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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애틀랜타올림픽은 하이테크 수영복 경연장

 

수영복 원단의 재질과 재단 모양은 0.01초가 아까운 선수들을 돕는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수중 생물 가운데 가장 빠른 수영 실력을 자랑하는 물고기는 돛새치(sailfish). 플로리다주 롱키 앞바다에서 시속 1백10km로 가는 돛새치가 관찰된 바 있다. 그리고 바다 포유동물 중에서는 식인고래가 시속 55.6km로 가장 빠르고, 바다수달이 9.6km로 가장 느리다.

하지만 이들에 비해 지상에서 생활하는 인간이 물 속에서 낼 수 있는 속력이란 그리 대단치 않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고기인 잉어는 시속 12km 정도로 물살을 가르는데, 사람은 이보다도 훨씬 늦다. 기록이 좋은 순서대로 자유형, 접영, 배영, 평영의 4영법중 자유형의 경우 국제수영연맹(FINA)이 공인한 남자 1백m의 기록은 러시아의 알렉산더 포포프가 94년 세운 48초21. 시속으로 환산해봐도 8km가 안되며, 같은 거리를 달린 육상기록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같은 기록은 인간이 땅 위에서 두발 딛고 살도록 ‘설계’ 됐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물 속에서 생활하는 고기는 미로성 반사, 측선반사 등 몇 개의 반사구조가 겹쳐 있어 수중에서의 자세를 유지한다. 능숙하게 헤엄을 치기 위해 물고기들은 물의 저항을 이길 수 있는 추진체제를 갖추고, 부력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다. 또 이들의 몸은 물살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유선형이다. 그러나 인간이 수중에 들어가 수영을 한다는 것은 달리기와 같은 육상운동과 달리 기술 습득의 출발점으로 보자면 거의 0이라 할 수 있다.

50m 길이의 레인을 헤엄치는 수영 경기에서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서는 먼저 올바른 기본법을 배우는 것이 첫째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 힘과 지구력으로 대표되는 체력이다. 인간의 모든 움직임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에 의한 것으로, 섭취한 음식물을 이용해 심폐기능과 연결된 에너지의 소모와 공급이라는 대사과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1968년의 멕시코올림픽에 참가한 수영 선수들은 1백m에 1초 전후, 2백m에 3-6초, 4백m에 10여초씩 자신의 평소 기록보다 뒤진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산소를 어느 정도 체내에서 소비할 수 있는가가 기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경기가 벌어진 멕시코시는 해발2천3백m에 위치해 공기중 산소의 절대량이 적었던 것이다.

운동에 직접적으로 이용되는 에너지 물질은 ATP라 불리는 아데닌 염기와 당, 그리고 3개의 인산기가 결합된 고에너지 저장화합물이다. 그러나 근육 내에 저장될 수 있는 ATP의 양은 강도 높은 움직임을 겨우 수초간 지탱해줄 수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수영처럼 그 이상 지속되는 운동을 위한 ATP는 해당과정(glycolysis)과 장시간 많은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유산소성 에너지 생산경로를 통해서 공급되는 것이다. 물론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지구력 또한 이들 대사경로의 효율성과 에너지 공급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스포츠과학자들이 수영의 기록 단축을 위해 그동안 벌인 노력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수영복의 개량이다. 수영 속도가 빨라지면 그만큼 물의 저항이 커지는데, 이때 0.01초라도 시간을 줄이는데는 원단의 소재와 수영복의 커팅이 매우 큰 영향을 발휘한다. 이에 대한 고려는 남자보다 수영복이 점하는 표면적이 큰 여자선수들에게 중요하다.

가장 오래된 수영복 메이커인 일본의 스포츠용구업체 미즈노사는 도쿄올림픽 당시 이전까지 견이나 면, 울을 소재로 제작하던 수영복대신 100% 나일론을 소재로 한 수영복을 선보였다. 나일론 소재는 이전보다 물의 흡수가 적어 상당한 호평을 받았지만, 가로 한방향으로만 신축성을 가지고 있어 만족스런 착용감을 주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는 나일론과 폴리우레탄사를 혼합해 가로 세로 모두 늘어나는 소재가 개발됐다.

