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사이버 진료시대 개척

마이다스 동아, 인천 길병원

마이다스 동아와 인천 길병원이 함께 인터넷을 통해 제공하는 무료 원격진료서비스가 네티즌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병원은 이를 발판으로 새로운 진료형태의 모델을 만들기 위한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사이버 진료의 새로운 실험장인 인천 길병원 멀티미디어 센터와 마이다스 동아의 인터넷 병원 페이지.


한 자동차 회사의 연구소에 근무하는 윤모씨(37)는 요즘 동료들로부터 ‘의사 선생님’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간혹 농담 좋아하는 동료들이 별명 앞에 ‘돌팔이’를 붙이기도 하지만, 이런 친구들 역시 몸에 이상이 생기면 병원에 가기 앞서 먼저 그를 찾곤 한다.
 

각종 증상에 대한 윤씨의 설명이 어지간한 전문의의 것보다 훨씬 알아듣기 쉬우면서도, 녹녹치 않은 의학 상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스스로는 ‘선무당’임을 인정하면서,‘진료’ 뒤에는 항상 병원에 찾아가 진짜 의사와 상담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
 

의학 분야에는 문외한이던 그가 선생님 호칭을 들을 정도로 해박한 의학 지식을 쌓을 수 있었던 원천은 무엇일까. 답은 인터넷이었다. 동아일보의 인터넷 전자신문 ‘마이다스 동아’(www.donga.com)와 인천 길병원이 함께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제공하는 인터넷 병원을 자주 챙겨보니 저절로 의학 상식이 늘더라는 것.
 

서비스 개설 소식을 듣고 자신의 ‘지병’인 머리 비듬에 관한 질문을 올렸다가 피부과장으로부터 기대 이상의 세심한 답을 들은 그는, 이후 자신과 가족의 각종 신체 이상과 궁금증을 사이버 닥터에게 상담해오고 있다. 사무실에서의 ‘진료’는 바로 이 과정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사람마다 알게 모르게 앓고 있는 병들이 많잖아요. 그렇다고 일일이 병원가기도 쉽지 않고 말입니다. 게다가 큰 맘 먹고 병원에 가면 몇시간씩 기다리는 건 보통이고, 정작 의사 얼굴 마주하는 것은 기껏 5분도 안되기가 일쑤죠. 또 스스로 알아보겠다고 의학 책을 붙잡기도 하지만, 워낙 어려운 말이 많은데다가 딱히 내가 겪고 있는 증상에 대한 속시원한 대답도 찾기 어렵고…. 하지만 인터넷 병원에 가면 이런 고민은 끝입니다. 물론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병원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본질적인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치료까지는 몰라도 진료 방법으로는 정말 쓸 만하더군요.”


이틀 안에 답변 받아

지구촌을 소용돌이 속으로 몰고 있는 인터넷 태풍이 국내 의료계에 상륙하면서 상당수 종합병원들이 홈페이지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우후죽순처럼 문을 연 국내의 병원 사이트를 방문해보면 굵직한 종합병원조차도 홍보 차원에서 개설된 여느 기업체의 그것과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
 

하지만 마이다스 동아에서 미러링(mirroring, 상대방 사이트의 정보를 자신의 사이트에 복사해 제공하는 것)으로 제공하는 길병원의 가상 병원 서비스는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 의료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원래 홈 페이지란 만들기는 쉬워도 이후 새로운 정보를 지속적으로 담아내는 ‘유지 보수’가 어려운 작업. 이 때문에 가상공간은 수많은 ‘속빈 강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길병원의 인터넷 병원은 건강하고 생명 넘치는 자료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 서비스가 찬사를 받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터넷 병원의 핵심은 ▲의사들이 자주 받는 질문에 대한 설명과 실생활에 유익한 의학상식을 각 과별로 나누어 문답형식으로 정리해놓은 ‘의학상담’ 코너와 ▲자신의 증상을 묻고 답을 얻는 ‘원격진료’ 코너 두가지. 의학상담이 질병의 전반적인 사항을 확인하는 장소라면, 원격진료는 자신만의 특별한 문제를 상담하는 공간이다.
 

