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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한국인의 맛과 향을 찾아서

고도로 발달된 인간의 감각 가운데 미각과 후각은 거의 연구가 안된 분야다. 그러나 미각과 후각은 감성연구를 진행하는데 빠질 수 없는 핵심 요소 더구나 최근에는 이들 감각을 이용한 사업이 상황을 이루고 있어 객관화가 시급하다.

인간에 대한 진정한 이해는 ‘외부환경으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자극을 인간이 어떻게 느끼느냐’는 것을 이해하는데서 출발한다. 어떤 자극에 대한 반응을 감성이라고 하는데, 인간을 위한 의미있는 제품의 개발 역시 인간의 감성을 만족시켜야 한다.

광고 문구 등을 통해 ‘감성 디자인’ ‘감성 제품’ 같은 감성에 관한 여러 가지 개념들이 우리생활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지만 아직 그 개념은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다.

감성을 결정하는 요소 중 중요한 것은 인체의 감각기관을 통해 들어오는 감각정보들이다. 감각정보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평형감각기를 통해 두뇌로 전달된다.

이 중에서도 후각과 미각은 실제 생명유지에 매우 중요한 감각이다. 두 감각은 인체에 해로운 것과 이로운 것, 즉 독성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가장 먼저 구분해내는 도구다. 또 다른 감각에 비해 감성에 미치는 효과가 매우 크다. 냄새가 고약하다거나 맛이 떨떠름할 때 기분이 좋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후각과 미각에 대한 연구는 그리 활발한 편이 아니다.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는 물질이 향이나 맛과 같은 복잡한 화학물질이라 분석하기 어려운데다, 두 감각을 객관화하는 임상실험이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제주도 토속 음식인 갈치국을 시원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린맛이 난다는 사람도 있다. 같은 재료로 만든 음식임에도 사람에 따라 그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게다가 갈치국의 맛은 갈치만의 맛은 아니기 때문에 어떤 물질이 맛을 결정하는 것인지 구별하기도 어렵다.

냄새를 못맡는다면 어떻게 될까. 내 옆을 지나가는 아가씨의 상쾌한 향수 냄새를 못맡는다고 해서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 유독한 가스 냄새, 타는 냄새, 또는 독성물질의 냄새를 인지할 수 없다면 목숨조차 보존하기 어렵다. 실제로 나이가 들면 후각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노인들을 집에 홀로 두는 것은 위험하다.

후각과 마찬가지로 미각도 나이가 들면 매우 약해진다. 젊은 시절 손맛이 좋았던 어머니의 솜씨가 예전같지 않은 것을 종종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일본 도쿄대학 첨단과학기술연구소가 만든 인공 코. 공해를 유발하는 악취 등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같은 연구에 사람 대신 투입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아무리 정교한 기계라 해도 사람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인의 감성지표

아주대 의대 생리학 연구실에서는 후각과 미각에 대한 객관적 지표를 얻기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다양한 생체신호를 기록하고 주관적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생체신호는 중추신경계와 자율신경계 반응으로 나눌 수 있다. 중추신경계 생체신호는 뇌파와 유발전위를, 자율신경계는 심전도, 맥파, 피부 전기 활동을 측정한다. 주관적인 심리반응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의미 변별법 등을 이용해 한국인에게 맞는 감성지표를 찾고 있다. 후각이나 미각에 대한 연구는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연구 분야이다. 최근 들어 향을 이용한 향치료법(aromatheraphy)이 연구되고 있는데, 앞으로 그 응용분야가 넓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가령 상황에 맞는 향기를 개발해 우울증의 치유에 도움을 주거나, 공장에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매장에서 구매자의 구매 욕구를 증가시키고, 운전자의 졸음을 깨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후각이나 미각과 같은 감각은 민족적 특성에 따라 그 기준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의 자료를 그대로 적용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한국인에 대한 후각과 미각의 표준화는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본 연구실에서는 신경생리학자, 심리생리학자, 의용공학과팀, 예방의학과 교수진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인의 후각과 미각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간생활의 편의성, 안락성, 그리고 효율성에 대한 욕구가 높아짐에 따라 감성 측정 분야에 대한 관심은 날로 증가될 것이다. 특히 후각과 미각의 개발사업은 산업측면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이다.

이를 위해 인체의 후각과 미각에 대한 생체신호의 표준화는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다. 후각과 미각에 대한 신뢰성 있는 시스템 개발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쟁력이 있다. 나아가 이를 실용화할 경우 국내외 시장으로의 파급효과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1997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백은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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