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광과학기술 연구의 중심지인 광주과학기술원 고등 광기술연구소(APRI). 방진복을 갈아입고 방진모를 뒤집어 쓴 채 에어 샤워를 하고 작은 실내체육관만 한 건물에 들어 서자 저 멀리서 초록빛 레이저가 눈에 들어온다. 이 건물은 지난해 11월 3일 고등광기술연구소에 건립된 극초단 광양 자빔 특수연구동이다.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유지되는 이곳에서 펨토초의 세계가 펼쳐진다.
미시세계 동영상 촬영에서 병든 세포 수술까지

광주과학기술원 펨토과학기술연구센터 극초단 광양자빔 연구시설 구축사업 책임자인 이종민 석좌교수의 설명이다. 펨토과학은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아흐메드 즈웨일 교수가 이 같은 펨토 초 레이저로 요오드화나트륨이 요오드와 나트륨으로 갈라 지는 순간을 찍어 1999년 노벨화학상을 받자 각광받기 시 작했다. 또 초고출력 레이저는 2004년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세계과학포럼(GSF)에서 차세대 과학기술 5대 분 야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아시아 초고강도 레이저위원회 의장이기도 한 이 교수는 “시간의 극한을 추구하는 펨토과학기술은 공간의 극한을 추구하는 나노과학기술과 함께 21세기 과학기술을 이끌 새 로운 패러다임”이라며 “나노물질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펨 토기술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수연구동에는 극초단 광양자빔을 초고출력으로 증폭 하는 장치(레이저 증폭기)를 구축 중이다. 연구팀은 2005 년 100테라와트(1테라와트는 1조 와트) 레이저 증폭기를, 2007년에는 300테라와트 레이저 증폭기를 각각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500테라와트 레이저 증폭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전 세계에서 순간적으로 만들 수 있는 전 력이 10조 와트 미만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들 레이저의 출 력 세기를 가늠할 수 있다. 2012년까지 국가에서 총 649억 원을 지원받아 모든 시설을 갖추고 순간 최대 출력이 1000 테라와트(1페타와트)에 이르는 차세대 초강력 레이저를 발 생시킬 계획이다.
고등광기술연구소 이인원 소장은 “극초단 고출력 레이저 개발이 연구소의 특성화 분야”라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 6 대 광 연구소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탁상형 소형가속기 가능

무루 소장의 부러움을 샀던 이유는 바로 특수연구동에 극 초단 광양자빔을 이용해 전자 빔, 양성자 빔을 가속시키고 X선 레이저를 발진시키는 전용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 문. 실제 성과도 잇달아 쏟아지고 있다. 2006년 3월 25테라 와트급 레이저로 양성자 빔을 발생시킨 데 이어 같은 해 7월 100테라와트급 레이저로 X선 레이저를 발진시키는 데 성공 했다. 이 교수는 “양성자 빔은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고, X선 레이저는 기존 X선과 달리 단일 파장으로 구 성돼 훨씬 더 선명한 X선 씁상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에는 초고출력 레이저를 이용해 가로 1.5m, 세로 1.2m의 소형 사각 챔버에서 1GeV(기가전자볼트, 1GeV=10억eV)의 에너지를 갖는 안정된 전자 빔을 가속하 는 데 성공해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포토닉스’에 발표하 는 성과도 거뒀다. 네이처 포토닉스 측에서는 논문뿐 아니 라 저자인 이종민 교수 인터뷰와 함께 소형가속기 개발 가 능성을 보여준 획기적 성과라고 평한 세계 초고강도 레이저 위원회 의장인 타지마 도시키 교수의 해설도 실었다. 이 교 수는 “탁자에 올려놓을 정도로 작은 전자가속기를 실용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