가 이를 감지해 원하는 방향으로 모터가 기계적인 힘을 더 실어주기 때문에 일어서고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숨길 수만 있다면, 끝까지 숨기고 싶어요"

 

 

#Scene 2 이수연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한여름과 엮이면서 결국 웨어러블을 착용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게 된다. 이수연은 떨어진 승객의 몸을 한 팔로 붙잡아 끌어 올리고, 한여름에게 돌진하던 자동차마저 한 팔로 막아내는 놀라운 괴력을 발휘한다. 모두 오른팔의 웨어러블 장치 덕분이다

 

 

한 팔로 여름을 구하다

 

이수연과 같은 ‘괴력팔’을 가질 수 있을까. 공 교수는 “‘아이언맨’ 같은 힘을 발휘하는 이수연의 팔처럼은 아니지만, 군사용이나 작업용으로 힘을 증강시켜 줄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군사용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면 ‘슈퍼 군인’이 될 수 있다. 무거운 군장을 짊어지고 수십km를 걸어도 지치지 않는다. 

 

 

2009년 미국의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이 개발해 공개한 ‘헐크(HULC)’가 대표적이다. 헐크를 착용한 군인은 최대 90kg의 군장을 메고 시속 11km로 최대 20km를 이동할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로 구동되는 티타늄 몸체가 무게를 땅으로 전달해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이며, 무거운 군장을 운반할 수 있게 돕는다. 또 충분히 유연해 헐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쪼그리고 앉거나 상체를 들어올릴 수도, 30초 내에 벗을 수도 있다.

 

하지만 헐크는 부피가 너무 커 생각보다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고, 전력이 많이 필요해 배터리 무게가 늘어나면서 이를 착용하는 군인에게 더 부담이 됐다. 올해 록히드마틴은 이를 개선해 ‘오닉스(ONYX)’라는 하체 웨어러블 로봇을 공개했다. 오닉스를 착용하면 허리와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도 무거운 짐을 들거나 끌면서 계단이나 경사면을 오르내릴 수 있다. 현재 미 육군과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 산업현장에서 쓸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건설 현장, 공장, 물류관리 현장 등에서 오랜 시간 무거운 짐을 들고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작업자들의 피로를 줄이고, 부상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7일 미국 자동차회사 포드는 로봇 회사인 엑소바이오닉스와 함께 ‘엑소 베스트(Ekso Vest)’라는 이름의 작업용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해 전 세계 7개국, 15개 공장의 작업자에게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공장 근로자들은 자동차 밑에서 무거운 전동 공구를 들고 위를 보며 온 종일 나사를 조립한다. 이때 엑소 베스트를 착용하면 2~7kg의 무게를 들어 올리면서 작업자의 부담을 줄여준다. 미국 내 2곳의 공장을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진행한 결과, 엑소 베스트는 팔과 허리에 가해지는 힘을 40% 줄이고 작업자의 부상 발생도 크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드 외에 BMW, 아우디 등 독일의 자동차기업도 공장 노동자들을 위해 웨어러블 로봇을 도입 중이다. 

 

현대자동차도 연말부터 북미 공장에 ‘윗보기 작업용 착용로봇(H-VEX)’을 투입해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H-VEX는 몸을 뒤로 젖힌 채 팔을 들고 일해야 하는 작업자의 힘을 보조해주는 시스템이다. 최대 60kg를 추가로 들 수 있어 목과 어깨, 등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돕는다.

 

 

 

● “내 팔과 다리 속에 총 66개의 전도체가 심어져 있어요”

 

 

#Scene 3 이수연의 웨어러블 장치는 한여름을 만나면서 오작동이 발생해 팔에 자석처럼 물건이 붙고,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게 된다. 이에 이수연의 웨어러블을 관리하는 미스터 장(박혁권)은 “단순한 기계적 결함인지, 아니면 몸속에 내장된 칩에 문제가 생긴 건지 원인 파악이 끝날 때까지는 절대 착용 금지”라고 말한다

 

 

마이크로칩 끊어지면 안 되는데…

 

웨어러블 로봇의 오작동 위험은 얼마나 될까. 황 교수는 “웨어러블 장치에 자석이 달려있지 않는 한 실제로 이런 오작동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대신 의료공학에서 사람의 의지로 장치를 움직일 수 있도록 뇌와 끊어진 팔과 다리의 신호를 연결하는 기술은 계속 연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신경에 전기 자극을 줘서 끊어진 신호를 연결하는, 일종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넣어야 한다. 황 교수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착용한 웨어러블 로봇은 몸속에 칩을 넣어 신경이 남아 있는 위쪽 팔과 끊어진 부분을 연결하는 것 같다”며 “뇌에서 움직임 신호가 전달되면 이 칩을 통해 웨어러블 장치를 제어하는 설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11월, 스위스 로잔연방공대와 로잔대병원 등 공동연구팀은 하반신 마비 환자 세 명의 척수에 전기자극을 가해 다리를 움직이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뇌에서 다리를 움직이고 싶다는 신호를 보내도 척수를 다쳐 신호가 끊겼기 때문에 아래쪽으로 신호가 전달되지 않아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들이다. 

 

연구팀은 그동안 동물을 이용해 뇌가 척수를 통해 다리를 움직이도록 신호를 보내는 과정을 정교하게 밝혀냈다. 이를 바탕으로 각각의 신경에 정확하게 순차적으로 자극을 가할 수 있도록 환자들의 척수에 전기자극을 주는 무선 기기를 이식했다. 

 

그 결과 세 명 모두 일주일 만에 다리를 움직였고, 보조 장비를 이용해 보행하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를 이끈 그레고르 쿠틴 로잔연방공대 생명과학과 교수와 조슬린 블로흐 로잔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마비 환자를 위한 맞춤형 신경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doi:10.1038/s41586-018-0649-2, doi:10.1038/s41593-018-0262-6

 

극중 이수연은 웨어러블 장치를 착용해도 감각을 느끼지는 못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팔을 제어할 수 있도록 웨어러블 로봇이 압력과 같은 촉각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황 교수는 “예를 들어 유리컵을 잡고 싶어도 압력을 느낄 수 없다면 로봇 팔이 컵을 너무 세게 잡아 컵이 깨지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촉각은 특히 의수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분야에서 오랫동안 중요하게 연구된 이슈인데, 웨어러블 로봇도 같은 형태로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신경이 끊어지지 않은 팔 부분에 진동이 발생하는 모터를 붙이고, 로봇 팔에 달린 압력센서로 물컵을 쥐는 압력을 감지했다. 힘이 들어가는 정도에 따라 모터가 진동을 발생시켜 사용자에게 전달한다. 사용자는 스스로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의 진동이 물컵을 들어올리면서도 깨지지 않을 정도의 힘인지 파악할 수 있다.

 

최근에는 뇌에 센서를 심고 직접 전기자극을 줘 감각을 인식하게 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다. 2016년 미국 피츠버그대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온 몸이 마비된 남성 환자의 뇌 감각 피질에 마이크로전극을 이식한 뒤, 이를 로봇 팔과 연결해 로봇 팔의 손가락을 만졌을 때 그 감각을 느끼게 하는 데 성공했다. doi: 10.1126/scitranslmed.aaf8083 

 

황 교수는 “예를 들면 검지손가락을 만졌을 때는 뇌의 감각피질에 A라는 전기자극을 주고, 새끼손가락을 만졌을 때는 B라는 형태의 전기자극을 주면 마치 실제 자기 손가락이 만져진 것처럼 인식을 한다”며 “아직 연구 단계이지만 고무적인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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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오혜진 기자
  •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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