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과학'의 이름으로 포장되면 어떻게 될까? 단순히 개인적 오해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선진국의 정부와 기업 등 강자의 이해관계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잘 알고 있다고 여기는 대기오염 '상식' 을 다시 살펴보고 편견을 바로 잡자.
잘못된 이론이나 상식은 진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 특히 이들이 '과학적' 이라는 용어로 포장될 때, 일반인들은 편견에 더욱 쉽게 사로잡히게 된다. 물론 모든 이론들은 나름대로의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논리 비약이나 잘못된 해석에 의해 성립된 이론은 우리의 다른 한쪽 눈을 멀게 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환경분야에도 정확하게 검증되지 않은 많은 과학적 내용들이 최근 급속하게 일반인에게 보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기오염에 따른 피해는 몇가지 돌발적인 사고를 제외하고는 주로 만성적으로 나타나며, 그 피해와 원인제공자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다.
대기오염 피해자가 원인제공자에게 피해에 대한 보상이나 소송을 할 때 원인 제공자가 빠져 나가는 논리는 바로 피해에 대한 '과학적인' 인과관계의 증명이다. 그러나 대기오염 피해는 흡연 알레르기 나이 선천성 등의 요인과 구분되기 어렵기 때문에 명확한 역학조사가 불가능하다. 더욱이 이를 증명하기까지는 장기간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요구된다. 결국 경제적으로 약자인 피해자는 자신의 피해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렵게 된다. 사회적 힘의 논리를 '과학적'이라는 용어로 포장,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대기오염 피해에 대한 획기적인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대기오염 배출원의 피해 책임은 명백한데 이를 '과학적' '엄밀한 역학조사' '인과관계' 라는 용어를 사용해 더 이상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된다. 또한 반대로 생각해보자. 과연 원인제공자는 대기오염에 의한 피해가 아니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엄밀하게 인과관계를 밝혀낼 수 있을까.
과학의 여러 가지 공헌에도 불구하고 과학이라는 미명 아래 이루어진 잘못된 상식은 도리어 환경에 대한 가치관을 왜곡시킬 수 있다. 여기서는 대기오염과 관련, 최근 관심사가 되고 있는 몇가지 문제에 대한 편견이나 왜곡된 사실을 지적함으로써 실제 현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개입된 부정적인 요소를 없애고자 한다.
1. 프레온 가스는 오존층을 파괴하는가
오존은 지표면에 존재하느냐 성층권에 존재하느냐에 따라 두 얼굴의 역할을 한다. 성층권에 존재하는 오존은 태양에서 지구로 오는 자외선을 차단해 인간을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반면, 지표면에 다량으로 존재하는 오존은 도리어 지구상의 동식물에 피해를 준다.
성층권에 존재하는 오존이 인간이 합성한 '프레온가스' 라는 물질에 의해 파괴된다는 것이 오존층파괴설이다. 이가설은 1972년 미국의 로랜드가 제기한 것으로 오존층 파괴가 기정사실로 인식되기 시작한 당시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여기서 프레온가스에 의한 오존층 파괴설과 관련, 몇가지 의문을 제기하고자 한다.
첫째, 프레온가스에 의한 오존층파괴설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일까.
로랜드의 가설은 매우 간략하게 설명되고 있어 일반인들이 쉽게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중에서의 화학반응이 무척 복잡하고 연쇄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곧 우리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고 실망할 것이다.
오존의 생성과 파괴반응의 전체 모습을 완전히 이해하려면 일반적으로 50종 이상 1백50가지 반응식에 대한 상호작용을 검토해야 한다. 결국 지상 30km 부근의 오존층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은 결코 로랜드의 가설처럼 단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둘째, 프레온가스의 제작사인 미국의 듀폰사의 태도 변화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프레온가스의 오존층 파괴설이 제기된 후. 세계프레온가스의 주 생산자인 듀폰사의 한 중역은 1974년 미국 의회에서 "염소-오존가설은 이를 뒷받침할 아무런 구체적 증거도 없는 순진한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곧바로 듀폰사는 프레온가스의 오존층파괴 가능성을 인정했고, 오히려 세계 오존층 보호와 관련된 회의의 개최나 협약을 주도해 나가다시피 하였다. 그러면 듀폰사에서는 왜 프레온가스의 오존층파괴설을 인정하게 되었을까? 여기에 또 하나의 과학의 이름을 빌린 함정이 있을 수 있다.
듀폰사는 이러한 태도 변화와 함께 프레온가스의 대체물질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으며, 1990년에는 대체물질의 개발에 성공했다. 결국 학계의 권위(?)에 도전하면서까지 프레온가스에 의한 오존층파괴설에 반대하기보다는 프레온 가스를 대체할 물질을 개발, 독점하는 것이 회사의 이익에 더욱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닐까?
