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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최초 홀로그램 표지 탄생

홀로그램 제작현장을 찾아서

국내 출판물의 신기원이 될 홀로그램 표지를 과학동아가 제작했다. 홀로그램 표지는 미국의 '내셔널지오그래피' 말고는 세계적으로도 그 전례를 찾기가 어렵다.

지난 1월 말 '3D 특집'을 기획하면서 이왕이면 홀로그램을 직접 제작해보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대량인쇄가 가능한 엠보스 홀로그램을 표지에 붙이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손가락셈으로 단순계산해도 수천만원이 드는 일을 기사 하나 만들기 위해 하자니…. 그러나 억지에 가까운 그 기획안은 의외로 쉽게 통과됐다. 홀로그램은 역시 보여주는 것이 백마디 말보다 낫다는 것과 10년을 넘도록 과학동아를 사랑해 준 독자들에 대한 보답이라는 것이 명분이었다.

제작비용 OK. 취재도 OK. 엠보스 홀로그램은 철저한 보안 속에서 제작되는 상품이다. 그런데도 과학동아 표지를 만들기로 한 SKC와 유삼홀로아트에서 홀로그램 제작과정을 공개해줬다.

엠보스 홀로그램은 2차원의 면에 3차원의 입체를 표현하는 홀로그램 기법이다. 제작방법에는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실물을 직접 레이저로 찍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여러 겹의 사진을 레이저로 조합하는 방법이다. 과학동아 표지는 후자의 방법으로 제작됐다. 우선 제작하기가 쉽고 홀로그램의 특징을 잘 나타내 주기 때문이다.

실물을 이용해 홀로그램을 제작하는 경우는 알고보면 진짜 실물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형을 제작해 사용한다. 실물을 그냥 썼다가는 강한 레이저빛에 녹아버리기 때문이다. 또 모형에 흰색 도료를 발라 촬영하기 때문에 단색밖에 색깔이 나타나지 않는 단점이 있다.

4월부터 기획회의가 연일 반복됐다. 무엇을 홀로그램으로 나타낼 것인지를 정하는 회의였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주위 환경에 맞춰 수시로 보호색을 바꾸는 카멜레온이 무지개빛으로 변하는 홀로그램의 특성을 잘 나타낸다는 의견, 우주공간에 떠있는 태양계의 행성들은 3차원 공간의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안성마춤이라는 의견, 그리고 6천5백만년 전 갑자기 지구에서 사라졌던 공룡은 누구나 좋아하는 즐겨볼 수 있는 이미지라는 의견이 마지막 결선에 올랐다. 기초자료가 수집되면서 미술기자들의 손이 바빠졌다. 비로소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엠보스 홀로그램 제작과정


홀로그램의 입체감은 레이저의 간섭효과에 따라 일어나기도 하지만 여러 물체들의 위치를 앞뒤로 층을 둠으로써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홀로그램을 제작할 때는 제일 앞에 서야 할 이미지 필름, 그다음 층에 있어야 할 이미지 필름, 그리고 배경필름을 각각 따로 만든다. 이러한 층을 다양하게 할수록 입체감은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나 사람의 눈으로 2차원의 면에서 4개 이상의 층을 구별해내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대개 3-4개의 층을 만든다.

컬러를 재현하려면 인쇄하는 것과 비슷하게 각각의 층마다 빨강, 녹색, 청색의 3색 필름이 필요하다. 여기다 각층 사이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앞의 이미지를 가리는 차단필름도 준비해야 한다. 결국 3층의 입체를 표현하는데는 11개의 필름이 들어갔다. 이때 사용한 필름의 해상도는 2천4백dpi로, 이미지는 모두 점으로 표현된다. 이 점들 사이로 레이저빛이 투과된다. 해상도가 더 좋은 필름을 사용하면 홀로그램의 질이 높아질 것 같지만, 결과는 레이저가 투과하지 못해 상이 흐려질 뿐이다.

1차로 완성된 폴리에스틸필름은 유리필름으로 다시 복사됐다. 강한 레이저빛에서는 폴리에스틸필름이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리필름이 완성되자 드디어 레이저를 이용해 홀로그램을 제작하는 단계에 들어설 수 있었다.

제일 먼저 배경필름을 이용해 포토레지스터필름(홀로그램을 기록하는 필름)에 배경을 넣었다. 배경필름을 통과해 이미지를 가진 레이저빛이 포토레지스터필름에 상을 맺게 하는 것이다. 이때 사용한 레이저빛은 아르곤가스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4백58nm의 파장을 지녔으며 푸른 빛을 띠었다. 이와 같이 물체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레이저빛을 물체광이라고 한다.

또한 다른 각도에서 기준광이라고 불리는 레이저빛을 포토레지스터필름에 쏘아 물체광과 간섭을 일으켰다. 기준광은 물체광과 성질이 같은 빛으로 반거울(빛의 일부는 반사하고 또다른 일부는 투과시키는 거울)을 이용해 분리해낸 것이다. 이처럼 레이저빛을 간섭시키면 홀로그램의 입체성이 부여된다.

배경을 포토레지스터에 기록한 다음에는 물체의 이미지를 하나씩 차례로 찍었다. 그 방법은 배경을 기록하는 것과 같다. 다만 물체가 서로 겹치지 않도록 차단 필름을 넣어 찍는 것이 다르다.

물체의 이미지를 찍을 때는 초점의 위치를 앞뒤로 차이를 두어 찍는데, 그렇게 하면 이미지 사이에 층이 생긴다. 각각의 이미지를 초점을 달리해 찍고, 또 3가지 색깔을 따로따로 찍어 하나의 포토레지스터필름에 모든 이미지를 기록하는 일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곳에서 6년동안 레이저 세팅을 맡아온 안기은씨는 "안정된 질의 레이저빛을 선택하는 일, 물체광과 기준광의 비율을 정하는 일, 잡빔에 의해 상이 일그러진 현상을 막는 일 등이 홀로그램의 질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레이저의 세기와 각도를 색깔마다 조정해야 하고 초점의 위치를 층마다 조절하는 일 등은 수많은 경험과 숙련도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한다.

레이저작업이 모두 끝나자 포토레지스터필름은 암실로 보내졌다. 현상된 필름은 이미지의 모양에 따라 1μ 이하의 깊이로 요철이 생긴다. 이 굴곡에 모든 입체감과 컬러가 들어간 것이다. 흔히 홀로그램을 보면 무지개빛이 나는데, 이 굴곡에서 반사된 빛이 회절현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현상된 포토레지스터필름은 재질이 약해 바로 인쇄할 수 없다. 그래서 인쇄용 원판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 역시 홀로그램의 질을 좌우하는 노하우. 인쇄용 원판은 요철을 가진 포토레지스터필름에 은을 증착시켜 이를 전기로 니켈도금을 한다. 그러면 요철이 바뀐 니켈도금판이 만들어진다.

이를 롤러에 걸고 열과 압력을 가하면서 열가소성 플라스틱에다 인쇄하면 원래 포토레지스터필름과 같은 요철을 지닌 홀로그램이 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과학동아 홀로그램 표지가 마침내 탄생했던 것이다. 기획부터 시작해 4개월이 걸린 숨가쁜 순간들이었다.
 

엠보스 홀로그램은 신용카드와 어린이 놀이용 딱지 제작에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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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홍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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