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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 고통 속에서 얻은 우주의 신비

1972년 호주 사이딩 스프링 천문대에서 관측할 때. 왼쪽 돔에는 1백22cm 망원경, 가운데 돔에는 65cm 마아원경, 오른쪽 돔에는 3백80cm 망원경이 들어 있다.


천문학을 처음 배울 때 국내에선 망원경을 한번도 써보지 못했다. 1967년 미국에 가서야 비로소 망원경을 이용해 관측할 수 있었다. 영하 20℃의 혹한 속에서 구경 50cm의 기다란 굴절망원경으로 천체사진을 찍던 일은 관측의 길이 얼마나 험난한가를 보여줬다. 그러나 별의 거리를 구하는 구체적 방법을 터득한 것은 너무나 귀중한 경험이었다. 왜냐하면 이러한 관측이 이뤄지는 곳은 당시 전세계에서 몇군데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3년을 보내고 1972년 호주에서 다시 관측의 기회를 가졌다. 구경 65cm의 굴절망원경으로 천정 부근의 천체를 찍을 때는 맨바닥에 몸을 눕히고 고개만 치켜들어 접안경에 눈을 댄 채 망원경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수십분씩 별을 추적했다. 여기서 진실된 창조는 육체적 고통을 통해 이뤄짐을 배웠다.

한편 구경 1백cm의 반사망원경으로 광전측광을 할 때는 1초의 여유도 없이 바쁜 연속관측으로 생리적 신진대사마저 참아내야 했다. 특히 밤이 긴 겨울철에 1주일 계속 관측하다 보면 피로가 쌓여 자다가 다리에 쥐가 나기 일쑤였다. 그래도 다음날 밤하늘이 맑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우주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소박한 욕망 때문이었다.

아름답게만 보이는 하늘의 참모습을 찾는데는 반 이상의 육체적 노동이 따른다. 이를 거치지 않고서는 자연의 진리를 감싸고 있는 신비의 베일을 벗길 수 없음을 배웠다. 이 점은 우리의 먼 선조들이 그러했듯이 앞으로의 후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시우 박사


이시우
1938년생. 천문학박사.
서울대 천문학과 교수.
한국천문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과학한림원 정회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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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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