세째, 프레온가스의 대체물질의 정체는 무엇일까.
프레온가스는 염소 불소 탄소로 구성된 CFC라는 화합물의 상품명이다. 이물질은 불에 타지 않고 인체에 해가 없다는 장점 때문에 냉매 발포제 세척제 등 공업용도로 없어서는 안될 물질이 되었다. 구성원소 중 염소가 오존층을 파괴하는 주된 원인인데, 그러면 프레온가스 대체 물질은 염소가 완전히 제거된 물질인가. 현재 대체물질도 여전히 염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염소를 완전히 제거한 대체물질을 개발한다 해도 이들 물질이 생태계에 대한 다른 피해를 주지 않는지에 대해서 속단하기 어렵다.
그러면 남극의 오존층이 파괴되고 있는 것도 거짓말인가. 결론적으로 말해 오존층이 파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환경보호국(EPA)의 요청으로 미국 과학 아카데미와 항공우주국(NASA)이 관측한 결과, 1987년 10월 남극의 전오존량이 1979년에 비해 남위 60도에서 20%, 70도에서 40%, 80도에서 50%가 감소하고 있을 정도로 남극 오존구멍의 존재는 명확한 사실로 증명되고 있다. 또한 북반구에서도 일부 오존층의 감소가 관측되고 있다. 1992년 남극의 오존층 파괴면적은 최대치를 이뤄 북미대륙 면적과 거의 같은 2천3백92만㎢에 이르렀으며, 오존파괴량은 남반구 오존 총량의 약 5%나 된다고 한다.
그러나 무엇이 오존층을 파괴하고 있는가에 대해 아직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더욱 옳을 것이다. 더욱이 우리가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지만, 그것이 정책 또는 기업에서 전략적으로 이용된다면 오존층 파괴 이상의 더 큰 피해가 인간에게 주어질 수 있음을 간과해서 안될 것이다.
2. 산성비는 중국대기오염 영향 때문이라는데…
천연 빗물은 중성일까, 일반적으로 신맛을 갖는 것이 산성이고 쓴맛을 내는 것이 알카리성이라고 하며, 이를 수치로 나타내기 위해'pH'라는 지표를 사용한다. 즉 완전한 중성은 pH가 7이고, pH가 7이하면 산성, pH가 7이상이면 알카리성이다.
천연 빗물이라도 수돗물과 같이 완전한 중성은 아니다.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포화될 때 보통 빗물은 pH5.6 정도의 약한 산성을 나타낸다. 산성비란 이산화탄소를 제외한 산성물질이 녹아 들어가 pH5.6이하가 되어 내리는 비를 말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기준이 일률적으로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천연 빗물의 산성도를 결정하는 요인이 대기중 이산화탄소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도 질산이온이나 황산이온이 존재 할 수 있으며, 오히려 산성도를 약화시키는 알카리성 이온들도 많이 존재하기도 한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이들 물질들의 농도가 공간에 따라 천차만별로 분포돼 있기 때문에 모든 지역에서 pH5.6이라는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우리가 산성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빗물이 산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단지 자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즉 인간이 추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측면이 보다 강하게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산성비의 정의와 이에 대한 적절한 관리를 위해서는 지역 차원의 농도 측정과 기준확립이 선행돼야 한다. 비록 이런 작업이 쉽지는 않겠지만 산성비를 평가할 때는 이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또 하나의 문제는 정부에서 발표하고 있는 산성비 관측자료가 주로 평균치라는 점이다. 대기오염 피해의 입장에서 볼 때 중요한 평가 요인은 농도, 즉 양과 지속시간이다. 특히 대기오염 피해는 고농도 오염이 장시간 지속될 때 치명적이므로, 단지 평균치로 실제상황을 왜곡시킨다면 산성비의 심각성이 과소평가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산성비라 할지라도 처음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는 그 산성도가 심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대기중에는 산성물질 외에도 여러부유물질이 존재하기 때문. 그러다 곧 산성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어느 정도 비가와서 대기중의 오염물질이 씻겨 내려가면 다시 산성도는 감소한다. 이런 현상을 이해한다면 평균치로서의 산성도가 얼마나 무의미한가는 쉽게 이해될 것이다.
산성비 피해에 대한 근거도 불확실한 경우가 있다. 가령 이야기의 출처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카락이 노랗게 변한다든가 대머리가 된다든가 하는 내용이 국민학생들조차 아는 사실(아니 국민학생들이 산성비에 대해 우선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로 되고 있는데, 필자가 알고 있는 한 이에 대한 실증적인 보고는 없다. 무론 이러한 피해론에 대해 부정할 생각은 없다. 부정할 수 있는 명백한 근거도 없다. 빗물이 점점 산성화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산성비에 의한 피해가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현상의 원인이나 과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얼마나 알려고 노력했는가에 대한 의문에는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음이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다.
