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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경영자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아이디어를 수집하기 위해 사내에 건의함을 만들거나 아이디어 제공을 독려한다. 담당 직원의 조그마한 아이디어가 생산비를 획기적으로 절약하거나 관리 개선에 기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원의 아이디어가 회사에 채택됐음에도 제안자에게 혜택이 전혀 돌아가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직원이 항의라도 하면 대답은 천편일률적이다. 회사에서는 예전부터 그 아이디어를 잘 알고 있었지만 확신이 없어 시행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침 직원이 유사한 제안을 했으므로 용기를 얻어 과감히 시행했다는 것이다. 분개해 소송을 하지만 거의 모든 경우 직원이 패소하고 직장까지 쫓겨나기 십상이다.

전체 공정 생각한 아이디어라야

승용차의 연료 사용량을 30% 이상 절약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고 해서 관련 자동차회사가 이 발명품을 즉각 구입해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기름값이 비싼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 연비는 관련 업계의 사활을 걸 정도로 중요하지만 자동차회사는 연비만 고려해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는다.

자동차는 수많은 부속품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종합조립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조그마한 추가 장비의 설치가 자동차의 안전이나 진동, 소음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완벽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 한 설계 변경으로 인한 새로운 장비의 추가는 매우 더디다. 더욱이 신기술 도입으로 인한 추가 비용이 요구된다면 처음부터 상대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들은 시대를 앞서갔기 때문이 아니라 발명가의 아이디어가 전체 생산의 맥락에서 일부분의 기술 개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개 발명가가 어떻게 제품 생산의 전 공정을 책임지라는 말이냐’라고 항의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좋은 발명품이라도 생산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것은 발명가가 생산자를 근본적으로 이해시키는데 실패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닳지 않는 무한신발 제화회사 설득 못해

그러나 오히려 너무 번뜩이는 아이디어이기 때문에 채택되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일전에 스위스의 한 중소기업이 치과 분야에서 획기적인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이용해 치아를 코팅하면 절대로 이빨이 썩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발명가는 좌절을 맛봐야 했다. 치과의사와 치과협회에서 조직적인 거부운동과 불매운동을 벌여 어느 누구도 그들이 개발한 신개발품을 사용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의 제품을 이용하면 칫솔이나 치약을 비롯한 수많은 구강회사들이 도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한정 신을 수 있는 신발 밑창, 즉 닳지 않는 신발을 개발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구두는 소비재인데다가 유행을 따라가는 제품이므로 한번 구입하면 영원히 사용할 수 있다는 신발에 제조회사가 매력을 느낄리 만무하다.

따뜻한 피자의 배달이 사업 승패의 관건이라는 점에 착안한 발명가가 30분이 지나도 식지 않는 피자 배달상자를 개발했으나 역시 쓰라린 맛을 봐야 했다. 대부분의 피자 배달 거리가 30분 미만이므로 어떤 업자도 새로운 배달상자를 구입하기 위해 돈쓰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고객의 성향을 몰라 실패한 경우도 많다. 미국의 한 중소기업이 기존의 X선보다 10분의 1가격으로 훨씬 더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장비를 개발했다. 그러나 발명품을 개발한 회사도 파산했다. 대부분의 대형병원에서는 고가 장비의 구입 비용은 모두 경비 처리할 수 있는데다가 세금을 공제받는다. 또한 아무리 고가의 장비라도 기계 사용료를 전부 환자에게 전가할 수 있으므로 굳이 저렴한 장비를 구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이다.

발명가는 자신의 아이디어가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전에 검증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발명품이 기득권을 갖고 있는 타인의 밥그릇을 결정적으로 저해할 경우 그들의 조직적인 저항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발명가의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식지 않는 피자 포장 쓰이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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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종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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