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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사서함 어느 하루의 온라인 한시간

정보화 사회에서의 생활모습은 점차로 변화해간다. 이에 따른 우리의 습관도 점차 달라는데···

어느날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하였다. 10시부터 회의가 있기 때문에 한시간쯤 여유를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미국의 어느 컴퓨터를 쓰기로 하였다. 단말기가 달린 전화기로 공중데이타 통신망 DACOM NET을 불렀다. 첫 통화에 통화중 신호가 나와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쓰고 있나하고 의심하면서 다시 걸었다. 연결되는 걸로 보아 전화줄에 무슨 이상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연결이 되었기 때문에 전화에 관해서는 묵살하기로 했다. 당장에 미국의 컴퓨터 번호를 쳐 넣었다. 12자리나 되는 길다란 번호이기 때문에 이것을 외워두는데는 남달리 애를 써야한다. 연결되었다. 당장에 개인시기별 번호를 쳐넣었더니 금방 패스워드(비밀번호)를 쳐 넣으란다. 필자만이 알고 있는 비빌번호를 쳐넣었다. 그랬더니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쓰시겠읍니까. 아래에서 고르시오" 라는 지시문이 나온다.

뉴스에 관하여는 이미 집에서 신문을 보고 방송을 듣고 해서 새삼스레 볼 것도 없고 나에게 무슨 편지가 와있는지를 확인이나 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사서함을 열어보았다.


전자 사서함
 

명함대신 주고 받은 식별번호

식별번호가 BCX407 이란 사람과 ST3274란 사람이 필자에게 편지를 보내왔다. 둘다 비슷한 내용인데 자기가 만든 개인용컴퓨터의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데 아주 값싸게 줄터이니 사라는 내용이었다. 아직은 별로 흥미가 없으니까 이건 그대로 지워버렸다. 눈에 익은 식별번호로부터의 확인편지가 하나 와있다. 이 사람은 두어달전에 서울에 와서 강의를 하여준 사람인데 명함 교환대신에 식별번호교환을 하였던 터이다. 이사람에게 메일그램이라는 새로운 통신수단으로 편지를 보낸 후 접수를 하였는지의 여부를 전자사서함을 통해서 넣어달라고 요청했었는데 무사히 접수하였다는 내용의 편지가 들어왔다. 과연 메일그램이라는 것도 쓸모가 있겠구나 하고 여겼다.

이 두가지 서비스는 꼭 같은 것인데 직접 서비스를 시행하는 기관이 다를 뿐이다. 메일그램은 미국의 전국에 퍼져있는 웨스턴 유니언이라는 전화회사가 수행하는 서비스이고 E-COM은 미국 우체국에서 하는 서비스이다. 이것은 주소, 성명만 알고 전화, 텔렉스, 단말기 등 아무것도 없는 사람에게 전자사서함으로 편지를 보내어 주는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보통 전자사서함이라고 하면 단말기를 가진 사람에게만 편지를 주고 받고 하는것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없는 사람을 위하여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아무리 미국이라 한들 아직도 단말기를 가진 사람보다 안가진 사람이 아직도 많으니까 이러한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다. 그러니까 우체국이나 전화국에 고성능의 프린터를 비치하여 두고 수 많은 온라인 가입자들이 단말기를 통하여 편지를 써넣으면 그 내용이 해당 주소의 우체국이나 전화국에 비치하여 둔 단말기 프린터에서 출력하여 당장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전보보다 빠르며 같은 내용으로 여러곳으로 발송할 수 있어서 대단히 효과적이다. 아마도 이러한 일은 기존의 우편서비스와 중복되는 점이 있는가 하지만 단말기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기막히게 편리한 서비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른바 컴퓨터로 원고를 쓰는 사람'들에게 이런 서비스가 추가된다면 이용자가 많이 생길 것이 분명하다.