무엇보다도 수영복의 획기적인 전환을 이룬 것은 88 서울올림픽이었다. 소재와 수영복 자체가 물의 저항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저저항’이란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이 당시 나온 수영복은 표면을 매끄럽게 하고 물과의 마찰계수를 줄이기 위해 실의 굵기를 20μ에서 8.5μ으로 극세화했다. 이후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는 서울올림픽에서 등장한 원단을 다시 프레스로 가공, 실 한올한올을 압축해 더 미끄럽게 함으로써 물과의 저항을 최소화했다.

이번 애틀랜타올림픽에 선보일 수영복은 지금까지 등장한 하이테크 수영복의 ‘완결판’ 이라 할 만하다. 폴리우레탄과 폴리에스테르를 혼합해 제조한 원단에 발수성 수지를 세로 줄무늬로 프린트한 ‘리오스팩’이란 이름의 수영복은 물을 튕기는 효과를 낸다. 일반적으로 빠른 속도로 헤엄을 치면 몸 주변의 물 흐름이 저항으로 작용하기 마련인데, 발수성 수지는 이를 튀겨냄으로써 저항을 줄인다. 이와 함께 물에 뜨는 수영복도 선보일 예정이다. 비중이 0.91로 물보다 가벼운 소재인 폴리프로필렌을 사용해 제작한 수영복은 실 자체가 물을 흡수하지 않는다.

실제로 일본의 올림픽대표팀 파견 대회에서 이 수영복을 입고 나온 선수들이 초속 1.8m의 속도로 수영할 때 이전보다 약 8%의 기록이 단축되면서 10개의 일본 신기록을 갱신했다.


재료공학도 기록 단축에 한 몫
 

여자 4백m자유형 부분 세계 기록 보유자인 미국의 자넷 에반스(4분03초85).그는 이외에도 8백m,1천5백m자유형의 세계기록을 가지고 있다.


재료공학과 설계공학은 그동안 기록갱신에 큰 노릇을 해왔다. 이들의 역할로 육상 트랙의 표면이 바뀌었고, 사이클 선수의 복장과 자전거의 구조가 공기의 벽을 가르기 쉬운 쪽으로 개선됐으며, 경기용 신발과 용구가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설계됐다.

장대 높이뛰기의 경우 장대의 재질 개선이 기록 갱신에 가져온 효과는 선수의 기량 향상에 의한 부분보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분야 세계기록의 급격한 변화는 선수의 체력, 기술, 그리고 규칙의 변화 등에 의한 부분 외에도 사용하는 장대의 재질 변화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19세기 초 경기가 처음 시작될 때에는 나무막대 폴을 사용하였으나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점점 폴의 높은 곳을 잡게 됨에 따라 가벼우면서도 잘 부러지지 않는 재질이 요구됐다. 나무막대 폴이 대나무 폴로 대체됐고, 1950년대 초기에는 강철 폴이 사용되다가 다시 두랄루민(duralumin)과 알루미늄이 새로운 재질로서 선호됐다. 10여년 이상의 '금속제 폴 전성시대' 는 유리섬유를 이용해서 개발한 폴을 사용한 선수가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입상하면서 그 막을 내렸다.

60년대 이전까지의 최고 기록은 43년 미국 선수가 세운 4.79m였다. 그러나 유리섬유의 탁월한 탄력성은 폴을 더 높이 쥐고 폴을 잡은 곳보다 더 높이 몸을 밀어 올릴 수 있게 해주었고, 그 결과 큰 폭의 기록 향상을 가져왔다. 나무막대를 사용하던 초기의 기록은 생각지 않더라도 20세기 중반까지 겨우 4m 대에 머물던 장대높이뛰기 기록이 이제는 6m15cm(부브카, 우크라이나, 93년)에 달하고 있다.

점프 폴의 재질 변화와 함께 선수의 안전을 위한 착지쿠션도 바뀌었다. 피트(pit)라 부르는 착지 쿠션이 흙에서 모래로, 모래에서 톱밥으로, 톱밥에서 스폰지로 변했고, 현재는 공기를 주입시킨 풍선형태의 에어쿠션이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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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이강필 기자
  • 박현 박사/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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