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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연중기획] 자동차 기술로 기후위기 극복한다

전기차, 탄소중립연료, 자율주행

독일의 공학자 카를 프리드리히 벤츠는 1886년 1월 29일 베를린 임페리얼 특허사무소에 ʻ페이턴트 모터바겐’의 특허를 등록했다. 3륜 간이마차에 1기통 954cc 가솔린엔진을 얹은 세계 최초의 자동차였다. 최고출력 0.75마력, 최고속도 시속 16㎞로 말보다 힘이 약하고 속도도 느렸지만 ‘말없이 달리는 마차를 만들겠다’는 인류의 꿈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자동차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힌다. 인류는 자동차의 발명으로 공간의 제약에서 자유로워졌다. 단순한 ‘이동’에 허비하던 에너지를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분야에 쓸 수 있게 됐고, 이는 곧 혁신의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자동차가 인류에게 긍정적 영향만 끼친 것은 아니다. 지난 135년간 자동차가 내뱉은 온실가스는 ‘기후위기 가속화’라는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와 인류가 시급히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가 됐다.

 

전 세계 정치·경제 지도자들은 매년 1월 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정치, 사회, 경제, 과학기술 등 세계 각 분야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지난해 WEF 다보스 의제의 핵심은 경제 대신 ‘기후변화 위협’이었다. 기상이변이나 기후변화 대응 실패 등 기후위기 문제가 인류 생존의 실존적인 위협이라는 평가다.

 

 

전체 온실가스 13.5% 수송에서 나온다


가솔린과 디젤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는 1㎞를 달리는 동안 적게는 100g에서, 많게는 200g이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은 7억 2760만 톤(t)인데 이 중 9810만t(13.5%)이 자동차 등 수송부문에서 발생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 수송부문 배출 비중은 약 30%까지 커진다.


인간 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이행 수단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이른바 저탄소 사회·경제 구조로의 전환이다. 주요국은 그중에서도 자동차 등 수송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주목한다. 전기·수소차로 대변되는 친환경차 보급을 가속할수록 감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목적으로 순수 내연기관차 퇴출을 잇달아 선언하고 있다. 영국은 2030년부터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애초 2035년부터 시행하려던 것을 5년 앞당겼다. 프랑스도 2040년부터 내연기관차의 신차 판매를 금지한다. 중국은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생산과 판매 모두 중단할 예정이며 일본 역시 2030년대 중반까지 내연기관차를 시장에서 퇴출할 계획이다.

 

 

“탄소 잡아라” 내연기관차 → 전기·수소차 전환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세계 자동차업계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2035년까지 가솔린 및 디젤 엔진 자동차의 생산 및 판매를 전 세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현재 GM의 매출 가운데 95% 이상이 내연기관차에서 나오는데 전기차 중심으로 과감히 사업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GM은 배터리 기술 연구개발(R&D) 등에 앞으로 5년간 270억 달러(약 30조 456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독일 다임러그룹도 2022년까지 벤츠의 각 차종에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며 폭스바겐그룹은 2030년까지 각 차종에 전기차 모델을 도입할 계획이다.


자동차에서 나오는 탄소를 줄이기 위한 친환경차 핵심 기술은 동력원을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바꾸는 전동화(electrification)다. 내연기관차는 가솔린, 디젤 등 화석연료를 엔진 안에 분사한 뒤 발화·폭발시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해 자동차를 움직인다. 반면 전기차(BEV)는 배터리와 모터를 장착,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로 모터를 구동해 자동차를 움직인다.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가 다 떨어지면 스마트폰처럼 충전해서 다시 사용하기 때문에 주행 중에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차체가 더 무겁고 배터리 충전이 오래 걸리며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짧다는 기술적 문제가 여전히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이 없다는 점에서 판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18년 163만 대이던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 178만 대, 지난해 219만 대로 2년 새 34.4% 증가했다. 전기차 수요는 앞으로 연평균 19%씩 성장해, 2030년에는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연료전지를 장착한 수소전기차(FCEV)도 주목받고 있다. 공기 중의 산소와 연료탱크의 수소가 연료전지 안에서 만나면 화학반응에 의해 전기와 물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로 모터를 돌려 자동차를 움직이는 것이 수소전기차다. 수소전기차는 연료탱크에 수소를 충전하면 되기 때문에 전기차와 비교해 충전시간이 짧다. 연료충전 방식이기 때문에 주행거리도 상대적으로 더 길다.

 

내연기관차도 친환경차로 변신… 탄소중립연료 개발


자동차의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신기술로 탄소중립연료(e-fuel)도 주목받는다. e-fuel은 전기분해로 얻은 수소에 이산화탄소, 질소 등을 합성해 생산한 연료를 말한다. 탄소포집·사용·저장(CCUS)기술로 포집한 탄소를 메탄 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메탄을 활용해 연료용 에탄올을 만드는 것이 현재 목표인데 궁극적으로 가솔린과 디젤과 같은 물성을 갖는 e-가솔린,e-디젤이 개발되면 기존 내연기관차를 이용하면서도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


최근 주목받는 자율주행(autonomous)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하는 자율주행차는 주행 과정에서 환경오염물질 배출도 최소화할 수 있다. 스스로 알아서 주행하는 차를 굳이 차고에 세워둘 이유가 없으니 공유 구조로 바뀌면서 자동차 산업 전반의 저탄소 구조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환경규제 강화와 4차 산업혁명 등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의 파도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거세고 강하다. 기후위기 대응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도 친환경차 기술 개발 및 보급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리 자동차 산업이 혁신의 신발끈을 다시 조여 매 친환경차 경쟁력을 높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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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유영호 한국자동차연구원 모빌리티산업정책실장
  • 에디터

    이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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