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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재택교육 급진전 화상회의 : 2.집안에 하버드 강의실, 산간벽지에 서울대 병원

사무실에 설치한 화상회의시스템이 화상 '회의'용이라면 학교와 병원에 설치된 시스템은 화상 '교육'과 화상 '진료'를 위한 것이다. 화상회의 시스템이 활용되면 가장 화려하게 변모할 두 분야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필요하면 데이터도 즉시 보낼 수 있다.' 멀티미디어 활용의 극치로 불리는 화상회의 시스템에 요사이 부쩍 과심이 몰리고 있다. 방송국 스튜디오를 연상케 하는 방에 들어가 대형 스크린을 보며 회의를 진행하던 초기의 룸형(room型)에서 PC한 대가 놓일 수 있는 공간이면 어디라도 상대방을 불러낼 수 있는 데스크톱형으로 진보를 거듭해온 결과다.

룸형 화상회의 시스템은 초고속의 전용선을 깔고 억대의 비용을 들여야 했지만, 요즘은 디지털 압축기술을 비롯한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LAN, ISDN, 모뎀 등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 상당수 나와 있다.

물론 아직까지 모뎀을 통한 화상회의의 경우 1초에 1프레임, 아무리 좋아도 5프레임 정도로 로봇이 춤추는 듯한 화면을 제공하고 있어 본격 활용에는 적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 무리 없이 화상회의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초당 15프레임 정도가 재생돼야 한다. 중소기업들이 효율성을 인정하면서도 쉽게 데스크톱형 화상회의의 시스템을 선뜻 채택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비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64kps의 고속 데이터통신이 가능한 ISDN(Integrated Serice Digital Netwwork)이 전국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는 오는 97년 이후에는 새로운 통신서비스의 하나로 화상회의가 보편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계에 발표된 데스크톱형의 화상회의 시스템은 대략 80여종. 어떤 통신환경을 지원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비디오카메라, 마이크, 스피커, 그리고 화면을 디지털 정보로 바꿔주는 비디오보드 등 화상회의 시스템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스프트웨어를 합쳐 적게는 60만원에 최고 400만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가격은 적어도 2-3년 내에 3분의 1이하로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

미국 인소프트사가 개발한 LAN버전화상회의 시스템인 '커뮤니뮤!'(communique!)제품은 우리돈으로 3백85만원. 작은 규모의 회사에선 설치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룸형 화상회의 시스템에 비하면 '껌값' 에 불과하다. 이 회사에서는 조만간 넷스케이프사와 공동으로 '토규 뷰' 란 이름의 모뎀버전을 발표할 예정인데, 토규 뷰는 인터넷에 접속한 다음 서버에 접속된 상대방의 ID를 호출하는 것으로 얼굴을 마주한 대화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현재 부분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재택근무는 앞으로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처음으로 데스크톱 화상회의용 PC'드림시스'를 발표한 삼보컴퓨터는 작년 7월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난 이용태 회장의 자택과 회사를 T1급 전용회선으로 연결하고 화상회의 시스템을 설치했다. 이에 따라 이회장은 필요에 따라 이 시스템을 이용해 임원들의 희의를 주재하고 중요한 보고사항을 접수한다.

이 회장이 갖춘 장비는 음성과 화상을 압축, 전송하는 장비로 미 픽처텔사의 것을 사용한 것 외에는 다자간 통신에 필요한 주변 장치, PC에 응용된 화상회의 시스템 등을 모두 삼보 자체에서 개발한 국산 장비로 구성했다. 모두 한 자리에 앉아 의견을 나누는 회의에 비하면 아무래도 긴장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일을 처리하는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삼보측의 설명.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에서 포항,광양,도쿄를 통신망으로 연결해 영상 임원회의를 하고 있는 포항제철은 이 시스템의 도입으로 상당한 효과를 얻고 있다.
 

원격교육- 전세계 학교를 하나로
 

화상회의시스템 '시유시미'를 이용해 전세계 학교를 하나로 묶는 GSN의 계획은 화상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현재 화상회의 시스템이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꼽히는 활용 분야로는 교육이다. 전문가 들은 이 시스템이 제대로 보급되면 선생님과 학생이 직접 얼굴을 맞대는 이전의 방식에 일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새로운 교육방식의 하나로 여겨지는 재택 화상 교육은 지리적 여건 탓에 충분한 교육 해택을 받을 수 없는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작년 3월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내촌초등학교에서 4-19km 떨어진 4개의 분교는 원격화상교육을 통해 본교에서 진행되는 것과 동일한 수업을 같은 시간에 받았다. 초고속정보통신망구축 시범 사업의 하나로 국내 처음 진행된 이 원격 화상교육은 교육 사각지대의 해소와 함께 지역간 교육의 질 평준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 됐다.