산성비와 함께 요즘 대기문제와 관련, 우리나라 언론이나 연구기관에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이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이동이다. 특히 봄철에 황사현상을 경험하는 우리로서는 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의 무분별한 공업화에 따른 대기오염물질이 우리나라 대기의 질에 영향을 준다고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물론 그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 단지 몇가지 가정에 의해 만들어진 학문적 실험단계의 결과들이 언론의 전시적 사업성에 의해 기정사실화되는 것을 무작정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일까.
최근의 한 보고에 따르면 한반도 아황산가스의 경우 중국에서 유입되는 양이 한반도지역내 배출량에 비해 10-16배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즉 한반도의 아황산가스 농도는 대부분 중국에서 배출됐다는 것.
그러나 실제로 중국의 아황산가스 총배출량은 우리나라 총배출량의 20배 정도다. 중국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우리나라로 이동하는 동안 여러 가지 반응이다 분해과정을 거치면서 제거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아도 이 수치는 적절하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가상적 상황에서의 연구결과들이 사회의 환경이슈와 맞물려 언론에 의해 기정사실화되고, 그 결과 마치 우리나라의 대기오염이 전부 중국의 책임인양 돌리는 것은 우리나라 대기오염 정책 자체의 표류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3. 이산화탄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
지구에 생물이 살수 있게 하는 몇가지 조건 중에서 이산화탄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금성과 지구는 물리적인 크기나 무게 등에서 비슷한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지구는 물과 생명체를 갖는데 비해 금성은 납덩어리를 녹일만한 4백℃이상의 용광로다.
이 차이를 내게 하는 열쇠가 이산화탄소다. 즉 금성 대기중 이산화탄소는 96%이지만 지구대기에는 0.03%밖에 없다. 금성이 뜨거운 이유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가 지표면에서 반사하는 열을 가두기 때문이다. 이 효과를 온실효과라고 한다.
사실 온실효과는 대기를 데워주는 부정적인 역할도 하지만 지구 기온을 유지시켜주는 긍정적 효과가 더욱 크다고 볼수 있다. 즉 온실효과 가스가 없으면 지구 기온은 금성과 같은 용광로가 아니라 도리어 빙하의 천국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처럼 자연현상은 절대선이나 절대악의 모습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이 석탄이나 석유계 연료를 마구 사용하고 이산화탄소 흡수원인 삼림을 파괴함으로써 현재 지구는 악의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지구 기온도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나 지구 기온의 정밀 측정은 1958년부터 하와이의 마우나로아섬에서 시작됐다. 관측결과 1958년에 0.032%였던 이산화탄소 농도가 1987년에는 0.035%로 증가했고 지구의 기온도 조금씩 상승했다. 비록 기온이 하강하는 시기도 일부 관측되고 있지만 이산화탄소 농도와 기온의 상승은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사실이다.
지구 온난화 현상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 몇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첫째, 온실효과 가스로는 이산화탄소만 있는가. 둘째, 이신화탄소가 지표열을 흡수한다고 하면 태양으로부터 오는 광선도 흡수 지구 기온을 하강시키지는 않는가. 셋째 지구온난화가 되면 남극의 빙하가 녹는다고 하는데, 북극의 빙하는 녹지 않는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우선 모든 물질은 태양의 빛을 흡수할 수 있는 파장대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여야 한다. 태양의 빛은 지구에 투입될때에는 에너지가 큰 짧은 파장대의 빛이 주를 이루는 반면 지표면에서 복사되는 빛은 에너지가 적은 긴 파장대가 주를 이룬다.
이산화탄소는 파장이 큰 영역의 빛을 흡수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은 대부분 투과하고 지표면에서 복사되는 빛은 흡수하여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특성을 가진 모든 기체는 온실효과 가스다. 수증기는 물론이고, 메탄이나 프레온가스도 이런 특성을 가지므로 지구온난화에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 남극 빙하뿐만 아니라 북극 빙하도 녹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의 피해로 남극의 빙하를 주로 들먹이는 것은 남극 빙하는 대부분 대륙위에 있기 때문에 해수면 상승에 보다 빠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와 관련, 또 하나 지적할 것은 미국과 일본의 모순적 태도다.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국과 일본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삭감에 전례없는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이산화탄소와 지구온난화의 인과관계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자세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삭감이 자국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오존층 파괴와 관련해 프레온가스의 사용금지를 강력하게 주장하던 태도와는 판이한 자세인 것이다.