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싶은 마음을 공부할 마음으로 바꿔주고 졸리면 졸음을 쫓아주는 심신에 따라 처방하는 뇌파학습기. 끼고만 있어도 공부가 저절로 잘된다는데….
"전교 1백66등에서 1등으로, 학급 11등에서 1등으로.” 기적처럼 성적이 향상됐다는 광고는 4백만 중고생과 수험생의 귀와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그것도 피나는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특수하게 제작된 이어폰을 끼고 안경을 쓰고 있기만 하면 된다. 책을 베고 자면 지식이 몽땅 머리 속으로 들어와 깨어날 때는 엄청난 지식을 갖게 되는 상상의 기계처럼, 공상과학에서나 가능한 신비의 공부기계가 지금 우리 곁에 있다.
끼고 자면 모두 우등생으로 만들어주는 요술기계. 이른바 뇌파학습기로 불리는 이 기기를 쓰고 있는 사람은 서울시내 인문계 고교의 경우 한반에 10명이 넘는다. 1992년 학습보조기기로 처음 판매된 후 이 기기는 줄잡아 30만대가 팔렸다. 시장규모로 약 1천억원대. 형이나 동생과 함께 쓰는 사람까지 치면 사용경험자는 거의 40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마음이 안정되고 머리가 개운해요
뇌파학습기로 알려진 이 기기는 88올림픽 당시 한국 양궁대표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얻는데 효과를 본 마인드컨드롤훈련이 보도되면서 함께 소개됐다. 당시 선수들은 마음 속으로 활을 쏘는 이미지 훈련을 통해 좋은 효과를 얻었다.
선수들은 눈을 감고 이미지에 집중하려할 때 산란한 정신을 가다듬는데 이 기기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물론 판매사가 기기의 효과를 홍보하려고 사용해 볼 것을 권했기 때문이었다.
이 기기를 사용해 효과를 봤다고 하는 사람들은 “기기가 산란하고 산만한 마음을 안정시켜 공부하기 좋은 상태로 만들어준다”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95년) 2학기부터 뇌파학습기를 사용한 최윤석(서울대화공학과 1년)군은 “마음이 안정되지 않을 때 사용하면 편안해지고 자신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조진혁(명덕외고 2년)군도 마찬가지. “눈에 띄게 성적이 오르는 것은 없지만 머리가 개운해요. 그리고 열심히 하려고 하니까 성적이 오르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기기를 사용하면 쉽게 잠이 들고, 자고 나면 잠을 깊이 잔 것 같아 피곤이 잘 풀린다고 말하고 있다.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당시 국가대표양궁팀을 이끌었던 이왕우감독은 “선수들이 주로 잠자기 전에 많이 사용했다. 그걸 끼고 잠자면 피곤이 잘 풀린다고 하는 선수도 있었다”고 했다. 또 기수련을 하는 초보자의 경우 정신집중이 잘 안될 때 이 기기를 사용하면 좀더 쉽게 정신 집중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효과를 경험했다는 많은 사람들도 이 기기가 성적을 올려준다는 데는 아직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열심히 하려고 하니까 성적이 오르는 것 아녜요? 저도 ‘별로’라고 생각하면서 다 믿지는 않아요. 그냥 제 노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조진혁). “산만할 때 공부하기 좋은 상태가 되니까 기기가 도움을 주는 것 아녜요? 직접적인 도움은 모르겠지만…”(최윤석).
이렇듯 뇌파학습기가 성적을 향상시켜주는 기기라고 믿지 않으면서도, 사용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자신이 뇌파학습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친구들에게 알려지기를 꺼리고 있다. 경쟁하는 친구들간에 참고서를 공개하지 않듯이 뇌파학습기를 누가 사용하고 있는지도 비밀이라는 것이다. 뇌파학습기가 과연 무엇이길래 우리사회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빛과 소리로 뇌파조절
뇌파학습기는 뇌파연구를 기초로 만들어졌다. 뇌의 신경세포는 활동 중에 전기적인 변화를 보이는데, 이것을 외부에서 검출해 기록한 것이 뇌파다. 뇌파는 보통 0.5-30Hz의 주파수를 갖는다. 이는 다시 델타(δ)파(0.5-4Hz), 테타(θ)파(4-7Hz), 알파(α)파(7-14Hz), 베타(β)파(14-30Hz), 감마(γ)파(30Hz 이상)로 나누어진다.
