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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해안군 황산면 우항리 해변에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물갈퀴 새의 발자국을 발견했다(1994년 1월 29일). 왼쪽 끝이 필자이다.


필자는 수십년간 암석 속에서 조개, 고등, 물고기, 공룡 등을 찾아 헤매고 있다. 이를 두고 연목구어(緣木求漁)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돌 속에서 발견되는 화석들은 필자를 한없이 흥분케 한다. 1억년 이상 잠자다 필자의 눈에 처음 띄는 것이니 어찌 감격 스럽지 않겠는가.

1982년 1월 보름 동안의 탐사는 별 성과없이 끝나가고 있었다. 기대했던 해성층은 보이지 않았다. 남해안 일대에 해성층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도 성과라고 자위하면서, 고성군 덕명리 봉화골 해안에 도착한 것은 마지막 날 오후였다.

이곳에서 필자는 이상한 구조를 가진 회색 이암층을 발견했다. 크기와 모양이 꼭 어린이 발자국과 같았다. 호기심을 가지고 주의깊게 살펴보니 틀림없는 공룡 발자국이었다.

동행했던 사람들이 "무슨 공룡 발자국이 그렇게 작냐"고 물었다. 공룡이라고 모두 크지 않고 작은 공룡도 있다" 고 설명해 주면서 이러한 생흔화석을 발견하면 주의해서 살펴주기를 부탁했다.

봉화골에서 상족 해안까지 조사하는 가운데 탐사대는 똑같은 것들을 수없이 발견했다. 해가 기울어가는 상족해안에 공룡들이 떼를 지어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경상계(영남지역에 분호하는 중생대 지층)는 육성층이다. 그래서 화석이 드물 거라는 잘못된 생각 때문에 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1970년대 초부터 중생대 고생물학에 몰두하기 시작하면서 경상계에서 수없이 많은 화석을 발견해냈다. 특히 이때의 공룡화석의 발견은 한반도가 공룡의 집단 서식지였음을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삼지창 모양의 공룡 발자국을 발견했던 그날, 필자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고생물학자 양승영(1938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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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양승영 고생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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