원격진료 코너에서는 사용자가 나이, 성별, 키, 몸무게, 혈액형, 과거 병력 등 진료를 위한 기본 사항과 함께 자신의 증상을 게시판에 올리면, 해당 전문의가 글을 보고 원인과 치료법을 자세히 설명한다.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진은 이 병원에 몸담고 있는 각 분야 전문의 1백55명. 주말이나 공휴일에 올라온 질문이 아니라면 답변은 하루나 이틀 이내에 받아볼 수 있다. 질문과 답변이 따로 노는 PC통신과 달리 해당 질문 바로 아래 답이 게재되기 때문에 상담자가 헤맬 필요도 없다. 긴박한 상황에서 사이버 닥터를 찾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할 때(급하면 우선은 병원으로 뛰어가야 한다!), 실제 병원을 방문할 경우 2-3분의 진료를 받기 위해 몇시간씩 기다리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효과적이다.


‘사이버 닥터 쇼핑’ 신풍속도

3월 25일 처음 문을 연 인터넷 병원의 원격진료에는 7월 21일 현재 1천4백여명의 진료 기록이 남아 있다. 직접 질문을 올리지 않고 관심 있는 병증과 이에 대한 처방을 열람한 인원이나, 의사에게 직접 E메일을 띄운 경우도 적지 않다. 문을 연지 2주만에 6만명의 인원이 이 병원을 둘러볼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최근에는 해외에 머물고 있는 교포와 유학생들의 상담 요청도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이 서비스를 가장 애용하는 이용자는 아무래도 인터넷에 익숙한 20-30대의 학생과 직장인이다. 이 때문에 소화기 내과나 피부과 질환과 관련된 질문이 빈번하고 요즘에는 허리가 아픈 사람이 많은 탓에 요통 관련 질문도 늘고 있다. 그러나 노인이나 아이들처럼 인터넷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주변 사람들의 질환을 대신 상담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편. 덕분에 노인성 질환과 소아과, 부인과에 대한 자료도 상당하다.
 

질문의 유형을 살펴보면 이미 자신의 병명을 알고 병원을 다니고 있지만, 좀더 자세한 상담을 필요로 할 때 애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다른 병원에서의 진단과 처방을 한번 더 확인하고자 하는 유형의 질문도 눈에 띈다. 일종의 ‘사이버 닥터 쇼핑’이라고나 할까. 의사들은 “이런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답하기가 조심스럽다”고 말한다.
 

‘혹시’ 하는 마음에 ‘밑져야 본전’ 식으로 질문을 올렸다가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은 환자(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진료 풍속도도 생겨났다. 환자들이 자신이 진료받고 싶어하는 의사를 찾아 예약하는 것처럼, 아예 담당 의사를 지정해 답변을 요구하는 것이다. 실제 공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명성있는 의사보다는 성의껏 답변해주는 의사에게 몰린다는 것.
 

길병원 멀티미디어 센터 소장 김영보박사. 신경외과 전문의인 그는 병원 안에서 컴퓨터 달인으로 통한다.


본격 의료 정보화 위한 출발

길병원은 컴퓨터 기술과 통신 기술에 의해 앞으로의 의료행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 이에 따라 유능한 의사를 확보하고 쓸모 있는 의료 장비를 도입하는데 드는 노력 만큼이나 병원 정보화에 매달렸다.
 

