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생. 이학박사(화학). 숙명여대 이과대 학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가과학기술지문위원. KBS해설위원. 여성정책심의위원. 한국과학사학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소꿉장난 시절 “이 담에 커서 공부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학문적 허영심을 갖고 자랐다. 세월이 한없이 흐른 오늘, 그런 유산을 물려주신 아버지께 가끔 하늘을 우러러 감사드린다. 1962년 서울대 문리대로 진학하면서 화학과를 택했던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었다. 그 무렵 예일대학에 교환교수로 가셨던 아버지께서 자연과학이 유망해 보인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대학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후 ‘슈퍼우먼 흉내내기’ 식으로 살아왔다. 그동안 여자 과학자로서의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들린 듯 저작에도 매달렸다. 그 결실로 ‘과학혁명의 구조’와 ‘엔트로피’ 등 거의 20년간 효자노릇을 하는 책도 나왔다. 그리고 ‘현대사회와 과학’, ‘동서양의 과학전통과 환경운동’ 등을 쓰면서도 과학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역사적 맥락에서 반추하는 귀중한 경험을 했다.
앞으로 정보ㆍ생명기술 등의 전개가 빚어낼 사회적 충격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더불어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역사적, 철학적 분석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과학에 대해 과학적 분석을 시도하는 이런 작업을 '과학학'(Science Studies)이라 부른다면, 그 연구가 체계화돼 과학기술 발전의 비옥한 토양을 가꾸는 데 기여해야 한다. 그런 믿음으로 사는 동안 나름대로 외길을 걸어온 데에 대한 보상인가. 뜻을 함께하는 이들의 용기를 주었고 1994년에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상 진흥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