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는 조용히 뒷지느러미를 세우고 다가와 갑자기 90도로 윗턱을 쳐든다. 여러겹으로 난 날카로운 이빨들을 보는 순간 몸은 덜컥 두동강이 난다. 3억5천만년 전에 나타난 늙은 어류가 바다를 지배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상어의 뛰어난 감각기관과 무기들을 살펴보자.
상어는 물장구를 좋아한다. 올 여름 바닷가로 해수욕을 즐기러 떠나는 사람들은 한번 새겨둘 말이다. 수백m 밖에서도 상어는 사람이 물장구 치는 소리를 듣는다. 또 물장구에서 발생하는 압력파 역시 수백m 밖에 있는 상어의 신경을 건드린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식인상어 피해는 5월에서 8월 사이에 몰려있다. 1959년 8월 대천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던 대학생이 희생된 이후 지금까지 6명이 식인상어에게 목숨을 잃었다.특히 희생자가 많았던 보령시는 지난 5월 식인상어 경계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6번의 식인상어 피해는 모두 서해에서 발생했다. 우리나라의 상어는 주로 동해와 남해에서 서식하는데, 서해에서 피해가 유독 많은 까닭은 무엇일까. “사람을 공격하는 상어들은 주로 사냥할 능력을 잃은 늙고 병든 것들이기 때문에 동해와 남해에서 더 이상 활동하지 못하고 서해로 이동한 것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고 한국해양연구소 김종만박사는 말한다. 또 온대성 또는 열대성 식인상어들이 고온의 대마난류를 타고 북상해 서해연안을 산란장소로 이용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아직 확실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상어의 종류는 대략 3백50여종. 우리나라에는 50여종이 산다. 이중에서 식인상어로 악명을 떨치는 것은 대략 10여종으로 백상아리, 청새리상어, 청상아리, 귀상어, 뱀상어, 흉상어, 강남 상어 등이 성질이 사납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청상아리가, 열대지방에서는 몸집이 더 큰 백상아리가 공포의 대상이다. 일반적으로 식인상어는 새끼를 낳는 태생어이며, 낳는 새끼수가 적을수록 포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몸이 이빨로 뒤덮여
상어는 매우 독특한 신체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특징 중의 하나는 부레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그래서 상어는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만약 움직이지 않으면 물보다 높은 밀도 때문에 가라앉게 된다. 그러나 상어가 뜨기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는 매우 적다. 비행기의 날개처럼 생긴 가슴 지느러미가 유체역학적으로 몸을 잘 뜨게 하기 때문이다. 실험에 따르면 상어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전진하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상어가 최고의 바다 사냥꾼으로 군림하고 있는 까닭은 날카로운 이빨 때문이다. 상어의 이빨은 마치 회를 뜨는 칼처럼 날카로와 스치기만 해도 먹이를 벤다. 과학자들이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2.6m의 더스키상어의 무는 힘은 1cm2당 18t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힘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아가리 힘 때문이 아니라 튼튼하고 날카로운 이빨 때문이다.
더욱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상어의 치열이다. 여러겹으로 난 상어의 치열은 절단기처럼 작용해 먹이를 단숨에 자른다. 또 이빨이 빠진다고 해도 뒤에 받치고 있던 예비이빨들이 앞으로 나온다. 어떤 상어의 경우 10년 동안 약 2만4천개의 이빨이 났던 기록이 있다. 상어의 피부 전체는 날카로운 이빨이 뒤덮고 있다. 이를 피부치(dermal teath), 또는 방패비늘이라고 부른다. 피부치는 상어의 이빨과 동일하게 생겼다. 따라서 상어의 피부는 훌륭한 공격무기가 될 수 있다. 만약 물고기나 수영하던 사람이 상어의 피부에 스친다면 상처를 입게 된다. ‘본초강목’에는 “상어의 껍질에 모래가 있어 나무를 문질러도 견딘다”고 기록돼 있다. 그래서 옛날사람들은 날카로운 상어 가죽을 샌드페이퍼로 이용했다고 한다.
