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은 경칩(驚蟄), 긴 겨울잠에 취해 있던 동물들이 봄기운에 놀라 깨어나는 날이다. 한적한 교외에서는 조만간 개구리 울음소리에 천지가 진동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토종 개구리의 울음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고 외래종인 황소개구리가 서식지 곳곳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1995년 6월 경상남도 창녕에 있는 우포늪을 찾았다. 우포늪은 수천년 전에 형성된 천연의 늪으로 각종 수초와 수서곤충, 어류, 양서류, 파충류가 풍부하게 서식하는 곳이다.
귀기울여 개구리 울음소리를 찾았다. 개구리 소리는 맞는 것 같은데 음량이 달랐다. 마치 황소가 내는 것 같은 굵직하고 커다란 울음소리였다. 그물을 던져 살펴보니 잡힌 것은 황소개구리 올챙이뿐 참개구리 올챙이나 어류는 거의 없었다.
황소개구리(Rana catesbeiana)가 우리나라에 수입된 시기는 1970년대. 식용으로 키워 농가 소득을 올리겠다는 생각에서 미국산 황소개구리를 일본으로부터 들여왔다. 하지만 부주의한 사육과 홍수로 인해 황소개구리가 자연에 방출됐고, 몇년 안돼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현재 황소개구리는 강원도 영동·영서 지방, 전라북도 동부 산악 지역을 제외한 남한의 전지역에서 발견된다.
우리나라 개구리 중 가장 큰 참개구리와 황소개구리의 크기를 비교해보자. 황소개구리의 올챙이는 참개구리의 성체만하다. 또 황소개구리 성체의 몸통은 평균 10cm, 뒷다리는 평균 14cm다. 참개구리보다 3배 정도 긴 셈이다. 몸무게를 비교하면 황소개구리는 평균 2백80g으로 참개구리보다 10배 정도 무겁다.
황소개구리의 먹이는 무차별적이다. 곤충의 유충과 성충(73.2%), 거미(7.0%), 갑각류(5.0%), 양서류(3.5%), 복족류(2.8%), 어류(2.1%) 순으로 포식했다는 보고가 있다.
한번은 양서류 사육장을 만들어 황소개구리, 참개구리, 무당개구리를 함께 넣고 길렀다. 어느날 황소개구리가 다른 개구리들을 한 입에 삼키는 장면이 관찰됐다. 심지어 자신의 천적인 뱀을 잡아먹기도 한다고. 우리 생태계 고유의 먹이사슬을 파괴시키는 일들이다.
농가 피해도 만만치 않다. 참게, 미꾸리, 새우, 붕어, 피라미, 달팽이 등을 기르는 양식장에서는 황소개구리의 습격을 견디다 못해 양식을 포기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다.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외국으로부터 생물을 들여다 놓은 실수가 ‘생태계의 참사’를 빚고 있다. 황소개구리와의 전쟁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