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열받은 플라스틱
1909년 베클란드에 의해 처음 합성된 플라스틱은 한 분자가 수없이 연결돼 만들어진 분자량 1만 이상의 고분자 화합물이다. 플라스틱의 한 종류인 폴리스티렌 컵이 열과 아세톤에 의해 어떻게 변신하는지 알아보자.
고분자 화합물의 일종인 플라스틱은 어떤 분자들이 연결됐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이름이 붙는다. 우리가 잘 아는 PET병, 폴리스티렌(스티로폼)컵, PVC관 등은 플라스틱의 종류들이다.
플라스틱을 오븐에 넣고 가열하면 어떻게 될까. 플라스틱은 가열했을 때 일어나는 변화에 따라 열가소성과 열경화성으로 나뉜다. 열가소성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스티렌을 높은 온도로 가열해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 보자
■ 준비물
오븐 레인지, 폴리스티렌 컵(재활용 표시 6번인 플라스틱), 두꺼운 책, 유성 펜, 젓가락, 핀치, 알루미늄 포일.
■ 실험 방법
1. 오븐의 온도를 2백50℃ 정도로 맞춰 내부 온도를 올려둔다. 이때 바닥에 알루미늄 포일을 한겹 깔아두면 나중에 폴리스티렌이 늘어붙는 것을 막을 수 있다.
2. 컵에 글씨나 그림을 그려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본다.
3. 폴리스티렌 컵을 오븐에 넣고 1-2분 정도 작동시킨다.
4. 폴리스티렌 컵이 완전히 주저앉으면 젓가락으로 꺼낸다. 이때 오븐 내부가 뜨거우므로 주의한다.
5. 두꺼운 책 사이에 끼워서 잘 눌러준다. 잠시 후 꺼내본다. 의외로 글씨나 그림 등이 그대로 살아 있다.
6. 펀치로 구멍을 뚫어 열쇠고리 등으로 가용한다.
7. 여러 종류의 폴리스티렌 컵을 사용해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 본다. 약간씩 모양이나 형태, 질감이 다른 것들을 얻을 수 있다. 주저앉는데 걸리는 시간이 각기 다르므로 오븐 내부를 유심히 살펴본다.
■ 왜 그럴까?
플라스틱은 열을 가했을 때 나타나는 성질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열을 가했을 때 부드러워지면서 새로운 모양으로 변신할 수 있는 플라스틱을 열가소성 플라스틱이라 부른다. 이에 비해 가열했을 때 타버리거나 그을음이 생기며 모양을 변화시킬 수 없는 플라스틱은 열경화성 플라스틱이다.
열가소성 플라스틱은 가는 분자들이 고리 모양으로 얽혀있는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런 플라스틱은 고리를 이루는 원자들 사이의 힘은 강하지만, 얽혀있는 고리와 고리 사이에는 약한 힘이 작용한다. 가열하면 고리들이 쉽게 이동하면서 구조가 느슨해진다. 대표적인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는 폴리스티렌, 폴리에틸렌, PVC등이 있다.
폴리스티렌은 스티렌 분자들이 첨가반응에 의해 분자량이 큰 화합물을 만든 대표적인 열가소성 플라스틱이다 같은 폴리스티렌이라도 스티로폼으로 불리는 발포, 폴리스티렌은 공기를 주입해서 만든 것으로 폭신폭신하고 단열성이 뛰어난 특징이 있다.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고리와 고리 사이에 강한 힘이 작용하고 있는 플라스틱이다. 이런 종류는 가열하면 플라스틱 분자 사이의 고리가 느슨해지는 것이 아니라 물질의 온도가 올라가 타버리게 된다. 대표적인 열경화성 플라스틱으로는 그릇에 사용하는 멜라민 수지가 있다.
신과림박사의 실험파일
1. 전자레인지는 높은 온도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플라스틱을 녹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븐 겸용 레인지는 가능하다.
2. 가능하면 문양이 없는 폴리스티렌을 사용해야 무늬 만들기가 쉽다.
3. 오븐의 온도를 2백50℃로 했을때 완전히 주저앉으려면 1-2분 정도가 걸린다. 실험할 때 폴리스티렌에 뭔가 묻어있는 것을 사용하면 타면서 연기가 많이 나므로, 깨끗한 것을 사용하는것이 좋다.