결혼상담에서 선거운동까지

이 컴퓨터에는 자기가 가입자들에게 알리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게시하여 두는 전자게시판이 있는데 여기에는 수백가지 게시문이 붙어있다. 이걸 한꺼번에 모두 볼수 없기 때문에 하나씩 보기로 했다. 하나는 미국 일리노이주 출신의 상원의원이다. 이름이 '주디 켈러'인걸로 보아 여성인것 같다. 게시내용은 "일리노이주에서 가장 적합한 상원의원의 후보자는 주디 켈러이다."라는 선거벽보가 전자화되었으니 정말로 우습다. 이런걸로 선거운동을 하다니 이해가 잘 안된다.

다음 하나를 보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온라인 클럽이라고 자처하면서 남녀 매칭을 해드린다고 선전하고 있다. 숙녀의 등록료는 무료이며 신사는 요금을 10불식 내고 등록하여야 한다고 한다. 필자의이름을 등록하려고 마음을 먹다가 우리집 사람이 알면 어떻게 나올지 겁이 나서 그만 두었다.

또 하나를 보았다. BCW198이란 사람이 붙여둔 게시문인데 비행기표 왕복요금(미국내 어디라도, 하와이나 알래스카라도)이 모두 4백50불이란다. 우리 돈으로 40만원쯤 된다니까 이건 거리에 비해서 무척 싸다. 이러한 비행기표를 전자게시판으로 팔고 있다.

하나더 보자고 마음먹고 열었다. 멕시코 어디어디에 여행가야 하는데 비행기표도 사주고 도와달라는 내용이다. 필자야 도와줄 처지가 못되기 때문에 귾었지만 아마도 여행업을 하고 있는 가입자는 잘하면 장사가 되겠다고 생각되었다.

한번 빠지니까 자꾸 깊숙히 들어가는가 보다. 또 봤다. 이번에는 스키장 안내, 그다음 것은 우주여행 연습을 한다는 곳이 광고로 나와있다. 챌린저호의 승무원들이 받았던 훈련 그대로 훈련시켜줄터이니까 6백25불내고 참가하라는 광고도 있다. 그밖에도 우리식당은 무엇이 특징이라서 어쩌고저쩌고 하는 식당 광고도 수없이 많다.

온라인 아마추어 무선

온라인에 무선이 붙으니까 말이 안된다. 그러나 아마추어 무선을 즐기는 분들은 매일밤 외국의 라디오 이용자를 찾아서 그사람과 직접대화를 낙으로 삼고 있다. 더우기 천재지변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통신망이 두절되었을 때에는 이걸 통하여 통신하므로써 커다란 공헌을 하는 경우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이분들은 무선으로써 말소리를 보내고 받고 해서 통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 쓰고있는 온라인 컴퓨터에는 수만명의 가입자가 있으며 항상 수백명의 이용자가 이용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당장 온라인으로 쓰고 있는 사람의 목록을 나오라고 지시하면 수백명의 식별번호가 주루룩 쏟아져 나온다. 여기에서 눈에 익은 번호가 있으면 그 사람에게 당장 말을 거는게 습관으로 되어 있다. 처음보는 번호이더라도 말을 걸고 싶으면 걸면 된다. 그래서 이날에도 아무에게나 걸어볼까하고 마음을 먹었을 뿐인데 엉뚱하게 다른 사람이 필자에게 말을 걸어왔다.

"잠깐 채팅(잡담) 좀 합시다."
"그럽시다. 당신은 누구요?"
"나는 제리인데 당신은?" "나는 유경희, 50세 남자 기혼 4자녀, 당신은?"
"나는 64세 자녀 6명, 손자 2명"
"여기는 2월7일 오후3시30분, 기온은 영하 11도, 거기는?"
"휴우, 그렇게 추워요? 여기는 화씨45도, 시간은 새벽2시"
"왜 안자고 있어요?"
"우리 마누라가 간호원인데 새벽 2시에 일나가야 되기때문에···"
"코리아에 와봤어요?"
"외국이라곤 멕시코하고 카나다와 유럽밖에 못가봤어요. 서울 올림픽에는 꼭 가보고 싶군요."
"꼭 오시요. 올때는 나에게 연락하고 오시요. 지금 일해야 하는데···"
"그럼 다시 채팅을 합시다."
"굿바이"

이걸로 끝인데 15분쯤 걸린다. 아마추어 무선은 목소리로 통신하는 데 채팅은 손가락으로 통신을 한다. 그런데 이 재미가 정말로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체로 채팅 3번에 2번은 재미를 본다.

