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관측된 소행성들이 지구와 정면 충돌할 가능성은 높지 않으나···
요즘 국제천문학계는 "지구와 소행성이 충돌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요구받고 있다. 공룡의 절멸도 지구에 다른 천체가 충돌했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유력하고, 여러 행성 탐사선이 찍어보내는 화성 사진에도 달 표면을 장식하고 있는 운석구덩이(크레이터)가 다수 발견됐기 때문에 이러한 질문에 대답을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의 과학월간지 '과학과 미래' 92년 10월호에는, 2000년 9월26일에 지름 1km의 소행성이 지구에 아주 가까이 접근한다는 기사가 게재됐다. 이 소행성(4179 토타치스)은 1989년 1월4일에 프랑스의 카우소루 천문대에서 발견됐다. 토타치스 궤도를 살펴보면 태양에 가장 접근했을 때(근일점)가 0.902AU(1AU는 지구와 태양간의 거리로 약 1억5천만km)이며 태양으로부터 가장 먼 원일점이 4.11AU이다. 문제는 근일점이 지구궤도 안쪽에 있다는 점.
공전주기는 3.97년으로 약 4년만에 한번씩 지구에 접근한다고 할 수 있다. 아무튼 '과학과 미래'의 기사는 나름대로 궤도를 계산해 2000년 9월에는 지구가 위협을 느낄 정도로 아주 가까이 토타치스가 접근한다고 주장 하고 있다.
1991년 1월21일에 발간된 국제천문학회지 5172호에는 아주 특이한 소행성이 발견됐다는 내용이 실렸다. 미국 키트피크 천문대는 지름 91cm 망원경으로 육안광도 17.5등급의 아주 밝은 소천체가 아주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발견하고 5시간에 걸쳐서 추적했다는 내용. 밝기를 추적해 크기를 계산해본 결과 이 소천체의 지름은 5-l0m이며 지구에 17만km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거리는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반. 이 소행성은 1991BA(앞의 숫자는 발견 연도)라 명명됐다.
원래 소행성은 토성과 목성 궤도사이에서 집단으로 태양을 돌고 있는 집단. 이 지점을 소행성띠라고 부른다. 행성이 되려다 실패한 태양계의 미숙아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92년 말까지 공식적으로 등록된 소행성은 5천 3백80여개.
그러나 토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띠에 존재하는 소행성말고도 궤도가 난폭한 소행성도 많다. 궤도가 난폭하다는 뜻은 혜성과 같이 행성 사이를 오가는 궤도를 가진다는 의미다. 이를 '특이 소행성'이라고 한다. 특이 소행성 중에서 지구궤도 안까지 들어오는 것을 아폴로형, 지구궤도와 화성궤도 사이에 들어오는 것을 아모르형, 거의 지구궤도 가까이에 접해서 도는 것을 아텐스형이라고 한다. 토타치스나 1991BA는 아폴로형 소행성이다. 특이 소행성도 등록돼 정식 명칭을 부여받은 것만 86개 발견됐으나 등록이 안된 것이 1백64개다.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폴로형 소행성이다. 천문학자들은 '과학과 미래'의 보도 이후 토타치스의 궤도를 정밀 계산해본 결과 약 3백60만km까지 접근하나 지구와 정면 충돌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토타치스말고도 최근에 지구에 접근한 소행성을 살펴보면 1989FC가 75만km, 1990HA가 4백60만km, 1991TT가 4백60만km, 1991TU가 73만km의 거리를 통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소행성의 지름은 수십km에서 수m까지 다양하다. 크기가 10m이상만 되면 지구와 충돌했을 때 큰 재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 소천체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어떤 사전 정보도 없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발견된 특이 소행성 모두가 우연히 발견됐을 뿐 미리 정보를 갖고 기다린 것은 한개도 없다. 견해 차이가 크지만 아직 발견 안된 소행성의 수가 수십만개에 달한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