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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은 자손을 잘 키우기 위한 수단

할머니 가설, 출산보다는 양육에 힘쏟아

 

브래지어


여자의 생식능력은 초경으로 시작해서 폐경으로 끝난다. 첫 월경을 초경, 월경이 영구적으로 폐지되는 생리적인 현상을 폐경이라 한다.
 

배란의 메커니즘^여자가 7-8살에 이르면 뇌하수체에서 FSH가 분비돼 원시난포가 성숙한다. 난포에서 분비된 에스트로겐은 뇌하수체를 자극해 LH분비를 돕는다. LH작용으로 난포에서 난자가 배출되고 (배란), 황체에서 분비된 프로게스테론이 자궁내막을 증식시킨다.


젖꼭지는 초경의 신호탄

월경은 주기적으로 나타나는데, 난소주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난소는 남성의 고환에 상응하는 여성의 생식샘이다. 난소는 생식세포인 난자를 만들어내고, 여성호르몬을 분비하는 두가지 역할을 한다.

난소의 기능은 사춘기부터 폐경기까지 약 30-35년의 기간에 가장 활성화되므로 여성이 생식능력을 갖는다. 이 기간에 난소에서는 일련의 생리학적 변화적 비교적 불규칙적으로 일어나는데, 이러한 주기적인 변화를 일러 난소주기라 한다.

난소의 변화는 대략 28일을 한 주기로 되풀이된다. 난소주기는 배란시기를 기준으로 난포기라 불리는 전반의 14일과 황체기라 불리는 후반의 14일로 구분된다. 난포기에는 난포가 성숙하며 황체기에는 황체가 형성된다.

여자는 난자를 만들 수 있는 세포를 대략 2백만개 갖고 태어나지만 사춘기 무렵에는 난소 한개에 20만개씩 모두 40만개로 줄어든다. 이러한 세포는 난포 안에 한개씩 들어있다.

난소의 주변 부위에 묻혀 있는 난포는 공 모양인데 발육 정도에 따라 크기가 다르다. 사춘기 이전의 난소에는 발육 이전 상태의 원시난포가 약 40만개 들어있다.

여자가 7-8살에 이르면 뇌하수체로부터 분비되는 성선자극호르몬이 난소를 자극한다. 성선자극호르몬에는 난포자극호르몬(FSH)과 황체형성호르몬(LH)의 두종류가 있다. FSH가 원시난포를 자극하면 난포 안의 특수세포들은 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난포가 더 많이 자랄수록 에스트로겐이 더 많이 분비된다.

에스트로겐의 작용으로 나타나는 첫번째 신체의 변화는 젖꼭지와 유방조직의 발달이다. 일단 젖가슴의 융기가 커지면 한두해 뒤에 월경이 시작된다. 가령 아홉살에 젖꼭지가 생긴 소녀는 열살 쯤에 초경을 겪게 마련이다.

유방이 팽대하기 시작하면 2차 성징이 나타난다. 에스트로겐의 자극으로 음부와 겨드랑이에 털이 나는 것이다. 거웃은 월경 시작 몇달 전에 나타난다.
 

골다공증으로 소실된 뼈 조직


자궁내막의 주기적 변화

FSH의 자극으로 원시난포가 완전히 성숙하면, 성숙난포의 표면이 터지면서 난자가 난소 바깥으로 배출된다. 이러한 현상을 배란이라 한다. 40만개의 원시난포 중에서 일생동안 4백개가 성숙되어 배란이 되고 나머지 99.9%는 도중에 변성되어 쇠퇴한다.

배란은 LH의 급격한 상승을 계기로 시작된다. 다시 말해서, FSH는 난포를 성장하도록 자극하고 성숙된 난포가 난소의 표면으로 이동하게 하는 반면에 LH는 난자가 난포를 뚫고 난소 바깥으로 나가도록 작용한다.

배란 뒤에 이미 터진 성숙난포에서는 에스트로겐이 계속 생산되면서 또다른 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 함께 분비된다. LH의 자극으로 새로운 호르몬 분비 기능을 갖게 되면서 노란색으로 바뀌기 때문에 파열된 성숙난포에게 황체라는 새로운 명칭이 부여된 것이다.

황체가 분비하는 프로게스테론은 난소에서 배출된 난자가 근처의 나팔관으로 가서 정자와 만나 결합한 뒤에 자궁으로 내려갔을 경우에 필요한 대비를 한다. 자궁의 점막인 자궁내막(endometrium)을 증식시켜 수정된 난자가 성공적으로 착상하여 임신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수정란이 씨앗이라면 자궁내막은 토양인 셈이다. 요컨대 자궁내막은 수정란이 착상하여 자라는 조직인데, 이런 기능을 위하여 난소주기와 동반하는 주기적인 변화를 겪는다. 자궁내막이 주기적으로 겪는 조직학적 변화를 일러 자궁내막주기 또는 월경주기라 한다.