병원 전체에 정보화 드라이브를 건 주인공은 이 병원 의료원장 이철옥 박사. 이 박사는 몇년 전 미국과 유럽의 이름난 병원을 돌아보면서 의료의 질이 정보화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진료실 앞에 환자들이 장사진을 친 모습이나, 진료 차트를 들고 다니는 장면이 눈에 띄지 않는 이유는 ‘정보화’ 였다. 여기에 재택 진료나 화상 원격 진료 등의 사례를 접하면서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정보 마인드를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우선 작년 병원 2층에 멀티미디어센터를 설립하고, 의사와 간호사를 비롯한 전 병원 가족에게 집중적인 컴퓨터교육을 실시했다. 그리고 새로 병원에 들어오는 수련의들에게도 필수적으로 멀티미디어 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물리적 인프라를 갖추는 것 못지 않게 이를 이용하는 ‘사람’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이 박사는 요즘도 네티즌들이 보내는 질문 내용을 매일 둘러보고 직접 의사들에게 답변지시를 내리는 등 인터넷 병원 운영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병원으로 찾아오는 적지 않은 수의 환자 진료에도 정신이 없는 의사들이 ‘번거로운’ 인터넷 상담에 신속히 답하는 데는 이같은 원장의 강공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
 

든든한 후원에 힘을 얻은 멀티미디어 센터 소장 김영보 박사(신경외과)는 지금의 인터넷 병원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시킬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제일 급한 것은 현재 운영되는 원격진료의 질문과 답변 항목을 확대 보강,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드는 일. 여기에 길병원과 마이다스 동아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인터넷 병원 전용 검색엔진을 붙여 환자에겐 더욱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의사들에겐 연구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또 조만간 네티즌들이 의학상담 코너를 좀더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그래픽 기능을 추가하고, 일반인 입장에서 서술된 눈높이 의학사전도 함께 서비스할 예정.
 

혹자는 “문답식으로 이루어지는 진료에 ‘원격진료’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과하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충분히 받아들인다 해도, 인터넷을 이용한 현재의 ‘초보적’ 진료가 향후 원격 화상진료와 같은 ‘본격적’인 의료 정보화의 초석이 될 것임을 염두에 둔다면 결코 의미가 축소될 수 없다. 김영보 박사의 설명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전쟁터의 야전병원에 후송된 부상병을 인공위성을 이용해 원격 화상진료하는 세상이 왔습니다. 먼 곳의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지금 우리나라 일부 병원도 외국 병원과 협약을 맺고 인터넷을 통한 화상진료를 실시 중입니다. 사회적인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네트워크를 통한 진료는 보편적인 의료 행위로 자리잡을 수 있어요.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병원들이 여기에 매달리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죠.
 

물론 현재의 진료 형태가 앞으로 네트워크에 의한 진료로 완전 대체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합니다만, 환경 변화는 단순히 당장을 기준으로 생각할 성질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등장 초기에는 특수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이동통신이 이제 학생들에게까지 보편화된 현상은 좋은 본보기죠.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결국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길병원 의료원장 이철옥 박사. 병원에 정보화 드라이브를 건 주인공이다.


인터넷 병원에 올라온 원격진료의 예

Q 20세(대학교1년)/남/166cm/55kg. 안녕하세요. 저는 컴퓨터를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만지기 시작해 지금까지 8년 정도 다뤄왔습니다. 중2때부터 컴퓨터를 하루에 몇시간씩 했고 심하면 10시간이 넘도 한 적이 많습니다. 그런데 고1때부터인가. 컴퓨터를 만지면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우면서 피곤한 증상이 나타나더니, 요즘엔 더욱 심해져 몹시 볼편한 상태입니다. 이런게 VDT증후군인가요? 컴퓨터는 해야겠고, 만지면 스트레스가 쌓이니 정말 고민이네요.

A 문의하신 분 말대로 VDT증후군의 일종으로 보입니다. 컴퓨터로 오랜시간을 작업하다보면 직접적으로 전자파에 노출되는데다가, 화면을 집중해 쳐다보는데 따른 시력에의 악영향이나 피곤함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증상외에도 PC앞에 앉을 때의 자세와, PC를 올려놓은 책상 및 의자의 높이가 적절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중간중간 작업을 쉬면서 의자에 앉은 채로 가볍게 목회전 운동이나 팔을 위로 쭉 뻗어주는 스트레칭 운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예 일어나서 가볍게 국민 체조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중세가 지속적이며 악화될 경우에는 병원을 방문하여 진찰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재활의학과 과장.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7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강필 기자

🎓️ 진로 추천

  • 의학
  • 의공학
  • 컴퓨터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