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은하수를 따라가다 보면 별들이 뭉쳐져 뿌옇게 보이는 곳이 있다. 그곳에는 별들이 많이 모여 있거나 여러 성운들이 얽혀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곳을 뚫어지게 한번 쳐다보자. 그리고 쌍안경을 겨눠보자. 때론 놀라운 광경이 보일런지 아는가?
하늘에 옮겨진 새의 얼굴
밤하늘에 떠있는 천체에는 다양한 이름이 붙어있다. 별에는 오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고유명사 외에도 그 별을 연구한 과학자의 이름이 붙여지기도 한다. 성운이나 성단도 마찬가지여서 모양에 따라 이름이 붙거나 과학자의 이름이 붙는 경우가 있다.
여름철 북쪽하늘에는 유명한 성운 2개가 나란히 붙어 있다. 북아메리카성운과 펠리칸성운이 그것. 이들 이름은 생김새에서 유래했다. 북아메리카성운은 북아메리카대륙과 비슷하고 펠리칸성운은 펠리칸의 머리 옆모습과 많이 닮았다.
북아메리카성운과 펠리칸성운은 매우 밝고 거대한 성운으로, 여름철 북쪽 은하수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북아메리카성운이 좀더 크고 펠리칸성운이 다소 작다. 하지만 보이는 것과 달리 이 성운들은 본래 하나다. 그 중앙을 가로지르는 암흑성운 띠로 인해 2개로 나뉘어져 보일 뿐이다.
한때 이 성운들은 근처 밝은 별인 데네브의 영향으로 빛을 낸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이 두 성운을 밝게 하는 별들은 암흑성운 내부에 숨어있는 다른 밝은 별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도 이 암흑성운 내부에는 새로운 별들이 탄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 성운들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영국의 천문학자 윌리엄 허셀이다. 1786년 그는 별들이 많이 모인 이곳에 망원경을 들이댔는데, 뿌옇고 엷은 성운이 넓게 분포해 있음을 발견했다.
이 성운에 북아메리카성운이라고 이름 붙인 사람은 독일의 천문학자 막스 울프다. 사진이 천문학에 도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1890년 12월 울프는 하이델베르크에서 처음으로 이 성운의 사진을 찍었다. 사진에서 성운의 모습은 북아메리카대륙과 흡사했다.
북아메리카성운은 매우 유명한 반면 펠리칸성운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펠리칸성운의 복잡하고 화려한 모습은 북아메리카성운 이상이며 관측도 어렵지 않다. 펠리칸성운은 시직경이 1도 정도로 눈에 보이는 달의 2배 가량이나 될 만큼 크다.
펠리칸성운의 가장 큰 특징은 그 내부를 흐르는 작은 암흑 띠일 것이다. 이곳이 펠리칸성운의 중심영역으로, 성운이 가장 밀집돼 있다. 펠리칸성운의 가장 밝은 부분은 북쪽 영역이며 그 동쪽 북아메리카성운과의 경계부분에 암흑성운이 가로지르고 있다. 남쪽에는 3개의 작은 성운 영역이 넓게 퍼져 있으나 매우 어둡다.
그렇다면 드넓은 밤하늘에서 이들 성운을 어떻게 찾아갈 수 있을까? 길잡이 백조자리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길잡이는 백조자리
북천의 십자가로 유명한 백조자리는 여름밤 북쪽하늘 높은 곳에서 빛난다. 여름밤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은 직녀성으로 알려져 있는 거문고자리의 베가이며, 백조자리는 이 거문고자리의 북동쪽 방향에 위치해 있다.
백조자리는 백조가 날개를 편 아름다운 모습이기도 하지만, 십자가로도 알려져 있다. 백조의 머리와 꼬리를 잇는 선과 두 날개를 잇는 선이 십자로 만나기 때문이다. 특히 백조자리가 서쪽하늘로 질 무렵이면 이 십자가는 서쪽하늘 위에 똑바로 서 있는 모습이 되므로 더욱 실감이 난다.
북아메리카성운과 펠리칸성운은 백조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인 데네브의 바로 북동쪽 위쪽에 있다. 친숙한 별 옆에 있는 만큼 매우 쉽게 찾을 수 있다.
아마추어 관측가들 사이에서는 이들 성운에 대한 오랜 논란이 있어왔다. 과연 이 두 성운이 맨눈에도 보이는가 하는 것이다.
사진에는 성운이 대단히 붉고 화려한 색상들로 뚜렷이 나타나지만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눈이 감지하는 파장영역과 필름이 감지하는 파장영역대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며 필름은 미약한 빛을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하늘이 매우 맑은 날 야외에서 이 부근을 살펴보도록 하자. 어두운 대상이니 은하수가 뚜렷이 보이는 장소여야 한다. 먼저 일등성 데네브를 찾는다. 데네브의 북쪽을 조심스레 살펴보면 다른곳에 비해 은하수가 좀 진하다고 생각되는 영역이 보인다.
논란의 시발점은 이 뿌연 것이 은하수인가, 아니면 성운인가 하는 점이다. 이곳은 2가지 모두가 복합돼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그 둘을 분리하기 어렵다. 다만 성운이 보이는가 보이지 않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이 판독에는 펠리칸성운이 보이는가가 중요하다. 북아메리카성운 내부에는 산개성단이 존재하므로 별과 성운의 구분이 어려운 반면, 펠리칸성운에서는 성운만 보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 국내 관측가들은 이 두 성운이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여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두 성운은 아주 맑은 하늘에서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으며 두 성운이 분리된 모습을 뚜렷이 볼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정설이다. 즉 우리는 성운 사이를 가로지르는 암흑성운의 존재를 맨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쌍안경을 사용하면 더 잘 보일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진 않다. 맨눈으로 보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구경이 크고 배율이 낮은 쌍안경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두 성운 사이의 암흑성운을 쉽게 느낄 수 있다. 흔히 펠리칸성운이 북아메리카성운에 비해 조금 더 보기 어렵다고 하지만 실제로 보면 그렇지 않다. 펠리칸성운의 가장 밝은 영역인 북쪽 지역은 손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천체망원경에서는 어떨까? 성운이 대형이어서 맨눈보다 오히려 더 보이지 않는다. 성운의 표면밝기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경 망원경에 경험이 풍부한 관측가라면 북아메리카 동부해안지역의 멕시코만에서 시작해 펠리칸성운까지 뻗어 내려간 성운들의 복합적인 구조를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