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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눈없이 보는 능력 초시

피부로 색깔 감지, 범죄 현장도 떠올린다


신유미양이 지면에서 손을 뗀 체 글을 읽고 있다.


1994년 대전에서 개최된 한국정신과학학회 제1차 학술대회에서 손가락 초시(超視, eyeless sight) 능력이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초능력 시연을 보여준 신유미양의 능력은 가히 의심할 여지없는 세계적 수준이었다.

신양은 2백여명의 참석자들 앞에서 특수 제작된 눈가리개로 눈을 가린채 참석자가 즉석에서 내준 책과 신문을 손가락 두개(중지와 인지)를 사용, 한자도 틀리지 않고 줄줄 읽어내렸다. 더욱이 일반적인 초시 능력자들과 달리 신양은 손을 직접 책에 접촉하지 않고도 지면에서 20cm 정도 손을 뗀 채 마치 눈으로 읽는듯 막힘없이 책을 읽어나갔다. 이런 능력은 전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문 것이다.

이날 참석했던 2백여명의 사람들은 대부분 대학 교수들이나 대덕연구단지의 과학자들이었다. 이들은 공개시연을 지켜본 뒤 이것이 의심할 여지 없는 객관적 상황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신양은 손가락을 이용한 초시능력 외에도 눈가리개를 풀고 알루미늄판 뒤에 숨겨 있는 트럼프용 카드 무늬를 정확하게 맞추는 투시능력도 보여주었다.

맹인들이 가끔 눈이 아닌 다른 기관으로 시각을 감지한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이 능력을 처음으로 확실히 세상에 보여준 사람은 1960년대 옛소련의 쿨레쇼바였다.

그녀는 가족 중 맹인을 돕기 위해 스스로 맹인용 점자 읽는 법을 배웠는데, 점차 손가락으로 ‘보는’ 일까지도 익히게 됐다. 1962년 그녀가 이 사실을 마을 의사에게 밝혀 소문이 나자 옛소련 국립과학원 생물물리학연구소는 그녀를 초대, 모스크바의 저명한 과학자들 앞에서 실험을 했다.

과학자들은 그녀가 대단히 민감한 피부감각을 가지고 있어 ‘손가락으로 본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문마다 이 결론을 대서특필로 다뤘고 그녀는 순식간에 저명인사가 됐다.

심리학자 노보메이스키는 곧바로 흥미로운 새로운 연구에 몰입했다. 그는 전혀 초시 능력이 없는 일반인 6명을 뽑아 눈을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색깔을 감지하게 하는 기초적인 훈련을 시켰다. 이들 중 한명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두가지 색깔을 식별했다. 얼마 후 다른 한사람은 모든 색깔을 감지했다.

색깔의 촉감을 본다

노보메이스키는 8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같은 실험을 반복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한결같이 모든 색깔마다 특징적인 감촉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즉 청색은 부드럽고, 노란색은 미끈미끈하고, 빨간색은 끈적끈적하며, 오렌지색은 약간 거칠고, 자주색은 자극을 받는 것처럼 느낀 것이다.

심지어 거리를 둔 쟁반에 색종이를 놓아두었을 때 종이 위 공기에서도 이런 효과가 감지됐다. 각 색은 어느정도 높이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빨간색이 가장 높게, 엷은 청색이 가장 낮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로부터 피부감각을 통해 색깔을 감지하는 능력은 일반인에게도 잠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많은 맹인 학교에서 이 기법을 채택, 계속 효과를 올리고 있다.

생명장(生命場) 이론에 따르면, 생명체를 둘러싼 특정한 파장이 있어 이 파장대가 색깔이나 모양이 갖는 고유의 파장대에 미세한 간섭을 일으키고, 이를 피부가 감각적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가설을 더욱 확산시켜보자. 어떤 사람이 장기간 갖고 있던 사물들에는 그 사람 고유의 생명장의 흔적이 배어 있을 것이다. 만일 이를 인지할 수 있다면 사물을 통해서 특정 사람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실제로 이런 능력을 보이고 있는 사람들이 계속 보고되고 있으며, 이 현상을 가리켜 사이코메트리(psychometry)라고 한다.

이 능력이 미궁에 빠진 범죄수사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1943년 네덜란드의 허코스는 사다리에서 떨어져 두개골이 금이 가는 중상을 입었다. 대신 그는 새로운 능력을 얻었다. 피살된 사람의 외투만으로 살인자의 인상착의를 상세하게 알아 맞춘 것이다.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했을 때 허코스는 범죄에 사용된 무기를 감춘 장소까지 알아냈다고 한다.

물질이 그것과 접촉한 모든 시공간대의 기억을 어떤 파장의 원리로 간직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인지할 수 있을까.

혼을 측정하는 사이코메트리

사이코메트리(psychometry)는 그리이스어 '혼' (psyche)과 '측정' (metron)의 합성어다. 즉 '물건의 혼을 계측해 해석하는 능력' 이다. 미국 남북정쟁 때 지질학자 덴튼 박사가 누이의 능력을 보고 처음 이름을 지었다.

그의 누이는 지질학적 견본(광석 돌멩이 화석류 등)을 이마에 대는 것만으로 그 견본에 관련된 역사를 시각적으로 볼 수 있었다. 덴튼 박사는 이 내용을 '사물의 혼' (The Soul of Things)이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엄밀하게 말하면 사이코메트리는 어떤 물질적 대상을 매개로 삼는 투시능력의 일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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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허창욱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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