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컴덱스 전시회를 두 글자로 요약한다면 EC(electric commerce), 즉 전자상거래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전자상거래란 인터넷을 이용한 통신 판매다.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주문하고 대금을 결재하는 모든 과정이 전자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즉 기존 통신판매 환경을 인터넷 위에 올려놓은 형태이기 때문에 전자상거래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와 같이 97년 가을 컴덱스는 그야말로 전자상거래의 천국이랄 정도로 다양한 솔루션이 선보였다. 전체 참여 업체의 80%가 전자상거래와 직·간접으로 연관된 제품을 선보였으며 IBM같은 커다란 회사는 아예 'e 비즈니스'를 타이틀로 달고 나올 정도였다.
컴덱스 전시회가 아니더라도 이미 미국은 전자상거래 시대가 활짝 열린 것 같다. 통신판매 환경이 발달해 있던 탓도 있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인터넷 전자상거래에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말자고 주장하고 있고, 커다란 판매점은 물론 동네의 조그만 구두 판매소까지 인터넷 홈페이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왜 이렇게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상거래가 확산되는가? 우선 인터넷으로 물건을 팔게되면 몇 가지 장점이 있다. 매장 비용과 인건비 등이 들지 않기 때문에 더 싼 값에 팔 수 있고 재고 부담도 덜 수 있다.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조건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인터넷을 이용하면 조그만 구멍가게조차 전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할 수 있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이미 10대 소년이 인터넷으로 전문 분야의 물건을 팔아 수천만 달러에서 많게는 수십억 달러까지 이익을 남긴 예가 있을 정도다.
국내 환경을 보자. 인터넷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97년 한 해 동안 인터넷을 이용해 물건을 파는 업체들이 부쩍 늘었다. 국내 최고의 쇼핑 센터인 롯데백화점을 비롯해 신세계백화점이 이미 인터넷을 이용한 쇼핑센터를 열었고 여기에 LG EDS, 한솔CS 등 대기업이 인터넷 할인점을 열었다. 조만간 삼성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도 여기에 가세할 전망.
국내 3대 대형서점인 교보문고, 종로서적, 영풍문고도 이미 인터넷 책방을 개설했으며 컴퓨터 관련 부품을 만들어 파는 제조업체들도 자사 홈페이지를 만들고 이곳을 통해 자사 물건을 중심으로 주문 판매를 하고 있다.
이외에도 자동차용품, 스키용품, 주류 등 전문용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매장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추세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이러한 쇼핑 홈페이지만 모아놓은 홈페이지까지 등장했다.
이들 인터넷 홈페이지의 월 매출액은 적게는 몇 백만원부터 많게는 1억원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이용해 큰 돈을 벌었다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이유는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는 계층이 20-30대 남자 회사원들로 한정돼 있는데다가 물건 구매 과정이 복잡하고 일반 사용자들이 판매 업체를 쉽게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누구든 통신 판매를 통해 물건을 사게 되면 "내가 주문한 물건이 제대로 올까?" "오는 도중에 파손되지는 않을까?"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반품은 잘 되나?" "혹시 돈만 날리는 것 아닐까?" 와 같은 의심을 한번 쯤은 하게 된다.
아직까지 결제 수단도 은행 온라인 입금이 많은 것도 문제다. 텔레뱅킹을 이용한다면 간단히 전화로 이체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은행에 가서 돈을 입금해야 한다.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곳도 있지만 신용카드 번호가 새나갈까 걱정돼 쉽사리 사용하지 못한다.
통신판매면 이론적으로 물건 값이 더 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어떤 곳은 오히려 우송료까지 내란다. 물건 팔면서 사는 사람에게 우송료를 내라니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이런 몇 가지 문제 때문에 수많은 홈페이지가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한해 인터넷 전자상거래로 인한 매출은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올해는 이런 문제들 중 대부분이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여 전자상거래는 사회 각 분야로 확대될 전망이다.
우선 전자상거래용 보안 시스템과 프로토콜(인터넷을 통해 주고 받는 신호 규약)이 대거 등장했다. BC 카드를 비롯한 신용카드 회사와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들이 컨소시엄을 형성해 신용카드로 편리하게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 초 개발할 계획이며 이 외에도 다양한 솔루션이 이미 등장했기 때문이다.
가격 문제도 훨씬 저렴해지고 있다. 다른 매장보다 비싸게 구입한 제품에 대해 최저가격 보상제를 실시하는 인터넷 쇼핑점이 등장하고 있으며, 구매자가 늘어남에 따라 더 많은 제품을 더욱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이 직접 홈페이지를 개설해 판매하는 것은 물론, 소위 '가상 쇼핑 몰'을 만든 후 제조업체들을 입점시켜 물건을 판매할 인터넷 백화점도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동아일보 인터넷 신문인 마이다스동아일보에서도 1월 중으로 인터넷 쇼핑 몰을 오픈할 계획. 물론 신뢰할 수 있는 물건과 편리한 결제 수단, 빠른 택배 서비스를 총동원해 고객이 편리하고 값싸게 좋은 물건을 받아볼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