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세포가 아닌 체세포 하나로 아기를 만드는 기술이 개발돼 있다. 여러 불임 전문가들이 '인간복제'를 희망하고 있다. 복제는 과연 불임에 대한 최선의 대안일까.
전통적으로 불임치료는 생식세포를 대상으로 수행돼 왔다. 그러나 1997년 영국에서 복제양 돌FL리가 탄생한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동물복제가 인간복제로 이어질 가능성 때문이었다. 인간복제가 허용된다면 더이상 정자와 난자를 상대로 씨름하지 않아도 어머니나 아버지의 체세포 하나만 있으면 이론적으로는 아기가 태어날 수 있다.
작년 1월 미국의 시드 박사, 그리고 얼마전 쥐 정소에서 사람 정자를 성숙시켜 임신을 유도한 이탈리아의 안티노리 박사는 모두 “인간복제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불임부부를 위해서였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작년 12월 경희대 의대 불임클리닉에서 인간세포를 복제해 4세포기 단계까지 진행시켰다고 주장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또 지난 4월 초에는 세계 첫 인간복제회사로 알려진 클로나이드사가 복제희망자를 모집한다고 밝혀 논란을 빚었다. 이 회사는 이날 한 석간신문에 ‘생명복제 프로젝트에 참여할 한국 과학자와 연구소를 찾는다’는 광고를 게재했다. 클로나이드사는 외계인 추종자 프랑스인 라엘이 지난 1997년 설립했으며,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한국에 지사를 냈다. 물론 현재 인간복제는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실현되기 어렵다.
이에 비해 세계적으로 동물의 복제는 점차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런데 현재까지 복제된 동물에게 공통점이 있다. 모두 암컷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왜 그런지 원인을 알 수 없다.
동물 복제에는 모두 3마리의 암컷이 필요하다. 체세포의 핵을 제공하는 암컷, 이 핵을 받아 키울 비어있는 난자를 제공하는 암컷, 그리고 자궁에서 복제된 수정란을 키워줄 암컷이다. 여기서 복제된 동물이 암컷이라는 말은 핵을 제공한 개체가 암컷이라는 의미다. 성을 결정짓는 유전물질이 핵 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까지 수컷의 핵을 제공해 복제에 성공한 사례가 없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돌리는 어미양의 초유에서 얻은 유선세포, 일본의 화우(和牛)는 난관세포와 자궁세포, 미국의 생쥐 큐물리나는 난구세포를 복제해 태어났다. 얼마전 서울대 수의학과의 황우석교수가 복제에 성공한 송아지 영롱이와 진이 역시 각각 어미소의 자궁세포와 귀세포가 이용됐다. 이 외에도 황교수가 복제 수정란을 착상해 임신에 성공한 20여마리의 복제소들 가운데 수컷은 없다.
현재 수컷이 복제가 되는지 여부는 논란중이다. 최근 일본에서 수컷 세포를 이용해 수정란단계까지 진행시켰지만, 어미의 자궁에 착상하는 일이 실패했다고 한다.
남자도 임신이 가능할까 - 태반과 함께 태아 이식, 제왕절개로 출산
1999년 2월 영국의 한 불임시술 전문가가 “남성도 임신이 가능하다”는 놀라운 주장을 했다고 영국의 ‘선데이타임스’가 보도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까. 어머니 뱃속에서 태반이 형성될 즈음 이를 들어내 아버지의 뱃속으로 옮긴다는 발상이다. 그는 “태아를 태반과 함께 남성의 복부에 이식할 수 있으며 태반을 통해 태아는 영양을 공급받고 내부 장기와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개월간 아버지의 뱃속에서 자란 아기는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남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을 다량 주입해야 하기 때문에 가슴이 커지는 등의 여성화를 각오해야 한다.
이 발표가 있기 전까지 ‘남성이 임신한다’는 발상은 영화 ‘주니어’(아널드 슈워제네거·데니드 비토 주연)의 소재로 소개된 정도였다. 주인공인 생화학 박사 알렉스(아널드 슈워제네거)와 불임전문의 닥터 래리(대니드 비토)가 자신들이 개발한 유산방지 및 임신보조제가 당국의 ‘인체실험불가’ 판정을 받자 기발한 생각을 해냈다. 동료의 난자를 몰래 훔쳐 알렉스의 정자와 결합시킨 뒤 그 수정란을 알렉스의 몸에 이식해 남자인 그가 아이를 낳는다는 줄거리다.
하지만 영국 과학자의 발표로 더이상 이런 일이 영화에서나 나올 얘기가 아닐 가능성이 생겼다. 이 과학자는 조만간 자신의 논리를 정리해 책으로 발간할 계획이어서 세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실 현대의 불임학자들은 남성의 임신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는데 동의한다. 만일 이 일이 실현된다면 아기를 갖기 원하는 남성 동성애자 부부나, 부인이 임신 못하는 부부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