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올해 여름도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더위는 동물에게도 구조센터 직원들에게도 고생스럽지만, 구조센터도 나름의 대처법을 마련해 이를 극복하고 있다. 물을 충분히 주고 그늘을 만들어 줘서 동물들이 시원하게 지내게 해준다거나, 먹이가 상하지 않도록 보관에 신경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대비하지 못한 여름을 맞이해야 했다. 1973년 이후 가장 긴 장마가 찾아왔다. 6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내내 비가 내렸다. 구조센터는 10여 년 역사상 가장 큰 난리를 겪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리자 센터가 차올랐다
지난해 8월 3일이었다. 아침부터 구름이 짙게 깔리고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빗줄기가 조금씩 굵어졌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장대비가 쏟아졌다. 비가 꽤 많이 내린다는 사실은 일기예보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무자비하게 내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구조센터 주변 흙더미가 무너지면서 빗물이 모여 커다란 물줄기가 만들어졌다. 마치 폭포 같았다.
우비를 걸쳐 입고 장화를 신고 뛰쳐나간 야외 계류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바닥은 사람 허벅지 높이까지 잠겼고 밥그릇과 구조물들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물이 흘러 나가라고 만든 배수구에서 일제히 물을 내뿜고 있었다. 동물이 머무는 공간에서는 배수구를 넓게 설계할 수 없다. 자칫하면 동물이 배수구를 통해 탈출할 수도 있고 외부에서 포식자가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곳보다 배수구가 좁다 보니 비 피해가 더 컸다.
동물들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수리부엉이는 비에 홀딱 젖은 채 구석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다른 동물들도 역시 구석에서 침몰 직전인 땅을 부여잡고 있었다. 오리만 예외였다. 불어난 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히 떠다니며 야외 계류장에 홍수가 난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한동안 비가 그칠 것 같지 않았다. 야외 계류장에 동물을 그대로 둘 수 없었다. 물에 빠져 익사하거나 저체온증으로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동물들을 실내로 옮기는 구조 작전을 시작했다. 쏟아지는 장대비를 뚫고 동물 60여 마리를 하나하나 포획해 옮겼다. 사람을 경계하다가 순간적으로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동물도 있었지만 결국은 모든 동물을 무사히 실내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
몸이 젖은 동물은 드라이기로 털과 피부를 말려 주고 온열기를 이용해 체온을 높여 줬다. 다행히 위급한 동물은 없었다. 단 한 마리도 홍수에 희생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직원들이 근무하던 낮에 비가 퍼부어 천만다행이었다. 한시름 놓고 나서야 흠뻑 젖은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동물의 공간 확보를 위한 케이지 테트리스
이제 앞으로를 대비할 차례였다. 야외 계류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동물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여름이 번식기라 구조센터 실내는 이미 만원이었는데, 야외에서 온 동물까지 들어오자 북적임이 최고조에 달했다.
센터 직원들은 마치 테트리스 게임을 하듯 비어 있는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았다. 직원들이 사용하던 사무 공간까지 동물이 있는 박스와 케이지를 채워 넣었다. 100여 마리의 동물이 실내를 가득 채웠다. 이렇게 많은 동물이 실내에 머문 것 역시 구조센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다행히 공간을 확보해 모든 동물을 실내에 수용할 수 있었지만, 계속 이렇게 있을 수는 없었다. 홍수 피해를 입은 곳을 최대한 빨리 보수해야 했다. 가장 먼저 살펴본 곳은 배수구였다. 배수구를 넓힐 순 없었기에 여러 곳에 추가로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계류장을 채운 물을 일일이 퍼내고 둥둥 떠다니던 부유물과 구조물을 청소했다. 계류장 내부의 시설을 급히 보수하고 실내로 피난왔던 동물들을 다시 야외로 돌려보냈다. 물론 비는 완전히 그친 후였다. 센터 주변에 무너진 흙더미도 복구했다. 누전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센터 시설 전반에 부서지거나 깨진 부분은 없는지 충분히 살펴봤다.
지난해의 폭우는 이례적이었고 혹자는 기후위기와 연관이 있을 거라고 추측한다. 폭우가 자연 생태계의 위태로움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니, 자연 생태계의 위태로움에 내몰려 구조센터로 온 동물들이 다시 폭우로 새로운 위험을 맞이한 상황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인류의 지나친 욕심으로 야생동물이 위태로움의 끝의 끝까지 내몰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