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이 협력체제를 강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메모리분야에서 일본에 비해 경쟁력이 완전히 떨어진 미국기업들이 일본과의 제휴를 통해 이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려는데 그 원인이 있다. 일본메이커로서도 미국과 제휴할 경우 내년 7월로 끝나는 미(美)·일(日) 반도체협정이후 통상마찰을 회피할 수 있다는 속셈에서 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의 제휴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NEC(일본전기)가 AT&T와 D램분야에서 기술제휴협정을 맺어 이러한 경향은 일반화되고 있다. NEC외에도 도시바가 모토롤러와 메모리제조를 위한 합작회사를 설립했고 히다치가 TI(텍서스인스트루먼트)와 16MD램의 공동개발에 나섰다. 또 인텔도 일본 미네베아사와 반도체분야에서 손을 잡았고 소니가 AMD로부터 미국공장을 인수해 미국진출의 계기를 마련했다.
미국과 일본기업들의 제휴는 일본이 세계시장에서 비중이 가장 큰 메모리분야를, 미국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ASIC(주문형반도체) 마이크로 프로세서 등을 맡는 분업적 구조로 재편해갈 공산을 크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휴가 단기적으로는 반도체가격의 안정효과를 가져와 국내기업들에게 유리한 측면으로 작용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특허시비와 통상마찰을 가속화시키고 기술적인 고립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