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제조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공장이 아니다. 이미 컴퓨터업계를 천하평정한 이 회사는 인터넷에 기반을 둔 새로운 시장을 찾아 먹이사냥에 나섰다. 소프트웨어 업계의 공룡 마이크로소프트, 아둔한 공룡은 멸종했지만 컴퓨터 공룡은 더욱 몸집을 불리고 있다.
고철 덩어리 컴퓨터 하드웨어를 세상에서 가장 편리한 도구로 만들어주는 운영체제를 만든 회사. 전 세계 80% 이상의 컴퓨터를 움직이는 운영체제의 제조창. 컴퓨터와 관계된 어떤 얘기 속에서도 반드시 만나는 이름.
컴퓨터에 관심이 있건 없건 이쯤 되면 누구나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된다. 전세계 컴퓨터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이 회사는 컴퓨터, 그중에서도 소프트웨어라는 한 분야에만 종사했음에도 불과 2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세계 제일의 기업이 됐고, 이 회사 주인 빌 게이츠는 세계 제일의 갑부가 됐다. 이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은 단지 마이크로소프트가 ‘운영체제를 만든 잘 나가는 소프트웨어 회사’로만 알고 있다. 물론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도스와 윈도라는 운영체제를 만들었고, 이 두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는 바람에 이 위에서 실행되는 워드나 엑셀, 파워포인트 같은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까지 만들어냈다.
이들 사무용 프로그램들은 운영체제의 후광을 업고 출발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이들 때문에 운영체제가 팔릴 정도로 높은 인기를 기록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사무실에서 없어서는 안될 프로그램이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들 사무용 프로그램들을 ‘오피스 프로그램’이라고 부른다.
웹TV 인수, 방송 사업 진출의 신호탄
운영체제와 오피스 프로그램의 히트에 힘입어 마이크로소프트는 PC와는 별 관계가 없을 것 같았던 네트워크 운영체제와 관련 프로그램에 손을 댔다. 처음에는 고전하는 듯 싶던 이들 제품은 인터넷 붐을 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윈도 NT와 백오피스라고 불리는 이들 솔루션은 기업 전체의 네트워크를 관할하는 핵심 소프트웨어다.
이 뿐인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게임과 멀티미디어 CD롬 타이틀 분야에서도 주옥같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영화광이라면 누구나 한 장씩 소장하고 있을 시네마니아, 백과사전의 명품 엔카르타, 공룡 자료의 집대성 디노사우루스 등이 대표적인 이 회사 제품이다.
이런 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어쨌든 소프트웨어 회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런 몇가지 단순한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거대한 조직이며, 더 이상 소프트웨어로만 먹고 사는 소프트웨어 개발사가 아니다.
지난 4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TV 전문업체인 웹TV네트워크를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 전세계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렇다 치고 웹TV네트워크는 국내에는 거의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작은 회사였다. 그런데 왜 전 세계 언론이 앞다투어 이 사실을 보도한 것일까.
웹TV네트워크는 TV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설립자인 스티브 펄먼은 원래 게임기용 모뎀을 개발하던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TV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해주는 게임기 같은 장비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몇몇 사람들과 의기투합해 웹TV네트워크를 설립했다.
이 회사에서 만든 장치는 TV에 연결해 인터넷을 볼 수 있는 이른바 ‘셋톱박스’다. 최근 국내에 위성 교육 방송이 실시되면서 일반 TV에 연결해 위성방송을 볼 수 있는 네모난 장치가 많이 팔리고 있는데, 이런 장치를 셋톱박스라고 한다. 즉 TV에 연결해 TV가 다른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인 것이다.
웹TV네트워크는 96년 초 셋톱박스, 무선 키보드, 네트워크 장치로 구성된 웹TV를 개발해 특허를 등록했으며, 현재 인터넷을 통한 방송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 방송 사업을 하는 회사를 인수했다면 목적은 뻔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웹TV네트워크를 인수함으로써 인터넷 방송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독점금지법
한편 미 법무부는 올 4월에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웹TV 인수 계획을 8월이 되어서야 승인했다. “회사가 회사를 사는데 웬 법무부가 끼어드느냐”고 하겠지만, 이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무슨 일을 벌일 때마다 사사건건 걸림돌이 되는 독점금지법 때문이다.
애당초 록펠러 재단의 석유 독점 사업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국의 독점금지법(Anti Trust Act)은 이 법의 원조인 셔먼법이 통과된 1890년부터 20세기 말인 현재까지 미국에서 기업들의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처음에는 석유 사업의 독점을 금지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20세기 후반으로 다가오면서 이 법은 주로 컴퓨터와 정보통신 분야에서 적용됐다.