알파파 영역의 뇌파는 명상상태에서 자주 관찰된다. 일반적으로 알파파 상태는 창의력, 직감, 영감이 잘 떠오르고 암기력, 기억력이 활발한 상태로 여긴다. 뇌에 알파파의 자극을 계속 주면 암기력이나 기억력이 증가됐다는 보고가 있다.
테타파 영역은 내부의식의 상태로, 얕은 수면상태나 꿈을 꾸고 있을 때 관찰된다. 대체로 심신이 매우 안정된 상태로 여긴다.
베타파나 감마파 상태는 활동이 왕성하고 흥분된 상태에서 관찰된다. 대체로 주파수가 높은 상태는 흥분하거나 스트레스를 지닌 상태이며, 주파수가 낮은 상태일수록 심신이 안정된 상태다.
뇌파학습기는 외부에서 자극을 주면 특정한 뇌파가 유도되는 현상을 응용한 것이다. 심신의 상태에 따라 다른 뇌파가 나타나는 것을 관찰한 과학자들은, 반대로 심신을 조절하면 특정한 뇌파상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요가나 명상을 수행한 사람들은 자신의 뇌파를 특정상태로 조절할 수 있다. 일반인은 이렇게 하기가 어려워 뇌파조절기로 뇌파가 유도되도록 자극해주면 특정 뇌파상태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깜박이는 불빛과 풍뎅이 소리
뇌파상태를 유도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광(光)자극과 소리자극이 이용된다. 경우에 따라서 두 가지 자극을 결합해 더욱 빠른 시간에 뇌를 특정한 뇌파상태로 유도한다. 시각이 차단된 안경에 부착된 발광전구를 통해 특정 주파수로 빛을 깜박여주고 귀로는 ‘윙윙’하는 소리자극을 준다. 제품에 따라 광자극이나 소리자극 중 한가지만을 채용한 경우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두 자극을 결합한 것이 많다.
뇌파학습기를 사용해 심신을 이완시키려면 알파파를 먼저 유도하고, 다시 좀 더 안정된 테타파를 유도한다. 이 때는 바른 자세로 의자에 앉아서 안경을 착용하고 눈을 감고 이어폰을 낀다. 안경에서는 붉은 빛이 깜빡이고 귀로는 ‘윙윙’거리는 풍뎅이 날개짓 소리가 들린다. 빛의 밝기나 소리의 크기는 사용자에 따라 조절하면 된다.
약 15분 정도 알파파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이것이 끝나면 다시 테타파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15분 정도 사용한다. 30분으로 두 가지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면 학습할 준비가 됐다고 본다.
다음엔 학습에 적합하도록 집중력을 높여준다고 알려진 알파파 유도프로그램을 켠다. 이 때의 알파파 유도프로그램은 학습준비단계의 프로그램과 비교해서 자극파의 진폭과 빠르기가 조금 다를 뿐이다. 시간은 약 1시간 정도가 보통이지만 공부를 계속하고자 하면 프로그램을 여러번 반복한다. 공부하는 동안 계속 이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어학테이프를 학습할 때는 어학테이프 소리와 함께 테타파를 유도하는 소리자극을 동시에 듣는다. ‘윙윙’거리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게 낮게 깔리고, 그 위에 어학테이프 소리가 들리도록 설계돼 있다. 책을 보지 않고 듣기만 하려면 이 때도 광안경을 쓸 수 있다.