월경주기는 증식기, 분비기, 출혈기의 세 기간으로 구분된다. 증식기는 난포기 또는 배란전기라 불리는 시기인데, 난포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이 자궁내막을 증식시키는 기간이다. 분비기는 일명 황체기 또는 배란후기라 하는데, 황체에서 분비되는 프로게스테론의 영향으로 자궁내막에 여러가지 변화가 일어난다. 출혈기에는 3-7일 간 출혈이 계속된다.

생리가 시작되는 첫 날을 월경주기의 첫 날로 기산하는 것이 상례이다. 배란된 난자가 수정되지 않거나, 수정란이 착상에 실패하거나, 착상된 난자가 저절로 잘못될 경우에는 자궁내막을 공들여 유지할 필요가 없다. 결국 자궁 안의 혈관이 움츠러들면서 영양물질이 자궁내막으로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에 자궁내막 조직의 일부가 허혈(虛血), 즉 국부적 빈혈상태가 되어 부서지고 탈락하여 혈액, 점액 따위와 함께 질 밖으로 쏟아진다.

월경시의 출혈은 2/3가 혈액이다. 월경 출혈량의 규모는 탈락되는 자궁내막 조직의 양에 비례한다. 탈락되는 조직이 두꺼울수록 생리의 양이 많고 출혈기간이 길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자궁 안에 저장되어 있던 피가 월경으로 나오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자궁내막은 정상적인 여자의 경우 일생동안 월경주기에 따라 4백회 정도의 탈락과 재생을 반복한다. 수정란의 착상이 순조롭지 않으면 자궁내막의 옛 조직을 탈락시키고 다시 착상에 대비하기 위해 새 조직을 재생하기 때문이다.
 

폐경기


갱년기 증상의 이모저모

평균 초경연령은 서울 여자의 경우 13살 정도이다. 사춘기가 초경보다 1년남짓 앞서므로 12살이면 사춘기를 맞게 된다. 사춘기는 갈수록 어린 나이에 나타나는 추세인데, 초등학교 5학년인 11살이 되기 전에 젖가슴이 나오거나 월경을 시작하는 여학생이 적지 않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사춘기부터 약 30-35년의 가임기간 동안 대략 4백번의 월경을 겪고 나면 난소기능이 약화되는 40살 무렵부터 임신능력이 급격히 하강곡선을 그리게 되고 50살 전후에 폐경을 맞게 된다.

1976년 폐경을 주제로 개최된 최초의 국제회의에서 내린 정의에 따르면, 폐경은 갱년기에 발생하는 마지막 월경주기를 의미한다. 갱년기는 여자의 생식능력이 상실되는 단계로 넘어가는 노화과정의 일정기간을 말한다. 폐경이 최후의 월경이라는 특정 사건이라면, 갱년기는 수년 간에 걸쳐 진행되는 하나의 노화과정인 것이다.

갱년기 증상에는 안면의 홍조 현상, 질의 건조, 골다공증과 같은 신체적 변화와 우울증, 현기증, 허탈감, 불면증, 신경과민 따위의 심리적 현상이 있다.

갱년기 증상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은 홍조현상이다. 피부 표면에 있는 모세혈관이 갑자기 확장되어 혈액이 국소적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더운 기운이 온 몸에 퍼지면서 화끈거리는데, 가슴에서 시작하여 목과 얼굴에 퍼지며 살결이 불그스럼해진다.

폐경 후 2-5년 정도 계속되며 낮과 밤에 관계없이 발생한다. 폐경 이후 10여년에 걸쳐 음부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우선 불두덩의 거웃이 듬성듬성 빠지고, 음순이 얇아져서 탄력이 떨어지고, 클리토리스가 더욱 노출되어 상대적으로 더 커보이지만 실제로 크기는 줄어든다.

질은 갈수록 짧아지고 좁아져서 성적 자극에 따른 분비물의 생산능력이 저하된다. 질구의 틈새가 작아지고 분비물의 감소로 질이 건조하기 때문에 페니스의 삽입이 쉽지 않아 통증을 느끼거나 출혈이 생긴다.

이러한 현상은 제왕절개를 하여 정상분만의 경험이 없거나, 예쁜이 수술을 받았거나, 폐경 뒤에 오랫동안 성관계를 기피한 여성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성교를 할 때 윤활제를 질벽에 바르거나, 에스트로겐을 투여하면 통증을 없앨 수 있다.

여자들은 할머니가 되어서도 폐경 전과 다름없이 성욕이 거의 감퇴되지 않으며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다. 폐경 후에 다양한 성생활을 즐기도록 권유하는 이유이다. 가령 질이 지나치게 건조하면 구강성교를 즐기고, 남편이 발기불능이거나 사별하여 없으면 수음을 자주 해서 오르가슴을 맛볼 수 있다는 뜻이다.

갱년기 질환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골다공증이다. 뼈속에 작은 구멍들이 생겨 뼈가 푸석푸석해지는 병이다. 뼈의 손실을 막아주는 에스트로겐이 폐경으로 급속히 감소하여 뼈에 축적된 칼슘이 대량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발생한다.