이미 미국 최대의 통신 회사인 AT&T와 IBM이 독점금지법 소송에 주기적으로 휘말려 왔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1990년부터 본격적인 감시 대상이 돼왔다. 더욱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 전략을 즐겨 사용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독점금지법은 마치 앙숙이라도 된 것 같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를 끼워 팔면서 프로세서당 로열티를 받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때문에 운영체제를 만든 회사에서 그 운영체제의 숨겨진 이점을 이용해 응용프로그램을 만들어 판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떤 위기가 닥쳐오거나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려 할 때 경쟁 제품이나 경쟁 회사를 아예 통째로 사버리는 인수 방식을 즐겨 사용한 탓에 독점금지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대표적인 예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웹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다. 이 제품은 모자이크의 소스를 사다가 개발한 것으로,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 규모가 적지 않음을 뒤늦게 알아챈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운 소스를 개발하기 보다는 이미 개발된 프로그램의 소스를 사서 이를 보완함으로써 넷스케이프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가 즐겨 사용하는 인수 전략이 항상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내에서 적지않은 판매량을 보인 재정관리 프로그램 분야에서 적대적인 기업 인수를 시도하다가 독점금지법의 된 맛을 보았다. 바로 인튜이트 인수 건이다.
인튜이트(Intuit)는 최고의 재정 관리 프로그램인 퀵큰(Quicken)의 개발사다. 개인이 세금을 직접 신고하는 미국에서 퀵큰과 같은 재정 관리 프로그램은 더할 나위없이 유용한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잘 팔리는 소프트웨어 10위 안에 퀵큰은 항상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으며,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머니(Money)라는 경쟁 제품은 퀵큰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튜이트 인수 계획을 발표했으나 독점금지법은 이를 불허했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머니는 여전히 퀵큰에 밀려 마이크로소프트 제품 중에서 몇 안되는 ‘안 팔리는 제품’이 되고 말았다.
어쨌든 마이크로소프트는 인수 합병, 그리고 제휴 전략을 끊임없이 구사하면서 소프트웨어 전문 회사라는 이미지를 가뿐히 집어던졌다. 97년 올 한해 동안 인수한 것으로 알려진 회사는 웹TV네트워크를 포함해 7개, 제휴(혹은 투자) 관계를 체결한 회사는 애플컴퓨터를 포함해 모두 6개다. 그런데 97년 인수하거나 제휴 관계를 맺은 업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무언가 일련의 공통점이 있다. 날짜 순서대로 인수된 회사와 그들의 주요 업종을 유심히 살펴보면 누구라도 쉽게 그 야심을 짐작해낼 수 있다.
미디어 왕국을 향한 먹이 사냥
97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켓 포커스’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인터스사를 인수한다. 마켓 포커스는 웹 사이트의 로그 파일을 분석해 웹 사이트의 접속 빈도와 사용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컨텐츠 등을 분석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제품을 백오피스에 통합시킬 계획으로 알려졌다.
97년 4월, 올 한해 가장 시끄러운 뉴스를 제공한 웹TV네트워크를 인수한다. 이미 앞에서도 살펴본 것처럼 웹TV네트워크는 TV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셋톱박스를 만드는 회사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를 통해 인터넷 TV 시장에 눈독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97년 5월, 마이크로소프트는 휴렛팩커드(HP), 베리폰과 제휴 관계를 맺는다. 이후 HP가 베리폰을 인수한다고 밝혔으므로 실제로는 HP와 제휴 관계를 맺은 셈. 베리폰은 인터넷 대금 결제 관련 제품과 기술을 갖춘 곳으로, 이번 제휴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전자 상거래 관련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같은 시기, 마이크로소프트는 네트워크 언어인 자바에 기반을 둔 3차원 그래픽 프로그램을 개발한 디멘션 X사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어떤 면에서 자바 진영과 적대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자바가 액티브 X와 경쟁 관계이기는 하지만 일단 많이 쓰이고 있다면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디멘션 X를 인수하고 난 약 한 달 후에는 쿠퍼 & 피터스라는 자바 프로그램 개발업체를 인수해 자바 분야를 더욱 강화한다.
97년 6월,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시 한번 방송 업계에 충격을 준다. 케이블 TV인 컴캐스트에 10억 달러를 투자키로 한 것.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투자가 케이블 TV 시스템을 이용한 인터넷 데이터 전송이 주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마이크로소프트가 PC와 TV 공략에 본격적인 걸음을 내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는 1996년 NBC 방송과 제휴해 CNN과 같은 뉴스 정보 채널인 MSNBC를 50:50의 지분 투자로 설립해 방송 분야에 진출한 바 있어 컴캐스트 투자는 케이블 TV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의지로 풀이된 것. 양사 모두 부인하긴 했지만 때마침 마이크로소프트의 CBS 인수설까지 나와 미국의 미디어 관계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조만간 미국의 미디어 업계 거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97년 7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자우편과 그룹웨어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링크 에이지사를 인수해 자사의 통합 메시지 솔루션인 익스체인지 팀에 합류시켰다.