다양한 안테나, 뛰어난 후각
상어가 바다를 지배하는데는 성능 좋은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어의 매력은 사실 몸 전체에 흩어져 있는 이 안테나들에 있다. 상어는 수백m 밖에서 먹이가 내는 소리를 듣는다. 특히 물고기가 버둥대는 소리에 민감하다. 과학자들은 물고기가 몸부림치는 소리와 사람이 물장구치는 소리를 녹음해 들려줬더니 3백m가 넘는 곳에서 상어떼가 좇아오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물 속에서 손뼉을 치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옛날 그리스인들은 상어를 ‘바다의 사냥개’라고 불렀다. 그만큼 냄새를 잘 맡기 때문이다. 만약 수백m 밖에서 고래나 물범이 피를 흘리고 있다면 여지없이 상어의 머리에 붙어있는 비공을 자극한다. 상어의 비공은 수직으로 둘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는 물살과 부딪히는 면적을 넓혀준다. 상어는 전진할 때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냄새가 나는 방향을 잡는다.
실험에 따르면 상어는 3백m 밖에서 냄새를 맡고 찾아왔다고 한다. 이때 상어가 쫓아온 길은 냄새가 나는 궤적과 3m 이상 벗어나지 않았다. 상어의 피부에는 혓바닥 돌기와 같은 신경들이 몸 전체에 펴져 있다. 이 감각기관은 입과 목구멍 속에 있는 미각기관과 연결돼 있다. 상어가 먹이를 만나면 날카로운 피부치로 문지르는 것은 냄새를 맡아 먹이의 종류를 알기 위해서다.
물속에서 물체가 움직이면 압력 파장이 생긴다. 마치 차가 달리면 공기가 밀려 바람이 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물고기들은 대부분 이런 압력 파장을 느끼는 기관이 발달해 있다. 특히 이 분야에서 상어의 능력은 정평이 나 있다. 상어의 경쟁자인 돌고래는 포유류이기 때문에 이런 감각기관이 없다.
상어의 양쪽면에는 한가닥씩 옆줄이 묻혀 있다. 옆줄 근처의 피부에는 솜털 구멍과 비슷한 기공들이 있고, 이 기공들은 미세한 관으로 옆줄과 연결돼 있다. 이 안에는 끈적끈적한 액체가 채워져 있고, 내벽에는 신경세포의 돌기들이 정교하게 배열돼 있다. 상어는 이 옆줄을 이용해 압력 파장을 감지한다. 압력 파장은 물체의 모양에 따라 제각기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동물의 크기, 근육의 특성, 생긴 모양, 속도 등을 알아낼 수 있다. 상어의 압력파장 감지능력은 3백m 이상이라고 한다.
상어의 눈은 매우 어두운 빛도 찾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상어의 망막 후면에는 여러개의 은판이 있어 빛을 2배로 증폭시켜 준다. 또 굴절률이 큰 수정체를 가지고 있어서 먼 거리에 있는 물체를 선명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물체의 요철과 색깔을 파악하는 능력은 뒤떨어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상어의 시력은 매우 나쁘다고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상어를 관찰해 보면 특이한 습성을 발견한다. 먹이를 만나면 상어는 꼭 코로 밀어본다. 이는 콧등 밑에 ‘로렌치니 앰플리’라는 감각기관을 이용해 먹이의 성질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피부를 부딪혀 먹이가 풍기는 냄새를 맡고, 코로 밀어 먹이의 성질을 파악하는 상어의 동작은 알고 보면 매우 앙증맞은 행동이다.
식인상어를 만날 때
“인간의 살이 달콤하다고 달려드는 상어는 없다. 다만 상어의 본능을 자극해 인간이 그 먹이가 될 뿐이다.” 해양동물학자들은 상어 중에 식인상어가 따로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 전세계적으로 상어에 의한 피해는 1년에 1백건 미만으로 매우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어는 하나같이 공격적이기 때문에 종류를 불문하고 조심해야 한다. 상어는 동이 틀 때나 해진 후 먹이를 찾는다. 또 밝고 눈에 잘 띄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므로 밝고 화려한 수영복을 입고 날이 어두울 때 바다로 들어가는 것은 상어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또 검은색 수영복도 좋지 않은데, 상어가 좋아하는 먹이인 물범으로 오인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어는 자기보다 큰 동물을 보면 겁을 먹기 때문에 긴 띠를 이용해 물리칠 수 있다. 실제로 긴 띠를 발에 묶어 몸이 길게 보이도록 위장함으로써 상어의 습격을 면한 사례가 많다고 한다. 또 상어를 만났을 때 물장구치면서 요란을 떨지말고 바다 밑으로 들어가 바위 등에 달라붙어 움직이지 않는 것도 상어를 피하는 요령이다.
상처를 입었을 경우는 빨리 육지로 돌아와야 한다. 월경을 치루고 있는 여성의 경우 아예 바다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대소변을 바다에서 보는 것도 상어를 자극할 수 있다. 만약 상어가 공격해 온다면 상어의 ‘아킬레스건’인 가슴지느러미 밑을 칼과 작살로 찌르거나 몽둥이로 콧대를 때려야 한다. 만일 옆사람이 위험에 처해 있으면 이를 도와줘야 한다.