이 학교에서 올3월까지 실시한 원격교육은 모두 1백72시간. 그러나 T1급 전용회선을 통해 연결된 이들 학교에는 각 교실에 33인치 대형 모니터와 카메라, 마이크 등이 갖추어진 룸현 시스템으로, 설치비만으로 모두 9억원이 들었다. 이 정도의 비용이라면 원격화상교육 시스템이 전국의 벽지 학교에 모두 갖추어지기에는 아무래도 힘들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사실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한 교육은 단순히 멀리서 모니터를 통해 수업을 받는다는 차원울 넘어선다. 비록 선생님과 학생이 다른 공간에 위치함으로 인해 효율성은 떨어지겠지만, 이전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체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GSN재단(lobal School Net Foundation, http://www.gsn.org)이 전세계 초.중등학교를 '시유시미'(CU-See me)를 이용해 연결한다는 'GSN계획'은 '새로운 체험'으로서의 화상 교육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미 코넬대에서 개발, 공개소프트웨어로 첫 선을 보인 시유시미는 최근 상용제품으로 등장해 인터넷을 이용한 화상회의 붐을 일으키고 있는 주역. 이 제품은 별도의 고가 장비없이 PC용 비디오 카메라와 마이크만 부착하면 1대1 통신은 물론, 그룹회의나 TV방송같은 다원방식의 통신도 가능한 첨단 시스템이다.

화상회의 시스템이 각 학교마다 가지고 있는 독특한 수업 체험을 전세계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훌륭한 미디어라는데 착안한 이 계획의 슬로건은 '테크놀러지 활용을 통한 교육 환경의 강화'. 현재 GSN의 계획에 참가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독일 덴마크 이스라엘 등 13개국에 달한다.

GSN에 화상토연결된 학교들은 특정한 주제를 정해놓고 이를 론하기도 하고, 저명한 과학자나 예술가들이 참여해 학생들과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또한 학생들은 각 나라의 '대사'로 참여해 자신이 살고 있는 나라의 소식을 세계에 알린다. 이 재단은 이 운동을 추진한공로로 작년 6월 미국에서 'NII상'(National Information Infrastructure,국가정보기반)을 수상했다.

미국과학재단이 후원하는 이 계획에는 마이크로소프트, MCI, 시스코를 비롯한 유슈의 화상회의 시스템 제조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또한 작년 말부터 미국 방송가인 ABC가 6개월의 파일럿프로젝트로 가세해 매주 수요일마다 학생들을 통신원으로 활용, 인터넷에 생중계하기도 했다.

원격의료- 섬에서도 대도시 1급진료 가능
 

원격진료가 행해질 수 있는 데에는 의료장비의 디지털화도 한몫 하고 있다.
 

교육과 함께 의료는 화상회의 시스템의 활용이 주목되는 또다른 분야로 꼽힌다. 이미 미국 등 통신시설이 잘 갖추어진 나라에서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한 원격진료를 현실화하기 위한 연구가 상당 수준 진행되고 있다. CT나 MRI촬영 화면, X선 필름 등 진찰 자료를 영상으로 표현하기 위한 의료 장비의 디지털화가 급진전하면서 최근에는 전쟁터의 야전병원에 후송된 환자를 인공위성을 통해 원격화상진료하는 방법까지 개발됐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한 원격의료의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원격교육과 마찬가지로 의료시설이 미비한 벽촌과 시설이 잘 갖추어진 대도시 병원을 연결해 멀리서도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원격진료'와,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재택진료'가 그것이다. 고급의료에 대한 기대는 크고, 의료시설은 이를못 좇아가는 국내 환경에 본격적으로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그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보이다.

인천 길병원은 적자로 문을 닫으려는 백령도 적십자병원을 작년 6월 인수해 원격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7-8명의 의사가 백령도에 주재하면서 병원을 찾아온 환자를 진료한다. 이들중 좀더 세밀한 진료가 필요한 환자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인천과 백령도의 의료진이 공동으로 진료한다.

물론 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단지 환자의 증상을 듣고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가 풍기는 냄세를 맡고 아픈 부위를 만져보는 등 5감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이 때문에 화상의료는 의사와 얼굴을 맞대는 진료의 보조적 역할에 머물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길병원의 예처럼 의사가 있는 병원으로 모니터를 통해 의사와 환자, 의사와 의사의 의견교환이 가능한 원격진료시스템을 이용한다면 산간벽지에 종합병원 수준의 진료를 제공하는 도구로서 별 무리가 없다.

환자가 있는 가정에서 화상회의 시스템에 의지해 의사를 만나는 재택진료는 아직까지 그 용도가 매우 제한적이다. 현재는 외국에서도 건강상담이나 외과적 손상이 없는 질병의 진찰 등에 시험적으로 사용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지만 질병의 성격상 병원 왕래가 쉽지 않고, 매번 보호자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치매 환자나 정신병 질환자, 장애인 등의 진료에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국내에서는 정보통신부가 추진하고 있는 초고속정보통신망 사업의 하나로 치매 전문의가 상주하는 서울대병원과 의사가 없는 요양센터인 인천의 영락원, 서울 북부 노인종합복지관을 연결하는 원격치매진료가 계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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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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