같은 달 말에는 인텔, 컴팩과 함께 디지털 프로그램은 물론 인터넷의 내용을 TV처럼 볼 수 있도록 한다는 제안서를 발표한다. 이 제안서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 PC와 TV를 통합한다기 보다는 PC에 가까운 고화질 차세대 TV를 개발해 디지털 TV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발할 방침으로 알려진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는 리얼 오디오와 리얼 플레이어 개발사인 프로그레시브 네트웍스와 제휴해 인터넷에서 음성과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스트리밍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는 리얼 오디오, 비디오 4.0의 라이센스를 공유해 인터넷 방송용 서버에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이렇게 공동 개발한 스트리밍 기술을 업계 표준 기술로 만들 계획이다.
97년 8월, 프로그레시브 네트웍스에 이어 스트리밍 전문 업체 VX 트림을 인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인 넷 쇼를 비롯한 백오피스, 윈도, 익스플로러 등에 VX 트림의 기술을 탑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는 역시 인터넷 실시간 동영상 보기 프로그램인 비보 소프트웨어 및 VDO 넷과 제휴, 인터넷 방송 기술 공동 개발 발표하는 등 인터넷 동영상 관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올 여름을 더욱 뜨겁게 보냈다.
미디어 시장 진출은 시간 문제
앞서 언급한대로 이미 마이크로소프트는 96년 NBC와 공동으로 MSNBC를 설립함으로써 미디어 분야에 대한 진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 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마이크로소프트가 언론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 외에 특별한 의미를 두기는 어려웠다.
컴퓨터 업계의 분위기도 그랬다. 사실 96년까지만 해도 컴퓨터와 TV가 통합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통합을 주도하는 장비는 컴퓨터가 아닌 TV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TV라는 단말기에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컨텐츠가 주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 한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움직임은 업계 전문가들도 놀랄만큼 발빨랐다. 인터넷 셋톱박스 장비 개발사를 인수하고 케이블 TV에 적극 투자하면서 이미 기본 단말 장치와 데이터 전송 시스템은 준비된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으로 방송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동영상 스트리밍 기술 업체, 그것도 현재 인터넷 동영상 스트리밍 기술을 선도하는 업체 3군데를 인수하거나 제휴 관계를 체결했다. 이로써 하드웨어와 이를 구현할 기술은 준비가 다 된 셈이다.
더욱이 이 계획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빌 게이츠는 이미 알려진 것처럼 세계 제일의 갑부다. 들리는 얘기로 그의 재산은 약 수백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기반 시스템을 갖춘 세계 제일의 갑부가 미디어 시장의 황제가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디어 시장 진출을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 공중파나 케이블 TV와는 전혀 다른 방식, 전혀 다른 기술과 전혀 다른 구성으로 미디어 시장에 진출할 것이다. 비록 사용자 눈 앞에 보이는 단말 장치가 TV나 PC처럼 익숙한 장치일지라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미디어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정보 기술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영향력은 이미 상상을 초월한다. 예전에는 하드웨어가 먼저 있고 소프트웨어가 그를 지원했으나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먼저 있고 하드웨어가 이에 맞추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제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영향력을 정보 기술 뿐 아니라 온 세상, 온 분야에 미치려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어쩌면 이미 방송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금지법 피하기
빌 게이츠는 변호사인 아버지와 은행가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빌 게이츠가 워낙 유명한 탓에 부모는 가려졌지만 이 두 사람은 알게 모르게 아들을 도왔고, 이것이 빌 게이츠오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에 일정한 역할을 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선 빌 게이츠의 부친은 마이크로소프트가 탄생했을 때부터 법률적 자문을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와 관련된 법적인 문제는 부친의 법률 사무소에서 처리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법률 담당 부사장인 윌리엄 뉴컴은 빌 게이츠 부친이 소속된 법률 사무소 출신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변호사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는 얼마나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했느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빌 게이츠 개인의 능력이 뛰어났음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훌륭한 법률 지문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궁지에서 이끌어낸 부친의 힘도 작은 것은 아니었다.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엄격한 미 사법부의 독점금지법을 피해나갈 수 있던 것은 아버지를 비롯한 강력한 변호사 집단의 힘과 함께 정보고속도로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 클린턴 대통령이 이끄는 미 행정부의 지원을 얻어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미 사법부는 법률적인 면에서는 완전히 마이크로소프트를 옭아넣을 자신이 있었다. 다른 전례로 보아도 마이크로소프트의 행위는 독점금지법을 피해 나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때 빌 게이츠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전 세계를 돌며 당시로서는 애매하기 그지 없는 정보고속도로 전략을 발표해댔고, 클린턴 행정부에서 정보고속도로 전도사로 알려진 엘 고어 부통령의 지원을 받았다. 엘 고어는 미국이 주축이 돼 정보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힘을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터이고, 이에따라 미 행정부와 사법부의 방침은 정면 대립하게 된 셈이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법적인 제재를 받았지만, 실제 다른 기업들이 독점금지법에 걸려 받은 제재와 비교하면 그다지 치명적인 정도는 아니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끊임없이 인수와 합병으로 그 왕성한 식욕을 채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같은 원굴들의 지원 때문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