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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시나리오 작가 A씨는 오늘도 책 속에 파묻혀 있다. ‘좋은’ 시나리오를 쓰기 위해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이야기를 찾아보기도 하고, 영감을 받기 위해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요즘 관객들은 ‘너무’ 똑똑해서 시나리오 쓰기가 참 힘들다. 설정이 평범하면 뻔하다고, 특이하면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불평이다. 설정만이 문제인가. 이야기 전개가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논리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비판하고, 심지어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허구로 만든 세상을 깎아내린다. 그래서 A씨는 오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천문학 전공 서적을 뒤적거린다. 하, 재밌는 시나리오 하나 만들기 참 어렵다.
카메라
촬영 기사 B씨는 요즘 자신이 처음 카메라를 잡았을 때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화이트 밸런스가 무엇인지, 화면 구도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도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눈으로 보이는 모습과 머리 속에서 상상한 모습, 실제로 카메라에 담긴 모습이 많이 달라서 좌절하던 때도 있었다. B씨가 이 때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이유는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장비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필름에서 디지털 촬영으로 장비가 바뀌면서 500억 화소가 넘는 영상 촬영이 가능한가 하면 초고속 카메라 같은 특수 카메라가 아니라도 초당 60프레임에 달하는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이런 고성능 카메라로 새로운 영상을 촬영하고,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오늘도 B씨는 고민한다.
조명
조명감독 C씨는 얼마 전 황당한 항의를 받았다. 촬영분을 확인한 배우 D가 상대 배우 E가 자신에 비해 너무 ‘뽀얗고 어리게 보인다’며 해결 방안을 내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자신이라고 일부러 D가 이상하게 나오게 만들었겠는가. E는 D보다 무려 10살이 어리다! 결국 E가 촬영할 때 얼굴을 환하게 만들어 주는 반사판(어떤 장면에서나 기본적으로 사용하는!)을 빼기로 했다. 그러자 E의 얼굴이 어둡게 보이면서, 사실이야 어떻든 영상에서는 D와 비슷한 연배로 촬영됐다. 가뜩이나 날씨도 촬영 내용에 안 맞춰줘서 온갖 조명을 동원하고, 결국 나중에 CG로 날씨를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는데, 배우까지 말썽이다.
미술과 분장
미술팀 막내 F씨는 자신에게 너무 큰 기대를 거는 팀원 때문에 머리가 깨질 지경이다. 팀원들은 자신을 볼 때마다 ‘젊은 만큼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이론은 이미 충분히 공부했다. 문제는 실전인데, 어떤 색을 어디에, 얼마나 사용할지부터 과연 이 색이 배우에게 어울릴지가 고민이다. 사랑과 정열의 상징인 빨강이 ‘친절한 금자씨’에서 친절해 보이지 않기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누가 생각을 했겠는가. 일주일 후에 있을 컨셉 회의를 앞두고 F씨는 또 다시 참고 자료를 찾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음향
사운드 디자이너 G씨는 소리 하나에도 온갖 공을 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얼마 전에는 소리 하나 녹음하겠다고 몽골 사막을 다녀왔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 벌판에서 나는 소리를 가공해 효과음을 만들었다. G씨의 이런 정성이 관객에게 닿았는지 이 효과음을 사용한 영화는 승승장구하며 매주 관객수를 신기록으로 채우고 있다. 휴대폰이 터지도록 축하 메시지가 날아 들지만 G씨는 겸손하게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답하고 있다.
편집
얼마 전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사진을 본 시각효과팀 H씨는 오랜만에 크게 웃었다. ‘CG가 현실을 넘을 수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게시물이었는데, 컴퓨터 그래픽으로 화려하게 만든 파도와 실제 파도를 비교했다. 당연(?)하게도 그래픽으로 만든 파도가 훨씬 화려하기 때문에 컴퓨터 그래픽이 현실을 따라갈 순 없었던 것. 컴퓨터 그래픽이 비현실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옛날 이야기다. 진짜보다 더 역동적으로 보이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는 진짜와 똑같이 움직이도록 만들되, 그보다는 훨씬 화려하게 시각 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사소한 게시물에 위로를 받으며 H씨는 요 며칠 붙잡고 씨름하던 머리카락 시뮬레이션에 다시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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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스크린 속 파도는 왜 진짜 파도보다 리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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