또한 여기에는 전세계의 비행기 시간표와 전세계의 호텔과 모텔이 데이타베이스로 들어있다. 한국사람으로서 최근에 미국에 여행한 사람치고 호텔예약이 옛날과 같지 않게 귀찮아졌음을 아는 사람은 알것이다. 오래 묵으려면야 특별히 문제된 일은 없지만 2~3일씩 묵고는 장소를 바꾸는 경우는 항상 말썽이다. 대체로 담당여행사가 호텔예약을 위하여 온라인으로 주문하지만 1박분을 송금하지 않으면 예약접수 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숙박요금마저 싸지도 않은데 예약이 되지 않았으니까 받을 수 없다고 핀잔을 주면 이것은 자존심문제이다.

하와이에 출장갈 일이 생겼다. 호텔예약을 어떻게 해햐할지 여행사도 사실 못믿겠고 스스로 호텔을 찾아서 전자사서함으로 예약을 해두었다. 나중에 현지에서 만난 다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텔렉스로 예약한 경우에는 접수가 안되었고 필자의 예약만이 유효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자랑할 것이 못되었다. 다른분들은 더값싼 다른숙소를 구하여 묵었으니까 약간은 불편하더라도 여비를 절약하였는데 필자는 그러질 못하였다.

나도 미국에 취직할 수 있다.

이안에는 구인 구직 시스템이 들어있다. 직업을 구하는 사람과 사람을 구하는 직장과의 서로의 요구를 매칭시켜 주는 시스템이다. 새로 학교를 갖나와 직업을 구하는 사람도 이미 직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옮겨 보려는 사람도 필요한 시스템이다.이 시스템을 불렀다. 전공분야를 쳐넣으라고 지시가 나온다. 통신이라고 넣었다. 그런 직장이 6백42군데 있는데 연봉을 얼마나 요구 하는냐고 물어온다. 큰마음 먹고 일류 프로야구 선수보다 많은 10만불을 요구해 보았다. 그런 자리가 6군데나 있다는 내용이다. 모두 보자고 요청했다. 회사이름은 밝히지 않고 로스앤젤레스에 본사가 있는 금융회사로 통신에 2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사람을 구하고 있다. 다른 경우도 모두가 금융회사였는데 역시 돈장사를 하는 회사가 보수도 많음을 알수 있었다.

마침 의사 한분이 필자를 찾아왔었기에 만약에 이분이 미국에 취업을 희망한다면 이라는 가정으로 찾아 보았다. 뉴저지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이분이 요구사항을 만족시키는 보수를 준다는 회답이 나왔다. 한편, 직장쪽에서도 취업희망자를 찾는 경우도 있는데 여기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력서가 수두룩하게 있었다. 서로가 매칭되면 서로의 면접을 주선해 주는 사람에게 전자우편으로 편지를 보내기만 하면 된다.

이정도의 온라인을 즐기다가 보면 한시간쯤이 걸린다. 여기서 필요한 정보를 검색 한다든가 뉴스를 읽는다든지 하면 시간은 더 걸린다. 게다가 전자백화점의 온라인 주문, 온라인 증권투자, 오늘의 운세 등 볼만한 것이 많지만 여기에서는 이만 줄인다. 이럭저럭 정보생활의 습관이 자꾸자꾸 달라져 가고 있다.

이런것들이 어서 우리말로도 될 수 있도록 꾸며져야 할터인데···

1986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유경희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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