졸음이나 노곤함을 쫓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 때 유도하려는 뇌파는 베타파처럼 주파수가 높은 파다. 약 10분정도 소리와 빛을 되도록 세게 해서 사용한다. 이 프로그램은 심신을 흥분시키므로 학습 전에 이를 사용하면 오히려 공부할 마음이 달아난다. 이 경우 신경질이 나거나 머리가 아프다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잠자기 전에 사용하는 수면 유도 프로그램은 누운 채 눈을 감고 광안경과 이어폰을 끼고 편한 자세로 사용한다. 프로그램의 지속지간은 약 30분 정도. 심신이완을 목표로 하므로 알파파에서 테타파 범위의 뇌파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습 전 심신이완, 학습, 수면, 졸음제거 등 프로그램이 모두 자극의 주파수와 강도를 조절하는 간단한 원리다. 또 현재 판매되는 10여종의 뇌파학습기는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보조기능들을 첨가해 저마다 다른 제품과의 차별화에 힘쓰고 있지만, 깜박이는 빛과 소리를 이용해 뇌파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모두 같다.
장기적인 효과는 미지수
뇌파학습기의 가장 큰 매력은 공부를 잘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심신이완기기로 선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판매사는 뇌파학습기가 학습능률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기기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뇌파조절에 의한 학습효과는 확인하기 어렵다. 외국에서 뇌파조절기로 지진아의 학습성취도를 높인 사례가 있지만 아직까지 일반화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대 교육연구소에서 ‘뇌파학습기를 통한 학습능률변화’에 대한 연구(1994, 1995)를 했고, 서울대 체육연구소에서 ‘주의 집중에 대한 뇌파조절기의 효과’(1994)를 점검했다. 이들 연구에서는 뇌파조절을 통해 단기 기억력이 향상됐다고 보고했고 긴장이 이완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그러나 실험기간이 짧아 장기적인 효과를 관찰하지는 못했다.
일부 판매사의 광고에 나오는 ‘전교 1백66등에서 1등으로’ 같은 기적적인 사례는 다소 과장된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소비자보호원’, ‘한국소비자연맹’,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에는 효과를 믿고 구입했으나 아무 효과가 없다는 항의사례가 한달에 2-3건씩 접수되고 있다. 뇌파학습기가 판매된 초기에는 항의사례가 더욱 많았다고 한다.
올해 초 KBS에서는 광고에 등장한 학생들과 접촉해 그들의 성취가 정말로 뇌파학습기를 통해 이루어졌는지를 조사하려 했으나 해당 학생들이 모두 회피했다. 일부 학생들은 “모델료를 받고 이름과 얼굴을 빌려줬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 광고는 1997년 4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장광고 판정을 받고 일간신문에 사과광고를 게재해야 했다. 국가기관에서도 뇌파학습기를 통한 직접적인 학습증진 효과를 인정하지 않았고, 판매사에서도 직접적인 효과를 증명할 수 없었다.
원래는 심신이완용 기기
뇌파학습기는 본래 서구에서 심신이완용으로 만들어진 뇌파조절기를 응용한 것이다. 뇌파조절기를 통해 심신이 이완된 효과는 오래 전부터 보고됐다. 국내 연구에서도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의 대다수가 뇌파학습기를 사용하면 쉽게 잠이 오고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확인했다.
서울대 교육연구소의 조사에서는 사용학생 중 60% 이상이 심신이완효과를 인정했다. 뇌파학습기를 사용하고 있는 김정빈군(강서고 2년)은 “효과는 모르겠는데, 몸이 노곤해져서 굳은 마음을 먹고 앉아 있지 않는 한 졸음을 이기기 힘들다”고 했다. 이동현군(양동중 1년)은 “그거 쓰면 잠만 와서 지금은 안쓴다”고 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이 기기는 아예 ‘졸음기계’로 불리기도 한다.
심신이완 효과에 대한 사용학생들의 공통된 경험은 뇌파학습기의 용도가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국내의 한 판매사는 근래 이 기기를 학습능률 증진용이라고 선전하던 전략에서 성인들의 심신이완용기기로 홍보하는데 역점을 둔 판매전략을 세우고 있다.