4. 폴리스티렌에는 컵라면 그릇같은 스티로폼형과 과자담는 통, 투명한 떠먹는 요구르트통, 수입품 플라스틱컵 등이 있다. 과자형은 주로 각진 모양인데 모서리 때문에 그대로 주저앉기가 어렵다. 스티로폼형은 잘 주저앉는 대신 힘을 주면 부서진다. 투명한 요구르트톤은 주저앉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리고, 표면에 인쇄돼 있는 부분이 있어서 원하는 모양을 그리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컵형은 그림이나 글씨를 넣어 예쁘게 만들 수 있다. 열에 의해 가라앉은 후 잘 펴서 눌러줘야 멋있게 만들 수 있다.
5. 잘못 만들어진 것은 다시 오븐에 넣고 가열하면 새롭게 만들 수 있다.
2. 사라지는 플라스틱
폴리스티렌 컵을 아세톤에 담그면 어떻게 될까. 컵라면 그릇으로 쓰이는 발포 폴리스티렌 컵을 아세톤과 매니큐어 제거제에 담가 보도록 하자.
■ 준비물
발포 폴리스티렌(일명 스티로폼), 아세톤, 매니큐어 제거제, 샬레, 유리막대, 비커, 물.
■ 실험방법
1. 샬레에 아세톤을 4분의 3가량 채운다.
2. 폴리스티렌 컵을 샬레 중간에 놓는다.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
3. 녹은 후에 남은 물질을 건져 찬물에 씻어 관찰한다.
4. 여러 다른 플라스틱도 아세톤에 넣어본다.
5. 매니큐어 제거제에 발포 폴리스티렌컵을 넣어본다.
■ 왜 그럴까?
폴리스티렌은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유기화합물이다. 이것을 유기용매인 아세톤에 넣으면 닿은 부분부터 서서히 녹는다. 여기서 아세톤의 역할은 물질 자체를 녹이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유지시켜주는 결합을 끊어주는 것이다. 따라서 폴리스티렌은 아세톤과 반응하면 형태가 무너지면서 내부의 공기가 빠져나가고, 남는 것은 서로 엉켜 흐물흐물하게 된다.
발포 폴리스티렌이 아닌 일반 폴리스티렌도 아세톤에 의해 녹지만 그 속도가 매우 느리다. 고무 지우개는 아세톤에 넣으면 끈적끈적해지면서 녹는다. 다른 플라스틱의 경우에는 잘 녹지 않는다.
매니큐어 제거제는 폴리스티렌을 녹이지 못한다. 흔히 아세톤으로 알고 있는 매니큐어 제거제는 아세톤이 아니고, 에틸아세테이트라는 에스테르 계통의 화합물이기 때문이다.
신과림박사의 실험 파일
1. 아세톤은 몸에 해로운 물질이다. 가능하면 증기를 맡지 않도록 한다. 인화성이 강하므로 불꽃 근처는 피해야 한다.
2. 컵이 빨리 녹게 하려면 손으로 지긋이 컵을 눌러준다. 10초 정도면 한개를 충분히 녹일 수 있다.
3. 1백mL의 아세톤으로는 폴리스티렌 용기 20개를 녹일 수 있다.
4. 녹은 후에 남은 물질을 찬물에 헹구면 딱딱해진다. 이것을 다시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하기는 어렵다.
보너스 실험
물먹는 플라스틱
휴대용 화장실 포트에 들어있는 흰가루인 폴리아크릴레이트는 고흡수성 수지다. 이 물질은 친수성이기 때문에 물을 매우 잘 흡수한다. 이 성질을 이용하면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할 수도 있다.
■ 준비물
폴리아크릴레이트, 투명하지 않은 플라스틱 컵 또는 종이컵, 가위, 물, 유리컵
■ 실험방법
1. 미리 다른 사람 모르게 폴리아크릴레이트를 컵에 조금 넣어둔다.
2. 사람들 앞에서 물이 담긴 유리잔을 보여준 뒤 물을 문제의 컵에 따른다.
3. 1-2분의 시간이 지나면 폴리아크릴레이트가 물을 흡수해 굳어진다. 이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주술을 외는 듯 하는 행동을 보인다.
4. 머리 위에서 컵을 뒤집어 본다. 물이 흘러내리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 왜 그럴까
폴리아크릴레이트는 자신의 무게보다 수십배 정도의 물을 흡수하면서 고체화된다. 따라서 컵속에서 흘러 내려오지 않게 된다. 그래서 휴대용 화장실 포트나 일회용 기저귀에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