상어를 퇴치하는 약도 있다. 1943년 미해군에 의해 개발된 ‘샤크체이저’라는 약은 상어가 썩은 상어살을 싫어한다는 점을 이용해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이 약은 투명하기 때문에 확산되는 것을 볼 수 없어 사람을 불안케 하는 약점이 있었다. 그래서 색소를 첨가한 것이 후에 개발됐다.
상어 보호 시급 철갑상어알 1kg에 3달러
바다에서 천하무적인 상어도 사람의 왕성한 식욕 앞에선 맥을 못춘다. 상어는 전세계 어획량의 1%를 차지하고 있다. 담백한 맛을 지니고 있는 상어고기는 이탈리아에선 최고급 요리로 꼽힌다. 전남지방에선 죽상어가 숭어와 더불어 제사상에 올라간다. 신선한 상어는 회로 먹기도 한다.
상어의 진미는 샥스핀(상어지느러미) 요리. 샥스핀요리는 곰발바닥 요리, 제비집 요리와 함께 중국음식에서 특미로 통한다. 세계 샥스핀요리의 수도인 홍콩차이나에서 샥스핀의 소비자가격은 종류, 색깔, 두께에 따라 kg당 40-5백64달러(미국달러 기준). 샥스핀 수프의 값은 90달러에 이른다. 샥스핀의 값이 높다보니 어떤 곳에선 상어를 잡으면 지느러미만 자르고 시체는 바다에 처넣는다. 80년대 중반 중국시장이 개방되면서 샥스핀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현재 샥스핀은 1백20여 나라에서 거래되고 있다.
상어는 식용 외에도 의약품, 화장품, 공업재료 등에 다양하게 이용된다. 심해상어의 간으로 만든 ‘스쿠알렌’은 미용재료와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는다. 상어의 뼈에는 황산콘드로이친이 들어있어 고혈압과 눈병 치료에 이용된다. 또 상어의 연골에서 암을 억제하는 물질을 추출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상어의 이빨은 장신구로 이용되는데 10cm 정도이면 1백달러에 살 수 있다. 결국 상어는 버릴 곳이 하나 없는, 인간에게 매우 유용한 어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상어의 희생도 크다.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에 따르면 매년 3천만-5천만마리의 상어가 죽어가고 있다. 1백마리의 상어를 잡으려면 30km가 넘는 거리에 수천개의 낚시바늘을 늘어뜨려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수다. 1994년 국제적으로 거래된 상어는 73만t. 문제는 그 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데 있다. 가장 많이 상어를 잡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는 1980년 4만2천9백t에서 1994년 9만2천9백t으로 두배가 증가했다. 미국의 경우는 1985년 2천5백54t에서 1994년 7천4백36t으로 3배가 늘었다.
상어는 생식능력을 가지기까지의 기간이 7-15년으로 다른 어류에 비해 훨씬 길다. 그래서 상어는 멸종될 위험에 처했다. 대표적인 것이 청상아리와 벨루가 철갑상어다. 청상아리(mako shark)는 상어 중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것으로 육질이 뛰어나 음식점에서 매우 비싸게 팔린다. 그래서 다른 상어를 청상아리로 속여 팔기도 하는데 이를 ‘아코’(ako)라고 한다. 청상아리는 7년 이상 자라야 생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점점 번식이 어려워지고 있다. 벨루가 철갑상어는 ‘살아있는 화석’ 중의 하나로 카스피해에서 잡힌다. 그런데 캐비어(철갑상어 알)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불법적으로 남획되고 있다. 캐비어는 1g당 3달러를 호가한다.
상어가 멸종될지 모른다는 경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어에 대한 국제적인 조사와 관리는 전무하다. 겨우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뉴질랜드, 미국(대서양쪽)에서만 연안에서 상어를 잡는 것을 제한할 뿐이다. 1997년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에서 정한 10가지 멸종위기 생물목록에 벨루가 철갑상어와 청상아리가 검은 코뿔소(현재 2천5백마리 미만), 자이언트 팬더(1천마리 미만), 호랑이(6천마리 미만), 히드라스티스(식물, 항생물질로 이용됨), 악어거북(고급요리), 매부리거북(장식용), 큰잎 마호가니(식물, 고급가구 목재), 초록뺨앵무새(말하는 능력을 지님) 등과 더불어 포함돼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