미국에서는 여독을 풀거나 안정이 필요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호텔의 서비스 용품으로 비치하기도 한다. 장기 해외여행 등으로 시차적응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수면을 유도하고 심신을 안정시키는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뇌파조절기는 스스로 자신의 의식을 조절할 수 없는 정신과 환자가 평안한 상태에 이르도록 보조하는 기기로 사용되기도 한다. 서울대 신경과의 이상건교수에 따르면, 신경과 환자의 심신이완을 위한 뇌파조절기법은 유럽에서 조금씩 쓰이고 있지만 아직 의학계에서 인정되는 치료기술은 아니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뇌파조절기의 심신이완효과마저도 아직까지 학계의 정설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뇌파조절기가 자기조절능력을 키우지 않고 기기에 의지하게 함으로써 심신의 작용을 수동적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항생제를 남용하면 몸의 저항력이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기에 의지한 정신의 조절은 정신력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뇌파조절기를 정신과 치료에 오래도록 응용해 효과를 인터넷에 공개한 미국의 오크스박사도 “자신의 이성으로 자신을 제어할 수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방법일 수 있다”고 했다.
광자극이 부작용일으킬 수도
뇌파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은 뇌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뇌파와 뇌파조절기에 대한 접근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과학기술원의 김재수 박사에 따르면, 기(氣)수련을 하는 사람들이 뇌파학습기를 끼면 정신집중에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으나, 오히려 기가 역상(숨막힘)하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한 소비자단체에 접수된 사례는 온화한 성품의 아이가 뇌파학습기를 쓰면서 자꾸 신경질적이 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경우도 있다.
인위적인 광자극을 주면 간질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 의학계의 정설이다. 전자오락기를 가지고 놀던 어린이들이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는 닌텐도증후군은 일종의 광과민성 간질발작이다. 뇌파학습기는 눈에 광자극을 주기 때문에 똑같은 간질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에서는 노먼 쉴리박사가 15년간 5천여명의 임상경험을 통해 자신이 고안한 특별한 뇌파조절기의 경우 부작용을 일으킨 예가 없다고 했지만, 뇌파조절기의 어떤 점이 부작용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못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4년 겨울, 뇌파학습기를 사용하다 간질발작을 일으킨 사례가 매스컴에 보도됐다. 1995년 대한신경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도 뇌파학습기를 사용하다 광과민성 간질을 일으킨 10대 여학생 2명의 사례가 보고됐다.
인위적인 뇌파조작이 해로운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은 신경과 전문의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소리자극에 의한 뇌파조절기를 사용해 심신이 이완되는 효과를 경험한 인천 길병원의 박철완박사도 “아직까지 뇌정보가 대단히 빈약하므로 뇌파조절이 돌발적인 위험성이 없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학전문가들은 인위적인 뇌파조절이 다양한 효과나 위험성들에 어떠한 합의도 이루지 못한 미완성의 기술이므로 가능한 한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알파파는 좋은 것?
뇌파에 대해 가장 많이 알려진 사실은 알파파 범위의 광자극을 주면 뇌에서 알파파가 증가되는 것이다. 알파파는 정신이 집중된 상태에서 나타난다. 그래서 일반인들은 외부에서 뇌에 알파파를 유도해주면 자연히 정신이 집중돼 학습능률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뇌파전문가들은 뇌파현상을 이처럼 단순하게 이해하는 것은 크나큰 오해라고 말한다. 인하대 신경과의 이일근교수는 “특정 뇌파를 특정한 작업과 관련짓는 생각은 매우 성급하며, 알파파는 몸에 좋고 베타파는 몸에 나쁘다는 식으로 특정한 뇌파상태가 좋고 나쁘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뇌파상태 중 알파파 상태는 학습에 가장 좋은 상태로 알려져 있지만 이것은 큰 오해다. 이교수에 따르면 뇌에서 알파파가 나오는 상태는 정신집중 상태만이 아니라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눈을 감고 심신이 이완된 상태. 둘째, 가장 얕은 수면상태. 셋째, 알파 혼수상태. 넷째, 알파파 범위의 시각자극이 주어졌을 때. 다섯째, 명상이나 참선의 상태다. 그런데도 흔히 명상이나 참선의 상태만이 알파파의 상태인 것으로 착각하고 알파파는 모두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뇌파전문가들은 뇌파학습기를 끼고 있을 때 알파파 상태가 증가하는 것은, 신비롭고 대단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알파파 범위의 시각자극이 주어졌을 때 뇌가 알파파를 발생시키는 것은 늘 관찰되는 현상일 뿐이다.