골다공증에 걸리면 키가 줄어들고 허리가 굽거나, 뼈가 잘 부러지며, 척추나 고관절에 골절상을 입기 쉬운데 특히 고관절 골절은 치명적이다. 노파에게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면 사망 가능성이 높고 남은 생애를 침대에 누워서 보내야 한다.

골다공증은 젊어서부터 씨앗이 잉태되었다가 폐경 이후에 발생하는 대표적 질환이므로 뼈의 밀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는 35살 이전에 우유 등 칼슘이 풍부한 식사와 등산, 에어로빅, 자전거 타기, 빨리 걷기와 같이 체중을 실어주는 운동을 하면 예방이 가능하다. 일단 골다공증의 증상이 나타나면 여성호르몬 요법이 권장된다. 에스트로겐이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는 것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20대 중반 경제적으로 자립할 때까지 어머니에게 많이 의존한다. 만일 할머니가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는 경제적으로 잘 보호받지 못할 것이다. 폐경기가 생긴 원인에 대한 한가지 설명이다.


할머니는 위대하다

여자들이 70살 이상 장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50살 전후에 폐경이 되어 생식능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이유에 대해 생물학자들은 다양한 가설을 제시하였다. 가장 단순한 이론은 수명연장 가설이다. 초기의 인류가 수렵채집생활을 끝내고 농업에 정착하면서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폐경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폐경을 수명 연장의 불가피한 부산물로 보는 견해이다. 옛날 어머니들은 40살 넘어서 생존하지 못했기 때문에 애당초 폐경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인류의 수명은 증가했으나 40살에 기능을 멈추도록 설계된 여성의 생식기관이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함에 따라 폐경이라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가설은 두가지 측면을 무시하고 있다.

첫째, 40살 이후에 남성의 생식기능이 여성의 생식능력처럼 급속도로 없어지지 않고 점진적으로 감퇴하는 측면을 간과하고 있다. 둘째, 여성의 다른 신체기능은 나이가 들면서 천천히 저하되지만 오로지 생식기능이 갑자기 사라지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

폐경은 진화론에서 볼 때 파라독스가 아닐 수 없다. 자연도태는 본질적으로 후손의 수를 증가시키는 형질을 가진 유전자를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후손을 낳는 여자의 생식능력을 억압하는 유전자가 도태되지 않은 결과로 폐경이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파라독스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이를 적게 낳는 것이 실질적으로는 아이를 많이 낳는 것 못지 않게 유리한 상황을 찾아내서 그 이유를 진화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가장 그럴법한 설명은 할머니 가설이다. 여자가 늙게 되면 자신의 다른 아이를 낳을 때보다 이미 낳은 자식들, 그 자식들이 낳았거나 낳게 될 손자녀들, 가까운 혈족들에게 헌신할 때 훨씬 더 많이 자신의 유전자를 가진 후손의 수를 늘릴 수 있기 때문에 폐경이 진화되었다고 보는 이론이다.

할머니 가설은 두가지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첫째, 사람의 자식들은 다른 동물의 새끼들보다 더 오랫동안 부모의 신세를 진다. 침팬지 새끼는 젖을 떼는 즉시 스스로 먹이를 구한다. 인간은 20대 중반에 경제적으로 자립할 때까지 부모, 특히 어머니에게 의지한다.

따라서 가장 늦게 낳은 막둥이가 적어도 10대가 될 때까지 어머니가 살아 있지 않으면 안된다. 요컨대 늙어서 죽기 직전에 아이 낳는 일을 서둘러 그만 둘 필요가 있었으므로 폐경이 진화된 것이다.

둘째, 여자는 나이들수록 아이를 분만하는 도중에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60살에 아이를 낳다가 어머니가 죽어서 남은 자식들이 생존의 위기에 직면한다면 어머니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수를 늘릴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기 때문에 나이 든 여자들이 폐경을 선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할머니 가설에서는 젊은 여자들보다 할머니들이 건강이나 재산관리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할머니들의 삶에 대한 지혜와 지식이 자식이나 손자들의 생존에 크게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할머니 가설을 요약하자면, 여자가 활동적인 시기에 자식을 돌보는 것이 유리하고, 출산 도중에 사망하는 위험을 줄일 수 있으며, 손자와 자식들의 생존에 필요한 지혜를 빌려줄 수 있으므로 폐경이 진화되었다.

한편 사내들은 자식들의 양육을 위해 여자들보다 수고를 덜 하고 아이를 낳다가 죽을 염려가 없으므로 나이가 들더라도 생식능력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남자들에게 폐경과 같은 현상이 진화되지 않은 이유이다.

어쨌거나 폐경 후에도 여자들의 성욕이 감퇴되지 않기 때문에 나이든 사내들로부터 생식능력을 도태시키지 않은 자연의 편파적인 조처에 대해 여자들이 구태여 서운함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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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인식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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