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술자리에서 평소보다 담배를 훨씬 많이 피운다. 알코올 중독자의 경우 술마실 때의 흡연량은 정상인에 비해 7배나 많다. 그 원인이 단지 술자리의 ‘기분’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시카고의 노스웨스턴 의대 신경학자 나라하시는 “알코올과 니코틴이 뇌에서 같은 종류의 수용체에 자극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뇌에서 한 신경세포로부터 분비된 신경전달물질은 다른 세포 표면의 단백질 수용체와 결합함으로써 세포 간 신호전달이 이뤄진다. 니코틴은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결합하는 수용체를 자극한다. 담배를 피우면 머리가 약간 몽롱해지는 느낌이 드는 이유다.
그런데 알코올 역시 같은 수용체를 자극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문제는 알코올의 양이 많아지면 수용체의 기능을 파괴시킨다는 점이다. 담배를 피워도 ‘맛’을 느낄 수 없게 된 셈이다.
나라하시 박사는 쥐의 뇌에서 아세틸콜린 수용체가 포함된 신경세포를 분리시킨 후, 이를 알코올이 담긴 용액에 집어넣고 반응을 지켜봤다. 수용체의 반응은 무척 민감했다. 미국에서 운전할 때 벌칙을 받도록 규정한 알코올 섭취 농도보다 1천배 묽은 농도에서 수용체의 기능이 손상되기 시작했다. 또 규정 농도의 10%에 이르자 수용체의 기능이 절반이나 떨어졌다.
이 사실이 사람에게 적용된다면 술자리에서 흡연량이 늘어나는 이유가 설명된다. 알코올이 수용체의 기능을 손상시켜 담배맛이 줄어들면, 애연가들은 그 맛을 다시 느끼려고 담배를 더 많이 피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