또 명상이나 참선상태에서 알파파가 검출된다고 해서, 뇌에 알파파가 검출되면 모두 동일한 명상상태라고 할 수 없다. 뇌파학습기를 끼고 있는 학생이 알파파를 보일 경우, 그는 얕은 잠을 자고 있을 수도 있고 혼수상태일 수도 있다.
전문가에 따르면, 설사 특정 뇌파상태가 좋은 상태라 할지라도 기기를 통해서 뇌파의 상태를 완전하게 조절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정신이 고도로 집중된 상태는 알파파가 넓게 분포하는 가운데 작은 진폭의 테타파가 동시에 나타나는데, 이것을 단순한 뇌파학습기로는 유도하지 못한다.
자신을 믿는 것이 가장 중요
지금까지 뇌파학습기의 원리와 효과는 너무나 과장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재수 박사는 “전세계적으로 뇌파조절기구가 대대적으로 선전되고 대량으로 판매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말하면서 뇌파조절기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과장된 관심을 지적하고 있다.
뇌파학습기에 대한 열광에도 불구하고 이 기기를 통해 성적이 향상된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큰 기대를 갖고 구입하지만, 곧 실망을 안고 이를 멀리하게 된다. 학생들은 기대를 건 또 하나의 시도가 실패로 끝나면서 사용하기 전보다 더 큰 불안감을 얻게 된다.
뇌파학습기를 사용해 성적이 오른 학생들도 분명히 있다. 그들은 왜 성적이 오르는가? 서울대 교육연구소의 조사는 그 이유를 잘 보여준다.
“뇌파학습기를 사용해 성적이 향상된 사람들의 특징은 한마디로 학습동기가 분명하고 학습계획을 철저히 준수하는 뛰어난 자기통제로 요약된다. 또한 이들은 예습과 복습을 규칙적으로 충실히 하고, 사고나 이해 위주의 학습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뇌파학습기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으며, 자신의 노력이 중요함을 잘 인식하고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즉 이미 공부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에게 뇌파학습기가 계기를 제공한 것뿐이다.
한마디로 성적을 올려주는 것은 인간이지 기계가아니다. 요술기계나 도깨비 방망이는 기적을 만들지 못한다. 그러나 노력하는 인간은 언제나 기적을 만들 수 있다.
뇌파
뇌신경세포의 활동에 수반되는 전기적인 변화를 외부에서 측정하여 기록한 것이 뇌파다. 1929년 독일의 한스 베르거나 뇌파를 기록한 이래 뇌파연구는 꾸준히 진행돼 왔고 1960년대부터 반도체가 개발되면서 새롭게 진전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뇌파는 0.5-30Hz의 주파수를 갖는다. 1960년대 이후 주파수 영역이 인체의 특정상태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뇌파와 신체상태를 관련짓게 되었다. (표1)은 일반적인 심신상태와 이때 관찰되는 뇌파를 보여준다.
뇌파학습기
현재 시중에는 10여종의 뇌파학습기가 팔리고 있지만, 광자극과 소리자극을 이용해 뇌파를 유도하는 점에서 원리는 모두 같다. 뇌파학습기의 프로그램은 보통 심신이완, 학습, 수면유도의 세가지 프로그램이 기본이다. 제품에 따라 이것을 다시 이완, 학습준비, 집중학습, 오디오청취학습, 수면유도 등으로 세분하기도 한다.
판매경쟁이 심해지면서 뇌파자극에 학습용 테이프나 심신안정을 유도하는 목소리를 더 첨가해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차별화한 제품도 나왔다. 또 국어, 영어, 수학처럼 과목별 프로그램으로 세분하는 경우도 있다. 가격은 대체로 자체에서 광자극과 소리자극을 동시에 채용한 것은 비싸고, 기기는 광자극만 발생시키고 소리자극은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카세트플레이어로 얻는 방식은 조금 싸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뇌파학습기는 거의 모두 수입된 것이다. 국내에서 제품의 일부를 제작하기도 하지만 핵심부품은 모두 수입된 것이다. 판매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약30만대가 팔릴 것으로 추정되며 잠재시장 규모는 약60만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